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 명시 거지. 적선한 자도 적선을 받는다.거지/ 투르게네프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늙은 거지 한 사람이 나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눈물어린 붉은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아아, 가난이란 어쩌면 이다지도 잔인하게 이 불행한 사람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풀은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했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를 모조리 뒤져 보았다…… 지갑도 없고 시계도 없고 손수건마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외출을 했던 것이다. ‘이를 어쩌나……' 그러나 거지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고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거지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미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