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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52

문정희 산티아고 순례길

문정희 산티아고 순례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 명시.산티아고 순례길/문정희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은나뿐인가하늘 아래 가득한 질문 하나 🍒 ❄출처 : 문정희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 아침달, 2025. 🍎 해설유명한 포르트칼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찾는 전 세계 여행자 중 한국인이 숫자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한국인들도 아주 좋아하는 성지 순례길이다. 수백㎞를 걸어 종착점에 도달한 이에게 가장 절박한 언어가 무얼까,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은가, 이런 질문이다. ‘내가 누구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지?’하는 질문을 갖게 된다. 이때 이 시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시 대답이다. 이 시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종착지의 한 대학 정원에 돌로 만든 시비로 세워져 있다. 나를 만날 ..

짧은 시 2025.05.15

박소란 주소

박소란 주소. 버스 종점에 사는 사람들.주소/박소란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 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 ❄출처 : 박소란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 2015. 🍎 해설서울에서도 변두리 그러고도 산비탈 꼭대기……, 종점, 가난했다는 말이다.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배제당했다고 느껴도 좋다. 자신의 삶을 위한 길일때엔 슬며시 비켜 있어도 좋다. 오는 저녁의 종점은 내일 아침엔 시발점이다.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돌아 보면서 살면 된다.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 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짧은 시 2025.05.12

윤효 죽비

윤효 죽비. 자아 성찰의 짧은 시.죽비/윤효복도로 나가서 꿇어앉아종이 울릴 때까지 왜 그랬는지 까맣게 잊었지만 아직도 울리지 않고 있는그 종. 🍒 ❄출처 : 윤효 시집, 『참말』, 시학, 2014. 🍎 해설*죽비(竹篦): 불교에서 장시간 참선으로 심신이 흐트러질 경우 정신을 깨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다. 대개는 법을 전하는 자리에서 직접 손으로 죽비를 쳐서 소리로 수도승이 정신을 환기하도록 유도하거나 직접 수도승을 때려서 정신을 차리도록 한다. 대나무 가운데를 세로로 잘라 만들거나 아니면 대나무를 반으로 쪼갠 것을 맞대어 붙여 만들기도 한다. 두 쪽의 맨 윗부분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을 주면 소리가 크게 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참선 중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윤효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

짧은 시 2025.05.08

조영심 그리움

조영심 그리움.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짧은 시.그리움/조영심소리 없이 와도네 소리가 가장 크다 🍒 ❄출처 : 조영심 시집, 『그리움의 크기』, 지혜, 2020. 🍎 해설그리움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움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우리를 찾아오지만, 우리를 흔드는 힘이다.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드는 원천적 힘이다. 그리움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 막으면 막을수록 더 큰 소리로 심장을 딛으며 온다. 그리움의 대상이 멀리 있을수록 크다.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짧은 시다. 소리 없이 와도네 소리가 가장 크다

짧은 시 2025.05.02

함민복 마음은행

함민복 마음은행. 당신 마음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죠?마음은행/함민복내 마음을 당신 마음에 자꾸 저축하고 싶어요당신 마음 전부를 내 마음에 예치하고 싶어요 내 마음속에는 내 마음보다 당신 마음이 더 많아요당신 마음속에도 당신 마음 보다 내 마음이 더 많은가요 당신 마음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죠?내 마음의 비밀번호는 이제 당신이랍니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꽃봇대』, 대상미디어. 2011. 🍎 해설함민복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

짧은 시 2025.04.27

나태주 무인도

나태주 무인도. 주말 과부 만들지 말라.무인도/나태주바다에 가서 며칠섬을 보고 왔더니아내가 섬이 되어 있었다섬 가운데서도무인도가 되어 있었다. 🍒 ❄출처 : 나태주 대표 시선집, 『풀꽃』, 지혜. 2021. 🍎 해설내 절친 중에 바다낚시광이 한 명 있다. 그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1박2일로 바다낚시를 다녀 온다. 한 밤중에 대절버스를 타야하고 망망대해에서 위험한 낚시를 즐긴다. 중년 여성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힘든 취미 생활이다. 부인은 항상 주말 과부가 된다. 그 친구는 은갈치를 한 박스씩 잡아 오지만 부인은 3일 동안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을 달래 놓는 데 2일 걸린다고 한다. 친구야, 주말에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로 바꾸어라. 그렇지 않으면 주말 홀아비가 되어 버리는 시절..

짧은 시 2025.04.26

반칠환 새 2

반칠환 새 2. 통찰의 짧은 시.새 2/반칠환새들에게 가장 충격인 것은 날아오를 하늘이 없는 것보다내려앉을 대지를 발견 못했을 때라고​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시와시학사, 2012. 🍎 해설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이 짧은 시도 웃음과 해학, 통찰과 시적 직관이 잘 디자인 되어 있다.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놓쳐버린 혹은 일상의 관성에 눈치채지 못하는 섬세..

짧은 시 2025.04.24

윤효 봄 편지

윤효 봄 편지. 은은한 사랑의 서정성. 짧은 시.봄 편지/윤효물푸레 이파리 한 잎 동봉합니다.사발에 띄워 머리맡에 두시기 바랍니다.그대 그리워하는 마음 아직도 그 물빛입니다.푸르스레 번져가는 그 물빛입니다. 🍒 ❄출처 : 윤효 시집, 『햇살방석』, 시학. 2008. 🍎 해설윤효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은은한 서정을 느낀다. 그대 그리워 하는 마음이 아직도 그 물푸레나무 잎의 물빛이라는 표현..

짧은 시 2025.04.23

오일도 내 소녀

오일도 내 소녀. 독자가 완성하는 짧은 명시.내 소녀/오일도(吳一島)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놓고내 소녀 어디 갔느뇨. .......................박사(薄紗)의 아지랭이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 ❄출처 : 오일도 창간, 『시원(詩苑)지』, 1935년.  🍎 해설‘박사(薄紗)’: 비단(生絹)으로 얇게 짠 옷감. 1930년대에 이토록 짧은 서정시가 창조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봄. 산나물을 캐러 온 소녀, 바구니만 나뭇가지에 걸리고 소녀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점선은 이 소녀에 대한 행방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표현이다.  아지랑이가 오늘도 나뭇가지 앞에 그냥 아른거리고 있다.누구에게나 있어왔던 `내 소녀`. 그 내 소녀는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다는 말이냐? 독자가 직접 마음 속..

짧은 시 2025.03.09

나태주 종이컵

나태주 종이컵. 단 한 줄짜리 짧은 시.종이컵/나태주너무 쉽게 버려 미안하구나 🍒 ❄출처: 나태주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밥북, 2018. 🍎 해설단 한 줄 짜리 시로 눈길을 모은다. 쉽고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  시를 다른 장르의 문학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함축성과 여백의 미의 매력을 잘 담고 있는 짧은 시다. 시의 생명은 압축, 리듬, 시적 고뇌에 있다. 놀라웁게도 이 한 줄짜리 짧은 시는 압축, 리듬, 그리고 시적 고뇌를 다 갖추고 있다. 너무 쉽게 버려 미안하구나

짧은 시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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