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수필

피천득 여성의 미

무명시인M 2022. 12. 1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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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여성의 미.

피천득 수필 여성의 미. 여성이 젊게 보이고 싶다면. 그 비결은?

여성의 미

/피천득

나의 여인의 눈은 태양과 같지 않다. 산호는 그녀의 입술보다 더 붉다.”

 

이것은 셰익스피어의 정직한 말이다. 하기야 뺨이 눈같이 희다고 그리 아름다운 것도 아니요, 장미 같다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애인의 입술이 산호같이 붉기만 하여도 그리 좋을 것이 없고, 그의 눈이 태양같이 비친다면 큰일이다.

여성은 칠하고 바르고 문지르고 매일 화장을 한다.

여성들이 얼굴을 위하여 바치는 돈과 시간과 정성은 민망할 정도로 막대하다. 칠하고 바르고 문지르고 매일 화장을 한다. 하기야 돋보이겠다는 이 수단은 죄 없는 허위다. 그런데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젊은 얼굴이라면 순색 그대로가 좋다. 찬물로 세수를 한 젊은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늙은 얼굴이라면 남편이 코티 회사 사장이라도 어여뻐질 수는 없는 것이다.

 

인형같이 예쁘다는 말은 사람이 아니오, 만들어 놓은 물건이란 말이다. 여성은 물건이 아니오 사람이다. 단지 얼굴이나 몸의 부분적인 생김생김만이 미가 될 수는 없다. 미스 아메리카와 같이 인치파운드로 미가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의 미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

여성의 미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 맑고 시원한 눈, 낭랑한 음성, 처녀다운 또는 처녀 같은 가벼운 걸음걸이, 민활한 일솜씨, 생에 대한 희망과 환희, 건강한 여인이 발산하는, 특히 젊은 여인이 풍기는 싱싱한 맛, 애정을 가지고 있는 얼굴에 나타나는 윤기, 분석할 수 없는 생의 약동, 이런 것들이 여성의 미를 구성한다.

비너스의 조각보다는 이른 아침에 직장에 가는 영이가 더 아름답다.

비너스의 조각보다는 이른 아침에 직장에 가는 영이가 더 아름답다. 종달새는 하늘을 솟아오를 때 가장 황홀하게 보인다. 그리고 종달새를 화려한 공작새보다도 나는 좋아한다. 향상이 없는 행복을 생각할 수 없는 것같이 이상에 불타지 않는 미인을 상상할 수는 없다. 양귀비나 크레오파트라는 요염하고 매혹적인 여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평화와 행복을 약속하는 건전한 미는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나라를 기울여뜨리고 자신들을 망하게 하였다. 참다운 여성의 미는 이른 봄 같은 맑고 맑은 생명력에서 오는 것이다.

다만 착하게 살아 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시인 키이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하였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자체가 스러져 없어지는 것을 어찌하리오. 아무리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도 청춘의 정기를 잃으면 시들어버리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여 나는 사심이 넘은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드물게 본다. ‘원숙하다또는 곱게 늙어간다.’라는 말은 안타까운 체념이다. 슬픈 억지다. 여성의 미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약방문은 없는가 보다. 다만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희망, 그런 것들이 미의 퇴화를 상당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피천득 수필집, 인연, 민음사, 2018.

 

🍎 해설

피천득 시인의 수필은 한 편의 산문적인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수필을 수필이 아니라 산문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수필도 한 편의 산문시와 같은 느낌을 준다. 여성의 미를 과장없이 산골물 흘러가듯이 묘사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다음 구절을 암송하여 실천하시기 바란다.

여성의 미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 맑고 시원한 눈, 낭랑한 음성, 처녀다운 또는 처녀 같은 가벼운 걸음걸이, 민활한 일솜씨, 생에 대한 희망과 환희, 건강한 여인이 발산하는, 특히 젊은 여인이 풍기는 싱싱한 맛, 애정을 가지고 있는 얼굴에 나타나는 윤기, 분석할 수 없는 생의 약동, 이런 것들이 여성의 미를 구성한다.”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여성 독자들은 시인의 마지막 결론을 암송하여 실천해 보시기 바란다.

여성의 미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약방문은 없는가 보다. 다만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희망, 그런 것들이 미의 퇴화를 상당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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