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명작 수필 23

장석주 수필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수필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조금만 덜 울고 조금 더 크게 웃어 주어요.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연인들이 헤어졌다고 오던 계절이 안 오거나 흐르는 경우는 없어요. 부디, 잘 살 살아요, 당신. 울 일이 있을 때 조금만 덜 울고, 웃을 일이 있을 땐 더 크게 웃어주세요. 당신은 웃는 모습이 예쁘니까요. 나는 날마다 청송사과 하나씩 깨물어 먹고, 만 보씩을 걸으며, 어떻게 살아야 세상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가를 궁리하며 살겠어요. 🍒 ❄출처 : 장석주 산문집,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달, 2017. 🍎 해설 사람의 인생을 하루로 본다면 우리는 지금 몇시쯤을 살아가고 있을까? 장석주 시인은 자신의 시간을 ‘설렘과 희망으로 맥동하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난 후 ..

명작 수필 2022.02.05

피천득 명수필 <수필> 전문

피천득 명수필 전문. 아름다운 문장과 간결한 내용이 압권이다. 수필 /피천득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 있다. 수필의 빛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

명작 수필 2021.11.24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전문 및 해설>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 3편의 옴니버스 소설로 이뤄진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 /김소운 먹을 만큼 살게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버리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이 있다. 여기에 적은 세 쌍의 가난한 부부 이야기는, 이미 지나간 옛 날 이야기지만,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안겨다 주는 실화이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 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을 했다. “..

명작 수필 2021.08.21

김기림 길 <전문 및 해설>

김기림 길 . 시같은 수필이다. 문장이 매우 아름답고 내용이 서정적이다. 길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

명작 수필 2021.08.07

박경리 수필 거리의 악사 <전문 및 해설>

박경리 수필 거리의 악사를 감상해 보자.대작가의 자기 성찰을 만나게 된다. 거리의 악사 / 박경리 작년과 금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거리의 악사(樂士)다. 전주에 갔을 때, 아코디언을 켜고 북을 치면서 약 광고를 하고 다니는 풍경에 마음이 끌렸고, 작년 가을 대구에 갔을 때, 잡화를 가득 실은 수레 위에 구식 축음기를 올려 놓고 묵은 유행가 판을 돌리며 길모퉁이로 지나가는 행상의 모습이 하도 시적이어서 작품에서 써먹은 일이 있지만, 역시 작년 여름, 진주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 때는 새로 착수한 작품을 위해 자료 수집과 초고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났었다. 일 없이 갔었으면 참 재미나고 마음 편한 혼자 여행일 테지만 일을 잔뜩 안고 와서, 그것이 제대로 되지 못하..

명작 수필 2021.02.03

피천득 수필 플루트 연주자 <전문 및 해설>

피천득 수필 플루트 연주자 전문 및 해설이다.인간애에 넘치는 피천득의 삶의 모습이 그의 우아한 문체에 녹아 들어 있다. 플루트 연주자 /피천득 바통을 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찬란한 존재다. 토스카니니 같은 지휘자 밑에서 플루트를 분다는 것은 또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 콘서트 마스터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

명작 수필 2021.01.30

이양하 신록예찬 <전문 및 해설>

오늘은 한국 명수필 이양하의 신록예찬을 감상해 보기로 하자. 신록예찬 /이양하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이 때 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명작 수필 2021.01.20

서정주 명수필 선운사

오늘은 서정주 시인의 명수필 선운사를 감상해 보자.불후의 명시 선운사 동구의 탄생 배경이 나온다. 선운사 /서정주 선운사 주지화상 배성원 씨의 말씀을 들으면, 선운사에 있는 만세루라는 집을 처음 와 본 어떤 권위있는 늙은 일본 사람 건축 전문가 하나는 이 집을 향해 절을 수없이 되풀이하더라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여전히 그 집을 향해 “고맙기도 하시지… 고맙기도 하시지….” 웅얼거리면서 대답하기를, “보시오. 이집이 보통 집인가를…. 이집은 이를테면 무명 헝겊을 조각조각 주워 모아 꿰매어서, 어떤 온전한 비단 옷보다 더 곱고 훌륭한 옷을 짓듯이 지은 집이오. 모두 세 토막, 네 토막씩 못도 나무못을 쳐 이어 맞춰서 기둥들도 세우고 들보도 했지만, 자세히 좀 보시오. 그 토막토막 이어맞춘 들보의..

명작 수필 2021.01.17

피천득 오월 <짧은 수필>

피천득 오월 . 아주 짧은 수필이므로 완독해 주시길 바란다. 오월/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명작 수필 2021.01.15

명수필 박완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전문 및 해설>

한국 명수필 박완서 작가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완독하시기를 권고한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가끔 별난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고 싶은 충동 같은 것 말이다. 마음속 깊이 잠재한 환호에의 갈망 같은 게 이런 충동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샌 좀처럼 이런 갈망을 풀 기회가 없다. 환호가 아니라도 좋으니 속이 후련하게 박장 대소라도 할 기회나마 거의 없다. 의례적인 미소 아니면 조소·냉소·고소가 고작이다. 이러다가 얼굴 모양까지 얄궂게 일그러질 것 같아 겁이 난다. 환호하고픈 갈망을 가장 속 시원하게 풀 수 있는 기회는 뭐니뭐니 해도 잘 싸우는 운동 경기를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국제 경기에서 우리편이 이기는 걸 텔레비전을 통해서나마 볼 때면 그렇..

명작 수필 2021.01.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