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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35

반칠환 딱따구리

반칠환 딱따구리. 재미있는 시.딱따구리/반칠환곡괭일 쓰니 블루칼라 같지만 머리를 쓰니 화이트칼라두 된다우 딱, 딱, 딱- 곡괭이질 하나로 너끈히 장가도 가고 알도 품을 수 있다우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반칠환의 짧은 시는 모순이 많은 오늘의 세태를 촌철의 시어들로 꼬..

짧은 시 2024.01.19

이하석 물잠자리

이하석 물잠자리. 반전의 매력이있는 짧은 시.물잠자리/이하석물잠자리가 어느 풀에 어느 나무에 어느 돌에 어느 물이랑 깊은 곳에 잘 앉는지 소풍 가서 혼자 밥 먹으며 유심히 봅니다 당신은 또, 무심히 날 잊었지요? 🍒 ❄출처 : 이하석 시집, 『부서진 활주로』,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총 59자로 구성돼 있는 이 짧은 시에는 기승전결의 논리가 있다. 마지막에 사실은 물잠자리를 본 것이 아니라 줄곧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 뒤집어지는 전복의 미학과 번뜩임의 섬광 사이에 통찰과 서정의 뿌리를 그대로 응축하고 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시의 대중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만..

짧은 시 2024.01.17

이성복 슬퍼할 수 없는 것

이성복 슬퍼할 수 없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온다. 슬퍼할 수 없는 것 /이성복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 ❄출처 :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 🍎 해설 누구에게나 슬퍼할 수 없고, 슬퍼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온다. 풍뎅이가 한 번 엎어지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소리치고 싶어도 말이 나오지 않는 슬픈 상황, 입이 있어도 그 입이 아무 소용 없는 그런 슬픔이다.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

짧은 시 2024.01.13

나태주 앉은뱅이꽃

나태주 앉은뱅이꽃. 긍휼의 정신을 가지라는 짧은 시.앉은뱅이꽃/나태주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20. 🍎 해설직감적으로는 자연 위에 군림하지 말고 자연을 배려하고 자연을 아끼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면 앉은뱅이꽃처럼 낮은 곳에서 엎드려 사는 사람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짓밟지 말고 항상 긍휼(compassion)의 정신을 가지라는 아름다운 짧은 시다.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짧은 시 2024.01.08

나기철 칠월, 복도에서

나기철 칠월, 복도에서. 청소년은 전 세계의 희망이자 미래다. 칠월, 복도에서 /나기철 열여덟 살 여학생들의 앞가슴이 점점 부풀어오른다 뭐라 해도 인류에게는 희망이 있다 🍒 ❄출처 : 나기철 시집, 『올레 끝』, 서정시학, 2010. 🍎 해설 청소년은 한 나라의 희망이자 미래다. 나아가 전 세계의 희망이자 미래다. 전 세계의 희망인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인은 한 여자고교 칠월, 복도에서 제자 여학생들의 눈에 띄는 성장을 보고 이를 느꼈다. 🌹 짧은 시를 쓰는 이유 우리는 짧고 야무진 시를 쓰고자 합니다. 찰지고 단단한 시를 쓰고자 합니다. 그 몇 줄의 시행 속에 깊고 아득한 울림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시의 진면목과 마주서고자 합니다...

짧은 시 2024.01.07

반칠환 까치집

반칠환 까치집. 임대차 계약으로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하지만...까치집/반칠환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접착제 하나 붙이지 않고,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했다 구들장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 ❄출처 : 나태주, 반칠환, 서정춘, 윤효, 함민복, 『일편단시』, &(앤드), 2021. 🍎 해설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

짧은 시 2024.01.06

함민복 그늘 학습

함민복 그늘 학습. 마음공부를 하는 방법. 그늘 학습 /함민복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 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 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부딪히니 나무 그늘에 좀 더 앉아 있어야겠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2012. 🍎 해설 구약성경 잠언 16장 32절은 이렇게 말한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용사보다 낫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성을 정복하는 자보다 낫다.” 그렇다. 행복과 불행도 모두 마음에 달려 있다. 뻐꾸리와 꾀꼬리 새소리는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부딪힌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일만 한 마음공부가 또 어디 있겠는가. 마음에서 서로 부딪히던 소리들도 그..

짧은 시 2024.01.04

서정춘 30년 전- 1959년

서정춘 30년 전- 1959년. 밥이 곧 삶인 시대의 어버이의 마음.30년 전-1959년 겨울/서정춘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 ❄출처 : 서정춘 시집, 『죽편 竹篇』, 황금알, 2023. 🍎 해설이 시의 부제로 붙은 1959년 무렵은 밥이 곧 삶이었다. 굶주려서 밥을 먹으려고 고향을 떠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한 말이다. 혹시 고향을 떠난 아들이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부모형제가 보고파 돌아올까 싶어 다짐을 받는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는 것은 바로 그런 다짐이다.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 그 곳이’ 바로 고향이라고 말한다.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이 생기면 그곳을 너의 고향으로..

짧은 시 2024.01.03

반칠환 갈치조림을 먹으며

반칠환 갈치조림을 먹으며. 역지사지의 정신이 함축되어 있는 짧은 시. 갈치조림을 먹으며 /반칠환 얼마나 아팠을까? 이 뾰족한 가시가 모두 살 속에 박혀 있었다니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반칠환의 짧은 시는 모순이 많은 오늘의 세태를 촌철의 시어들로 꼬집으면서도 웃음과..

짧은 시 2024.01.02

서윤덕 약손

서윤덕 약손. 마음이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약손/서윤덕당신의 체온 그대로가 내 몸에 약이 되었습니다 그 포근함이 그립습니다 🍒 ❄출처:SNS/서윤덕 시인 Instagram@seo_yundeog 🍎 해설보통 아픈 곳을 만지면 낫는다고 하여 어루만져 주는 손을 약손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마음이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 이럴 때 가만히 손을 잡아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고마운 사람들. 단 세 줄의 짤막한 구절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시인의 기지가 대단하다. 각 기관에서는 시인의 짧은 시를 내거는 글판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도 종종 한다. 서윤덕 시인은 SNS 시인이지만 광고 카피라이터의 재능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 경동보일러의 “여보 아버님댁에 ..

짧은 시 20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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