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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수필 23

이희승 명수필 청추수제 <전문 및 해설>

이희승 명수필 청추수제 . 유명한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의 명수필. 청추수제(淸秋數題) /이희승 벌레 낮에는 아직도 구십 몇 도의 더위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숨을 턱턱 막는다. 그런데, 어느 틈엔지 제일선에 나선 가을의 전령사가 전등빛을 따라와서, 그 서늘한 목소리로 노염에 지친 심신을 식혀 주고 있다. 그들은 여치요, 베짱이요, 그리고 귀뚜라미 들이다. 물론, 이 전령사들의 전초역을 맡아 가지고 훨씬 먼저 온 것으로 매미, 쓰르라미가 있지마는, 그들의 소리는 소란한 대낮에, 우거진 녹음 속에서 폭양에 항거하면서 부르는 외침이라, 듣는 사람에게 ‘가을이다.’ 하는 기분을 부어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무엇이 있었다. 그렇더니, 이 저녁에 들리는, 정밀 속에 전진하여 오는 소리야말로, ‘인젠 확실한 가을..

명작 수필 2023.11.26

박참새 출발선 뒤의 초조함

박참새 출발선 뒤의 초조함. 2023년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인 박참새 시인이 낸 첫 책. 출발선 뒤의 초조함 /박참새 2023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박참새 시인은 일약 문단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시는 오는 12월에야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우선 그가 낸 첫 책을 오늘 여기에 소개한다. ‘가상실재서점’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큐레이션 서점 ‘모이(moi)’를 운영하며, 도서를 리뷰하거나 낭독하는 팟캐스트 〈참새책책〉을 진행하는 등, 책과 관련된 여러 일들을 지속해오고 있는 박참새의 첫 책 『출발선 뒤의 초조함』이 출간되었다. 2021년 6월, 문화예술 큐레이션 플랫폼 ANTIEGG를 통해 영상과 녹취록으로 공개된 대담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대담에 참여한 사람은 김겨울, 이승희, 정지혜, 이슬아. 동시대..

명작 수필 2023.11.23

이동규 두줄칼럼 인생 최고의 자격증

이동규 두줄칼럼 인생 최고의 자격증. 귀하의 스펙은? 스카이캐슬 졸업장인가? 인생 최고의 자격증 /이동규 옳은 말을 기분 좋게 하라. 당할 자가 없다. 🍒 ❄출처 : 이동규 교수, 『두줄칼럼』, 한국표준협회미디어, 2022. 🍎 해설 이동규 경희대 경영학 교수가 시도하고 있는 〈두줄칼럼〉은 인생의 근본원리를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초미니 칼럼이다. 독창적인 영역 개척이다. 이것은 결코 단순한 명구나 명언이 아니며, 길이는 매우 짧아도 읽기에는 많은 사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터넷‘검색’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일과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내면의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인공지능은 가능해도 인공지혜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개는 내면의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그런 뜻에서 이 블로그에..

명작 수필 2023.05.04

이동규 두줄칼럼 겸손

이동규 두줄칼럼 겸손. 어떻게 해야 겸손한 것인가? 겸손 /이동규 고개를 숙인다고 겸손은 아니다. 겸손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 🍒 ❄출처 :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겸손』, 2021년 겨울편, 2021년 12월~2022년 2월. 🍎 해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시도하고 있는 〈두줄칼럼〉은 인생의 근본원리를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초미니 칼럼이다. 독창적인 영역 개척이다. 이것은 결코 단순한 명구나 명언이 아니며, 길이는 매우 짧아도 읽기에는 많은 사색이 필요하다. 이 블로그에서는 이 교수의 을 카테고리 수필로 분류하여 몇 편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소개하는 두줄칼럼 겸손은 너도나도 타인의 목소리를 다 외면한 채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에만 몰두하는 현실에서 겸손한 경청..

명작 수필 2023.04.11

피천득 여성의 미

피천득 수필 여성의 미. 여성이 젊게 보이고 싶다면. 그 비결은? 여성의 미 /피천득 “나의 여인의 눈은 태양과 같지 않다. 산호는 그녀의 입술보다 더 붉다.” 이것은 셰익스피어의 정직한 말이다. 하기야 뺨이 눈같이 희다고 그리 아름다운 것도 아니요, 장미 같다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애인의 입술이 산호같이 붉기만 하여도 그리 좋을 것이 없고, 그의 눈이 태양같이 비친다면 큰일이다. 여성들이 얼굴을 위하여 바치는 돈과 시간과 정성은 민망할 정도로 막대하다. 칠하고 바르고 문지르고 매일 화장을 한다. 하기야 돋보이겠다는 이 수단은 죄 없는 허위다. 그런데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젊은 얼굴이라면 순색 그대로가 좋다. 찬물로 세수를 한 젊은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늙은 얼굴이라면 남편..

