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찾아서
/신경림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
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
❄출처 : 신경림 시집, 『낙타』, 창비, 2008.
🍎 해설
전남 광양 매화를 보러 갔다 매화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 밤차의 차창 너머로는 달빛이 환하다. 승객들은 지쳐 곤한 잠에 들었다. 시인은 그때에 매화의 향보다 더 강렬한 향기를 맡는다.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한다. 삶과 사람에 대한 강렬한 애정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시다.
벚꽃을 찾아, 진달래꽃을 찾아 이 산 저산을 헤맬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지하철 9호선의 북새통 속에, 인파 속에, 땀냄새 속에 봄과 매화꽃이 있을지 모른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
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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