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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서봉교 짧은 시 첫눈

서봉교 짧은 시 첫눈. 유머와 풍자가 있는 첫눈 시. 첫눈 /서봉교 선전포고는 고사하고 목격자도 없이 밤새 기습적으로 내렸으므로 고로 너는 무효다 🍒 ❄출처 : 서봉교 시집, 『침을 허락하다』, 시로여는세상, 2019. 🍎 해설 유머와 풍자가 있다. 보통 첫눈이 오면 누구나 반가운 손님이 온 것처럼 좋아한다. 첫눈이 오는 순간 애인이 있으면 첫눈이 내린거고 애인이 없으면 첫눈은 무효다. 이 시는 첫눈을 전쟁이나 쿠데타에 비유하고 있다. 유머와 해학과 풍자, 아이러니 기법을 즐겨 구사하고 있는 시인의 개성이 잘 들어나고 있는 시다. 이 시와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이어령 교수는 마지막 수업에서 이렇게 말했다. “밤사이 내린 첫눈, 눈부신 쿠데타다. 잠자는 사이 세상이 바뀐 거지, 보통 쿠데타가 밤에 일어나..

짧은 시 2023.12.09

백석 짧은 시 백화

백석 짧은 시 백화. 백석 시인의 명시 중 하나. 백화(白樺)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 ❄출처 : 백석 지음 이동순 편, 『백석 시전집』, 창작과비평사, 1988. 🍎 해설 * 백화(白樺): 흰 자작나무. 자작나무의 한자식 표현. 자작나무는 겉은 하얗지만 속은 검은 기름으로 가득하다. 온몸에 불이 붙으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라 한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많이 보는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는 만주나 북한 등 추운 북쪽 지방에서 잘 자란다. 남한에도 자작나무 숲이 드..

짧은 시 2023.12.08

김용택 짧은 시 첫눈

김용택 짧은 시 첫눈. 첫눈이 오면 첫눈에 반한 그 사람이 생각난다. 첫눈 /김용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 ❄출처 : 김용택 시집, 『그 여자네 집』, 창작과비평사, 1998. 🍎 해설 첫눈, 첫사랑, 첫키스. 모두 잊혀지지 않는다. 모두 아름답다. 첫눈이 오면 첫눈에 반한 그 사람이 생각난다. 올 겨울 눈이 오면 첫눈이 아니더라도 또한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를 떠 올려 그 사람과 차 한잔 나누시길 바란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 참고 음악: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https://youtu.be/JLz_45m-30c?si=gWwuvqNwoDMwBK4t

짧은 시 2023.12.07

나태주 짧은 시 별을 그대 가슴에

나태주 짧은 시 별을 그대 가슴에. 별을 찾아가는 것도 우리의 용기다. 별을 그대 가슴에 /나태주 나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에게 내일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에게 사랑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왜 우리는 이런 작은 말에도 목이 메일까요? 그것은 마음속에 이미 사라진 별이 손짓하기 때문입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별빛 너머의 별』, 알에이치코리아, 2023. 🍎 해설 별빛 너머의 별. 우리가 밤하늘에서 만나는 별은 별이 아니고 별빛이다. 그것을 우리가 별이라고 믿어주기 때문에 별이 되는 것이다. 별은 별빛 너머에 있다. 우리의 능력과 시간이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 있다. 그렇다고 별이 아주 없는 거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있어도 분명히 있다. 우리의 사랑도 그렇고 인생도 그러하다. 사..

짧은 시 2023.12.04

황지우 짧은 시 겨울산

황지우 짧은 시 겨울산. 침묵으로 삶을 가르쳐주는 겨울산.겨울산/황지우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출처 : 황지우 시집, 『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0. 🍎 해설겨울 산은 벗고 있고 춥고 쓸쓸하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슬쓸한 삶처럼 보이기에 “너도 견디고 있구나”라는 동지애를 표현한다. 인간만 삶 속에 고통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산도 역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 삶에는 꽃길만 있는 게 아니다. 삶이란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란 이 세상에 세 들어 사는 것과 같기에 그 삶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고통이란 ‘..

