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매화를 찾아서

무명시인M 2024. 4. 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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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매화를 찾아서. 사진은 전남 광양 매화마을. 광양시청 홈페이지 제공.

매화를 찾아서

/신경림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

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

 

출처 : 신경림 시집, 낙타, 창비, 2008.

 

🍎 해설

전남 광양 매화를 보러 갔다 매화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 밤차의 차창 너머로는 달빛이 환하다. 승객들은 지쳐 곤한 잠에 들었다. 시인은 그때에 매화의 향보다 더 강렬한 향기를 맡는다.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한다. 삶과 사람에 대한 강렬한 애정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시다.

 

벚꽃을 찾아, 진달래꽃을 찾아 이 산 저산을 헤맬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지하철 9호선의 북새통 속에, 인파 속에, 땀냄새 속에 봄과 매화꽃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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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

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사진은 광양 매화마을/ 광양시청 홈페이지 제공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향기가 있어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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