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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 7

안도현 봄비

안도현 봄비. 봄비가 내리는 이유는? 봄비 /안도현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댄다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창비, 1997. 🍎 해설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만 입을 갖다 댄다.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한다. 겨우내 추위에 웅크리고 있던 꽃망울은 봄비의 키스 세례를 받고 밖으로 나갈 원동력을 얻는다. 이 세상은 홀로 살 수 없다. 상부상조다.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댄다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짧은 시 2024.04.23

박목월 봄비

박목월 봄비. 봄비 시름을 잊게하는 봄시. 봄비 /박목월 조용히 젖어드는 초(草)지붕 아래서 왼종일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月谷嶺) 삼십리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강마을의 봄비 시름을 장독뒤에 더덕순 담밑에 모란움 한나절 젖어드는 흙담안에서 호박순 새넌출이 사르르 펴난다 🍒 ❄출처 : 박목월 시집, 『박목월 시전집』, 이남호 엮음, 민음사, 2003. 🍎 해설 봄비는 조용히 내린다. 강마을에서 봄비 오는 내내 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리워한다. 그리움에 사무쳐 바라본 곳에는 더덕순과 모란움의 약동이 있다. 집을 둘러막은 흙담 아래에는 호박순이 뻗어가고 있다. 특히 '호박순 새넌출이 사르르 펴난다'는 구절에서는 호박순 새넌출이 피어나는 소리가 사르르 들리는 듯하고 피어나는 그 움직임이 눈에 보이는 것..

짧은 시 2024.04.16

이해인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친구야 너는 아니. 봄비가 내린다. 봄비처럼 고요하게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것도 참 아픈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지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자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좋은시 2024.04.15

신경림 매화를 찾아서

매화를 찾아서 /신경림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 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 ❄출처 : 신경림 시집, 『낙타』, 창비, 2008. 🍎 해설 전남 광양 매화를 보러 갔다 매화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 밤차의 차창 너머로는 달빛이 환하다. 승객들은 지쳐 곤한 잠에 들었다. 시인은 그때에 매화의 향..

좋은시 2024.04.09

이은상 오륙도

이은상 오륙도. 부산의 명물 오륙도. 이은상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 오륙도 /이은상 오륙도五六島 다섯 섬이 다시 보면 여섯 섬이 흐리면 한두 섬이 맑으신 날 오륙도라 흐리락 맑으락 하매 몇 섬인 줄 몰라라. 취하여 바라보면 열 섬이 스무 섬이 안개나 자욱하면 아득한 먼 바다라 오늘은 비 속에 보매 더더구나 몰라라. 그 옛날 어느 분도 저 섬을 헤다 못해 헤던 손 내리고서 오륙도라 이르던가 돌아가 나도 그대로 어렴풋이 전하리라. 🍒 ❄출처 : 이은상 시집, 『노산시조선집』, 민족문화사, 1958. 🍎 해설 오륙도(五六島)는 부산의 명물이다. 오륙도를 이루는 6개 섬 이름도 참 아름답다. 세찬 풍파를 막아주는 방패섬, 소나무가 있는 솔섬, 갈매기 노리고 독수리가 모여드는 수리섬, 모양이 뾰족하게 생긴 송곳..

좋은시 2024.04.05

김영랑 언덕에 누워

김영랑 언덕에 누워. 언덕에 누우면 사모하는 마음이... 언덕에 누워 /김영랑 언덕에 바로 누워 아슬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래다가 나는 잊었읍네 눈물 도는 노래를 그 하늘 아슬하야 너무도 아슬하야 이 몸이 서러운 줄 언덕이야 아시련만 마음의 가는 웃음 한 때라도 없드라냐 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기운 맘 내 눈은 감기었데 감기었데 🍒 ❄출처 : 시문학 창간호(1930년 3월)에 발표.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전집』, 미래사, 1991. 🍎 해설 *바래다가: 바라보다가 즐기운: 즐거운 이 시는 높은 하늘을 보니 눈물의 노래를 잊고 즐거운 마음이 생겼다는 순수 서정시다. 나는 언덕에 바로 누워 높고 높은 푸른 하늘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그 하늘이 너무도 높아 눈물이 핑도는 노..

좋은시 2024.04.02

백석 수라

백석 수라. 일제 강점기 하 가족공동체 해체의 비극. 수라 /백석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잰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 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

좋은시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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