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성우 아직은 연두

무명시인M 2024. 4. 3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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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아직은 연두.

박성우 아직은 연두. 오늘 4월 30일은 연두를 졸업하는 날이다.

아직은 연두

/박성우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
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
기지개를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
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
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
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
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
시시콜콜,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
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
배추 잎을 신 나게 갉아 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
 
❄출처 : 박성우 시집, 『난 빨강』, 창비, 2010.
 

🍎 해설

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이다. 연두를 졸업하고 초록으로 일제히 물들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연두는 슬픔을 모르는 철부지 같은 미완의 색이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희망의 색이다. 인생의 청소년과 같은 색이다.
 
한 시인은 “연두가 연두일 때 연두가 연두였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오늘은 연두하고 오래 눈을 맞추자”고 썼다. 오늘은 연두를 졸업하는 날이다. 오늘은 풋풋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연두와 오래오래 눈을 맞춰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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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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