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시

투르게네프 명시 거지

무명시인M 2024. 1. 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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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거지.

투르게네프 명시 거지.  적선한 자도 적선을 받는다.

거지

/ 투르게네프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늙은 거지 한 사람이 나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눈물어린 붉은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아아, 가난이란 어쩌면 이다지도 잔인하게 이 불행한 사람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풀은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했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를 모조리 뒤져 보았다…… 지갑도 없고 시계도 없고 손수건마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외출을 했던 것이다. ‘이를 어쩌나……'
 
그러나 거지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고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거지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미안하오, 형제여, 내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는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쳐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문득 그 때 깨달았다. ― 거꾸로 이 형제에게서 내가 적선을 받았다는 사실을……. 🍒
 

The Beggar by Ivan Turgenev

I was walking along the street… I was stopped by a decrepit old beggar.
 
Bloodshot, tearful eyes, blue lips, coarse rags, festering wounds…. Oh,
how hideously poverty had eaten into this miserable creature!
 
He held out to me a red, swollen, filthy hand. He groaned, he mumbled of
help.
 
I began feeling in all my pockets…. No purse, no watch, not even a
handkerchief…. I had taken nothing with me. And the beggar was still
waiting… and his outstretched hand feebly shook and trembled.
 
Confused, abashed, I warmly clasped the filthy, shaking hand… 'Don't be
angry, brother; I have nothing, brother.'
 
The beggar stared at me with his bloodshot eyes; his blue lips smiled; and
he in his turn gripped my chilly fingers.
 
'What of it, brother?' he mumbled; 'thanks for this, too. That is a gift
too, brother.'
 
I knew that I too had received a gift from my brother. 🍒
 
❄출처 : Ivan Sergeevich Turgenev(1818~1883)/ 러시아의 시인 겸 소설가의 1878년 산문시 작품, 영역본 Ivan Sergeevich Turgenev, Poems in Prose: In Russian and English Paperback, Intl Universities Pr Inc, 1951.
 

🍎 해설

부유층 한 사람이 추운 겨울날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그의 앞에 늙은 거지 한 사람이 나타나 구걸을 청한다.
 
거지에게 주려고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아무 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대신 손을 잡아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오히려 거지는 그같이 자신의 손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적선’을 받았다고 감사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돌아서면서 생각해보니 자신이 거꾸로 그 거지로부터 더 많은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긍휼과 자비의 정신이 진정 필요한 춥고 배고픈 한 겨울철이다.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보는 마음의 긍휼의 정신이 필요하다. 긍휼은 주는 물질의 크기 못지 않게 긍휼이라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긍휼은 받는 자 못지 않게 주는 자에게도 행복을 선물한다. 적선한 자도 적선을 받는다.
 
우리는 여기에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4막1장, 여주인공 포오셔 Portia의 유태인 상인 Shylock. “On what compulsion must I? tell me that.”(내가 강제로 왜 그걸 해야합니까?)에 대한 대답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긍휼과 자비의 본질은 강요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대지 위로 내리는 고마운 비와 같습니다. 이것은 이중의 축복으로 베푸는 자와 받는 자를 동시에 축복해줍니다. 이것은 가장 위력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지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고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거지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미안하오, 형제여, 내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문득 그 때 깨달았다. ― 거꾸로 이 형제에게서 내가 적선을 받았다는 사실을…….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거지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거지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것만으로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그 때 깨달았다. 거꾸로 이 형제에게서 내가 적선을 받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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