명작 수필 2022.12.17

피천득 술

피천득 수필 술. 술도 못 먹으면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명수필. 피천득 /술 "술도 못 먹으면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렇기도 하다.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로 알 전부이다.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고 한 숨 짓노라. 예이츠는 이런 노래를 불렀고, 바이런은 인생의 으뜸가는 것은 만취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백(李白)을 위시하여 술을 사랑하고 예찬하지 않은 영웅 호걸, 시인,묵객이 어디 있으리오. 나는 술을 먹지 못하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름날 철철 넘는 맥주잔을 바라다보면 한숨에 들이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차라리 종교적 절제라면 나는 그 죄를 쉽사리 범하였을 것이요, 한때 미국에 있던 ..

명작 수필 2022.12.03

김부식 삼국사기 서문

김부식 삼국사기 서문. 우리나라 역사서 중 가장 오래된 역사책의 저자 서문. 삼국사기 서문 /김부식 신(臣) 김부식(金富軾)이 아뢰옵니다. 옛 열국도 또한 각각 사관을 두어 일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맹자는 “진(晉)나라의 『승(乘)』과 초(楚)나라의 『도올(檮杌)』과 노(魯)나라의 『춘추(春秋)』는 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들 해동 삼국도 역사가 오래되었으니, 사실이 역사책에 기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노신(老臣)에게 그것을 편집하도록 명하신 것인데, 스스로 돌아보니 지식이 부족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엎드려 생각해보옵니다. 성상폐하(聖上陛下, 고려 인종)께서는 요(堯)임금과 같은 문사(文思)를 타고나시고, 우(禹)임금과 같은 근검을 체득하시어, 정무에 골몰하던 여가에 전고(前..

명작 수필 2022.11.16

김유정 작가 마지막 편지

김유정 작가 마지막 편지. 29세의 나이로 요절한 김유정 작가가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마지막 편지 /김유정 작가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있다. 그리고 맹렬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채리지 않으면 이 몸을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 담판이라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원을 만들어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소설을 번역하여 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명작 수필 2022.10.05

피천득 수필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

피천득 수필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 친정집은 가까운 데가 좋은가?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 /피천득 너의 결혼을 축하한다. 아름다운 사랑에서 시작된 결혼이기에 더욱 축하한다. 중매결혼을 아니 시키고 찬란한 기적이 나타날 때를 기다려 온 너의 아버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예식장에 너를 데리고 들어가는 너의 아버지는 기쁘면서도 한편 가슴이 빈 것 같으시리라. 눈에는 눈물이 어리고 다리가 휘청거리시리라. 시집보내는 것을 딸을 여읜다고도 한다. 왜 여읜다고 하는지 너의 아빠는 체험으로 알게 되시리라. 네가 살던 집은 예전 같지 않고 너와 함께 모든 젊음이 거기에서 사라지리라. 너의 아버지는 네 방에 들어가 너의 책, 너의 그림들, 너의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시리라. 네가 쓰던 책상을 가만히 만져 보시리라. 네 ..

명작 수필 2022.08.08

피천득 산호와 진주

피천득 산호와 진주. 시인과 작가의 저서 서문 중 가장 뛰어 난 명문이다. 산호와 진주 /피천득 산호珊瑚와 진주眞珠는 나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산호와 진주는 바다 속 깊이깊이 거기에 있다. 파도는 언제나 거세고 바다 밑은 무섭다. 나는 수평선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잠수복을 입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는 고작 양복바지를 말아 올리고 거닐면서 젖은 모래 위에 있는 조가비와 조약돌들을 줍는다. 주웠다가도 헤뜨려 버릴 것들, 그것들을 모아 두었다. 내가 찾아서 내가 주워 모은 것들이기에, 때로는 가엾은 생각이 나고 때로는 고운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산호와 진주가 나의 소원이다. 그러나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리 예쁘지 않은 아기에게 엄마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 주듯이..

명작 수필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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