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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좋은시 5

이정록 짧은 시 더딘 사랑

이정록 짧은 시 더딘 사랑. 달이 윙크 한 번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 ❄출처 : 이정록, 더딘 사랑, 의자, 문학과지성사, 2006. 🍎 해설 휙하고 지나가는 게 사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윙크를 한 번 하는데 한 달이 걸린다. 느리게 오는 사랑은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지도 모른다. 느림의 미학이 사랑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대에게 사랑을 느낀 순간은 눈깜짝할 사이였다. 그러나 그대와 마주앉은 이 순간도 역겁의 영원의 순간이 될 수 있다. 순간 순간은 참으로 소중한 순간이다. 그 순간 순간을 아끼며 사랑하면서 살자. 돌부처는 ..

짧은 시 2021.10.25

김용택 짧은 시 가을이 오면

김용택 짧은 시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은? 가을이 오면 /김용택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 ❄출처 : 김용택, 가을이 오면, 나무, 창비, 2002. 🍎 해설 잎과 꿀과 향기는 꽃의 전부이다.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 보내고.... 남은 것은 씨앗 한 알. 그렇게 다 주고도 잃은 건 하나도 없다고, 가을이 오면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라고 꽃은 말한다. 우리 인간은 어떠한가? 주기는커녕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 뺏으려 하지는 않는가. 시인은 베풀며 살자고 말한다. 다함께 살자고 말한다. 가을의 경이로운 자연에서 ..

짧은 시 2021.10.12

박희준 짧은 시 하늘 냄새

박희준 짧은 시 하늘 냄새. 짧지만 깊이가 있고 멋있는 시다. 하늘 냄새 /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 ❄출처 : 박희준, 하늘 냄새,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 박희준 시집, 신어림, 1995. 🍎 해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은 어느새 높아져 있다. 가을 하늘이다. 시인은 맑은 사람에게서는 하늘 냄새가 난다고 노래한다. 짧지만 깊이가 있고 멋있는 시다. 이번 가을에는 겸손하고 맑디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은 사람을 만나서 하늘 냄새를 맡아 보고 싶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짧은 시 2021.09.12

허영자 짧은 시 감

허영자 짧은 시 감. 시인들이 뽑은 애송 명시다. 감 /허영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출처 : 허영자, 감, 모순의 향기, 시인생각, 2013. 🍎 해설 누구나 늙어가는 것을 한탄한다. 그러나 시인이 보는 눈은 다르다. 젊은 날의 방황, 고뇌, 좌절을 극복하고 성숙해져 가는 인간의 삶을 붉은 감의 이미지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짧지만 깊이가 있다. 한 영국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젊기는 쉽다./모두 젊다, 처음엔. 그러나 생각해 보면 늙기는 쉽지 않다. 떫고 비리던 맛을 없애가는 아픔과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이 시는 한국시인협회 주관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짧은 시 2021.06.22

나태주 짧은 시 두 여자

두 여자 /나태주 한 여자로부터 버림받는 순간 나는 시인이 되었고 한 여자로부터 용납되는 순간 나는 남편이 되었다. 🍏해설 나태주 시인은 이 시가 자기체험에서 탄생되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시인은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 때 초등학교 부근 동사무소에 근무하던 여직원과 첫사랑에 빠졌다. 그 첫사랑 여인에게 잘 보이려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첫사랑과 아쉽게 헤어졌다. 충격을 받고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다. 그 후 다른 연애없이 중매로 만난 여인과 결혼하였다. 그렇다면 당신의 첫사랑의 여인은 당신을 무엇이 되게 했습니까?또는 당신의 첫사랑의 남자는 당신을 무엇이 되게 했습니까?

짧은 시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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