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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9

조영심 그리움

조영심 그리움.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짧은 시.그리움/조영심소리 없이 와도네 소리가 가장 크다 🍒 ❄출처 : 조영심 시집, 『그리움의 크기』, 지혜, 2020. 🍎 해설그리움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움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우리를 찾아오지만, 우리를 흔드는 힘이다.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드는 원천적 힘이다. 그리움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 막으면 막을수록 더 큰 소리로 심장을 딛으며 온다. 그리움의 대상이 멀리 있을수록 크다.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짧은 시다. 소리 없이 와도네 소리가 가장 크다

짧은 시 2025.05.02

함민복 마음은행

함민복 마음은행. 당신 마음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죠?마음은행/함민복내 마음을 당신 마음에 자꾸 저축하고 싶어요당신 마음 전부를 내 마음에 예치하고 싶어요 내 마음속에는 내 마음보다 당신 마음이 더 많아요당신 마음속에도 당신 마음 보다 내 마음이 더 많은가요 당신 마음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죠?내 마음의 비밀번호는 이제 당신이랍니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꽃봇대』, 대상미디어. 2011. 🍎 해설함민복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

짧은 시 2025.04.27

나태주 무인도

나태주 무인도. 주말 과부 만들지 말라.무인도/나태주바다에 가서 며칠섬을 보고 왔더니아내가 섬이 되어 있었다섬 가운데서도무인도가 되어 있었다. 🍒 ❄출처 : 나태주 대표 시선집, 『풀꽃』, 지혜. 2021. 🍎 해설내 절친 중에 바다낚시광이 한 명 있다. 그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1박2일로 바다낚시를 다녀 온다. 한 밤중에 대절버스를 타야하고 망망대해에서 위험한 낚시를 즐긴다. 중년 여성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힘든 취미 생활이다. 부인은 항상 주말 과부가 된다. 그 친구는 은갈치를 한 박스씩 잡아 오지만 부인은 3일 동안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을 달래 놓는 데 2일 걸린다고 한다. 친구야, 주말에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로 바꾸어라. 그렇지 않으면 주말 홀아비가 되어 버리는 시절..

짧은 시 2025.04.26

반칠환 새 2

반칠환 새 2. 통찰의 짧은 시.새 2/반칠환새들에게 가장 충격인 것은 날아오를 하늘이 없는 것보다내려앉을 대지를 발견 못했을 때라고​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시와시학사, 2012. 🍎 해설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이 짧은 시도 웃음과 해학, 통찰과 시적 직관이 잘 디자인 되어 있다.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놓쳐버린 혹은 일상의 관성에 눈치채지 못하는 섬세..

짧은 시 2025.04.24

윤효 봄 편지

윤효 봄 편지. 은은한 사랑의 서정성. 짧은 시.봄 편지/윤효물푸레 이파리 한 잎 동봉합니다.사발에 띄워 머리맡에 두시기 바랍니다.그대 그리워하는 마음 아직도 그 물빛입니다.푸르스레 번져가는 그 물빛입니다. 🍒 ❄출처 : 윤효 시집, 『햇살방석』, 시학. 2008. 🍎 해설윤효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은은한 서정을 느낀다. 그대 그리워 하는 마음이 아직도 그 물푸레나무 잎의 물빛이라는 표현..

짧은 시 2025.04.23

오일도 내 소녀

오일도 내 소녀. 독자가 완성하는 짧은 명시.내 소녀/오일도(吳一島)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놓고내 소녀 어디 갔느뇨. .......................박사(薄紗)의 아지랭이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 ❄출처 : 오일도 창간, 『시원(詩苑)지』, 1935년.  🍎 해설‘박사(薄紗)’: 비단(生絹)으로 얇게 짠 옷감. 1930년대에 이토록 짧은 서정시가 창조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봄. 산나물을 캐러 온 소녀, 바구니만 나뭇가지에 걸리고 소녀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점선은 이 소녀에 대한 행방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표현이다.  아지랑이가 오늘도 나뭇가지 앞에 그냥 아른거리고 있다.누구에게나 있어왔던 `내 소녀`. 그 내 소녀는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다는 말이냐? 독자가 직접 마음 속..

짧은 시 2025.03.09

나태주 종이컵

나태주 종이컵. 단 한 줄짜리 짧은 시.종이컵/나태주너무 쉽게 버려 미안하구나 🍒 ❄출처: 나태주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밥북, 2018. 🍎 해설단 한 줄 짜리 시로 눈길을 모은다. 쉽고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  시를 다른 장르의 문학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함축성과 여백의 미의 매력을 잘 담고 있는 짧은 시다. 시의 생명은 압축, 리듬, 시적 고뇌에 있다. 놀라웁게도 이 한 줄짜리 짧은 시는 압축, 리듬, 그리고 시적 고뇌를 다 갖추고 있다. 너무 쉽게 버려 미안하구나

짧은 시 2024.12.18

안도현 겨울 편지

안도현 겨울 편지. 사랑은 더디게 온다. 이게 겨울의 메시지다.겨울 편지/안도현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머지않아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1991. 🍎 해설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인가,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든다.  사랑이란 이렇게 더디게 온다. 매화나무가 힘든 겨울을 이겨내고 어렵게 새 잎을 돋아내듯 사랑은 힘들게 온다.  그러나 사랑은 봄을 앞 둔 겨울의 매화나무처럼 인고의 계절을 거치면 값지게 온다.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머지않아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

짧은 시 2024.11.28

고재종 파안

고재종 파안. 옛날의 농촌 주막과 같은 훈훈한 인정이 그립다.파안/고재종마을 주막에 나가서단돈 오천 원 내 놓으니소주 세 병에두부찌게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그것 나눠 자시고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허허허큰 대접 받았네그려 🍒 ❄출처 : 고재종 시집, 『날랜 사랑』, 창작과비평사, 1995. 🍎 해설*파안 破顔 : 얼굴이 찢어질 정도로 활짝 웃는 것.1995년 경의 농촌 주막 풍경이다. 당시 농사를 짓던 시인이 단돈 5,000원을 내놓는다.  두부찌개 한 냄비에 소주 세 병이면 노인들 몇몇이 그것을 실컷 나눠 마신다. 그리고는 모두들 불그족족한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 받었네 그려!” 라며 몸 둘 바 모르게 칭찬을 했다. 참으로 소박한 모습이다. 단돈 5,000..

짧은 시 2024.11.25

이영광 우물

이영광 우물. 우물이 우리를 올려다 봤다.우물/이영광우물은,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기억하고 있다 🍒 ❄출처 : 이영광 시집, 『나무는 간다』, 창비, 2013. 🍎 해설옛날 시골 동네에는 두레박으로 식수를 푸는 공동 우물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물을 긷기 위해 우물에 모여들었다. 우물가에서 사람들은 이웃집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교류를 했다. 우물은 사람들의 젖줄이었고, 마을의 눈동자였고. 마을 사람들의 역사였다.사람들은 물을 긷다가 문득 우물물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우물을 내려다본 게 아니었다. 우물이 우리를 올려다봤다. 우리의 상처와 고통과 치욕, 그리고 헌신과 ..

짧은 시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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