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친구야 너는 아니. 봄비가 내린다. 봄비처럼 고요하게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것도
참 아픈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지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자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
❄출처 : 이해인 시집, 『기쁨이 열리는 창』, 마음산책, 2005.
🍎 해설
무거운 일상, 그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이해인 시인의 위로는 잔잔하면서도 힘차다. 참된 기쁨은 저절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해서 구해야 할 덕목’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예민한 정신으로 깨어 나와 이웃, 일상에 대한 성찰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기쁨을 향한 창이 활짝 열린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기쁨은 우리가 노력해서 구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욕심을 조금만 줄이고 이기심을 조금만 버려도 기쁠 수 있다. 자만에 빠지지 말고 조금만 더 겸손하면 기쁠 수 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하는 교만이나 허영심이 싹틀 때 얼른 기도의 물에 마음을 담그면 기쁠 수 있다.” 시인의 시 정신이다.
이 시도 시인의 그러한 시 정신이 잘 배어 있다.
지금 봄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에 아픔의 눈물 꽃을 피우고 있을, 스스로의 열매를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그 사람이 알아 주었으면 한다.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것도
참 아픈거래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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