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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35

반칠환 삶

반칠환 삶. 유머가 있고 긍정의 힘이 있는 짧은 시. 삶 /반칠환 벙어리의 웅변처럼 장님의 무지개처럼 귀머거리의 천둥처럼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반칠환의 짧은 시는 모순이 많은 오늘의 세태를 촌철의 시어들로 꼬집으면서도 웃음과 긍정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짧은 시도..

짧은 시 2023.12.30

복효근 어머니의 힘

복효근 어머니의 힘. 어머니의 힘을 생각하는 촌철의 시.어머니의 힘 /복효근어머니 비가 억수로 내려요 냅둬라 냅뒀다 비가 그쳤다 🍒 ❄출처 : 복효근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시작, 2023. 🍎 해설이 시의 방아쇠는 ‘냅둬라’이다. ‘내버려 두어라’의 호남 사투리다. 어머니의 “냅둬라” 압축된 한 마디가 시를 살리고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데 네가 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게 뭐냐? 너 하고 싶은 일이나 계속 하라. 냅둬라. 어머니의 이 짤막한 한 마디에 어머니의 힘이 들어 있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네가 할 수 있는 일만 뚜벅뚜벅 해라. 세상사 많은 일들 중에는 냅둬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집착이 심해서 냅두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어머니..

짧은 시 2023.12.29

도종환 들국화 2

도종환 들국화 2. 마음을 힐링해 주는 시. 들국화 2 /도종환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 ❄출처 : 도종환 시집, 『사월 바다』, 창비, 2020. 🍎 해설 도종환 시인이 어렵고 외로운 시절에 쓴 시이다. 시인은 가을날 먼 산길에서 피어 있는 들국화를 만난다. 들국화는 봄꽃이 사람들의 관심과 박수를 받을 때 그 주변에 눈에 띄지 않고 머물러 있다. 그러다 먼저 핀 꽃들이 지고 황량하고 쓸쓸해진 들에 늦게 피어난다. 시인은 자신이 그런 들국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시를 썼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인정받고 두각을 나타낼 ..

짧은 시 2023.12.27

반칠환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해학과 통찰의 촌철의 시.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짧은 시 2023.12.26

양광모 인생 예찬

양광모 인생 예찬. 인생 명언과도 같은 짧은 시. 인생 예찬 /양광모 살아 있어 좋구나 오늘도 가슴이 뛴다 가난이야 오랜 벗이요 슬픔이야 한 때의 손님이라 푸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 ❄출처 : 양광모 시집,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이름나무, 2013. 🍎 해설 인생은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고, 조금씩은 부족한 아쉬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시인은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살자고 노래한다. 자연의 흐름에 자신의 삶을 맡겨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가자는 뜻이다. 푸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인생을 불행이라는 감정으로 채색하기보다 삶을 긍정하는 희망의 감정으로 물들이면서 사는 인생 철학. 명언과도 같은 힘찬 시다. 살아 있어 좋구나 오늘도 가슴..

짧은 시 2023.12.25

함민복 짧은 시 성선설

함민복 성선설.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성선설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우울씨의 1일』, 세계사, 1990. 🍎 해설 성선설과 성악설은 진부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주제다. 시인이 성선설을 주장하게 된 근거의 착상이 기발하다. 배 속의 아기들이 어머니 배 속에서 열 달 은혜 입는 것을 헤아려 보려고, 손가락 열 개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내 손가락을 내려다보면서 이 손가락은 어머니의 은혜, 이 손가락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이 나쁘게 살 수가 없다. 이 논리가 성선설 주장의 근거다.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짧고 쉽지만 뇌리에 남는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

짧은 시 2023.12.22

박시교 짧은 시 힘

박시교 짧은 시 힘. 연말에 좋은 시. 힘 /박시교 꽃 같은 시절이야 누구나 가진 추억 그러나 내게는 상처도 보석이다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 아픈 흉터 몇 개 밑줄 쳐 새겨 둔 듯한 어제의 그 흔적들이 어쩌면 오늘을 사는 힘인지도 모른다 몇 군데 옹이를 박은 소나무의 푸름처럼 🍒 ❄출처 : 박시교 시집, 『13월』, 책만드는집, 2016. 🍎 해설 여러분의 삶에만 아픔과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삶에는 아픔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기억은 아픔이 남긴 흔적이다. 그러나 시인은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 아픈 흉터가 오늘을 사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다 저물어 간다. 여러분이 올 한 해 받았던 여러 가지 인생의 상처가, 아픈 흔적들이 새해에는 단단한 흉터가 되기를 기원한다. 우..

짧은 시 2023.12.18

허형만 짧은 시 눈부신 날

허형만 눈부신 날.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눈부신 날/허형만 참새 한 마리 햇살 부스러기 콕콕 쪼아대는 하, 눈부신 날 🍒 ❄출처 : 허형만 시집, 『뒷굽』, 시선사, 2019. 🍎 해설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하겠다”라고 노래하였다. 이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구절에는 윤동주 시인의 생명체에 대한 깊숙한 경외심이 담겨 있다. 겨울 끝자락에서 땅바닥을 기며 피어나는 이름없는 야생화, 햇살 부스러기를 콕콕 쪼아대는 참새 한 마리 앞에서 우리는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을 느낀다. 참으로 눈부신 날이다. 이 생명의 환희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겸손해지고 공손해진다. 눈부신 우주의 신비 앞에서 어찌 겸손해지지 않을 ..

짧은 시 2023.12.17

서윤덕 짧은 시 송년

서윤덕 짧은 시 송년. 송구영신. 짤막한 송년시.송년/서윤덕삼백예순의 나날들 기쁨과 슬픔 아쉼과 홀가분이 섞여있다 우리 함께했기에 좋았던 한 해 설레이며 새해를 맞이하자 🍒 ❄출처:SNS/서윤덕 시인 Instagram@seo_yundeog 🍎 해설어느덧 연말이다. 누구나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이켜 보게 된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아듀 2023년! 단 다섯 줄의 짤막한 구절로 이런 송구영신의 마음을 압축하는 시인의 기지가 대단하다. 이 시를 여러분의 펜 글씨나 서툰 캘리그라피 글씨로 써서 사진으로 여러분의 지인들에게 보내시기를 기대한다 (카톡, 문자메시지). 단순한 FW는 감동이 덜 하다. 서윤덕 시인은 SNS 시인이지만 광고 카피라이터의 재능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

짧은 시 2023.12.15

이외수 짧은 시 빨래줄

이외수 짧은 시 빨래줄. 이외수 특유의 촌철의 짧은 시. 빨래줄 /이외수 왜 당신의 마음은 세탁해서 널어놓지 않나요. 🍒 ❄출처 : 이외수 시집,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쉴 때까지』, 해냄, 2006. 🍎 해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매일 수염을 깎아야 하듯 자신의 마음도 매일 다듬지 않으면 안된다. 한 번 소제했다고 언제까지나 방안이 깨끗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마음을 세탁해서 빨래줄에 널어놓아야 한다. 이외수(李外秀 1946년~2022.4.25. 향년 76세). 소설가이기도 한 이외수 시인은 시가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최상의 방부제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그렇게 살았다. 세상사람들은 이외수를 배철수 닮은 사..

짧은 시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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