짧은 시 2023.12.02

손석철 짧은 시 12월 어느 오후

손석철 짧은 시 12월 어느 오후. 12월 1일, 마지막 달력 장 앞에 섰다. 12월 어느 오후 /손석철 덜렁 달력 한 장 달랑 까치 밥 하나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썰렁 저녁 찬바람 뭉클 저미는 그리움. 🍒 ❄출처 : 손석철 시집, 『자목련 피기까지』, 미리내, 2000. 🍎 해설 마지막 달력 장 앞에 섰다. 바람이 분다. ‘하나’라는 말은 외롭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 한 개의 까치밥, 한 장의 낙엽 위로 12월의 저녁 찬바람이 불어오면 그리움은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저민다. “뭉클 저미는 그리움”은 왜 솟아 오르는가? 이 해를 보내기 전에 그리운 사람들, 정다운 사람들과 차 한 잔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담소의 결론은 하나다. 다사다난했던 금년이 지나면 덜렁, 달랑, 펄렁..

짧은 시 2023.12.01

오규원 짧은 시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오규원 짧은 시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죽음이란? 간결한 답.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오규원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 ❄출처 : 오규원 시집, 『두두』, 문학과지성사, 2013, “시인의 말”. 🍎 해설 오규원 시인(1941~2007년, 향년 66세)은 아름다운 서정시를 많이 남겼다. 아직도 팬이 많다. 이 시는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시다. 시인은 별세 며칠 전, 병문안 온 시인 이원의 손바닥에 손톱으로 이 시를 썼다. 죽음이란 다름아니라 나무 속에서 자보는 것이다. 간결하고 깊이가 있다. 가족들은 그를 강화도 정족산 기슭의 소나무 아래에 수목장(樹木葬)으로 묻었다. 수많은 그의 제자 시인들이 강화도 장지로 왔다. 시인의 제자 문인들은..

짧은 시 2023.11.29

일석 이희승 짧은 시 벽공

일석 이희승 짧은 시 벽공. 한 폭의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명시조.벽공(碧空)/일석 이희승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淸淨無垢)를 드리우고 있건만. 🍒 ❄출처 : 이희승 시집, 『박꽃』, 백양당, 1947. 🍎 해설* 제목인 ‘벽공(碧空)’이란 ‘푸른 하늘’을 말하며 ‘청정무구(淸淨無垢)’란 ‘맑고 깨끗하여 때가 하나도 없음’을 뜻한다. 역사에 남는 국어학자인 일석(一石) 이희승(李熙昇) 교수가 쓴 명시조다.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데, 하늘의 티없이 맑고 깨끗함을 예찬함으로써 혼탁한 세속을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이 시조는 매우 감각적이다. 한 폭의 수채화다.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은 손톱으로 가볍게 튀겨도 ‘쨍 소리’를 내며 금이 갈 ..

짧은 시 2023.11.28

서윤덕 짧은 시 일상

서윤덕 짧은 시 일상. 위트가 있는 짧은 시.일상/서윤덕나는 날마다 내마음 밭을 꽃밭으로 가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출처:SNS/서윤덕 시인 Instagram@seo_yundeog 🍎 해설일상을 살아가는 마음 자세는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하다. 날마다 내마음 밭을 꽃밭으로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활 자세. 단 두 줄 내지 네 줄의 짤막한 구절로 이런 마음을 압축하는 시인의 기지가 대단하다. 각 기관에서는 시인의 짧은 시를 내거는 글판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도 종종 한다. 서윤덕 시인은 SNS 시인이지만 광고 카피라이터의 재능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 경동보일러의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1999)와 같은 광고 카피는 아무나 창작할 수 있는..

짧은 시 2023.11.27

백석 짧은 시 통영

백석 짧은 시 통영. 백석 시 중에서는 짧은 시다. 통영을 유명하게 한 시.통영/백석옛날엔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아직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다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붉으레한 마당에 김냄새나는 비가 나렸다 ❄출처 : 백석 지음 이동순 편, 『백석 시전집』, 창작과비평사, 1988. 🍎 해설“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붉으레한 마당”이 있는 객주집 마루방에서 시인은 '천희'라는 여인을 만난다. “김냄새나는 비가 나렸다”라는 말로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백석 시 중에서 유일하게 에로틱한 시어들이 나오지만 전혀 ..

짧은 시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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