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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짧은 시 감. 시인들이 뽑은 애송 명시다.
감
/허영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출처 : 허영자, 감, 모순의 향기, 시인생각, 2013.
🍎 해설
누구나 늙어가는 것을 한탄한다. 그러나 시인이 보는 눈은 다르다. 젊은 날의 방황, 고뇌, 좌절을 극복하고 성숙해져 가는 인간의 삶을 붉은 감의 이미지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짧지만 깊이가 있다.
한 영국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젊기는 쉽다./모두 젊다, 처음엔. 그러나 생각해 보면 늙기는 쉽지 않다. 떫고 비리던 맛을 없애가는 아픔과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이 시는 한국시인협회 주관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 명시로 선정되었다.
🌹 고은 시인의 감상문
상고시대 여성시 '공후의 노래' 의 여옥을 잇는 일은 쓸쓸했다.
근대 여성시로 좀 메워져 가고 있다.
허영자 (許英子)에 이르러 허난설헌의 정서나 재질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의 한국 여성시 3세대쯤이다.
가을날 잎새 뒤 남겨진 붉은 감 몇 개 달린 풍경으로 인생을 다 말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진작 허영자의 시가 익어버렸구나. 객기가 좀 있으련만….
- 고은 시인의 언론 기고문에서 발췌.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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