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일석 이희승 짧은 시 벽공

무명시인M 2023. 11. 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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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 이희승 벽공.

일석 이희승 짧은 시 벽공. 한 폭의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명시조.

벽공(碧空)

/일석 이희승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淸淨無垢)를
드리우고 있건만. 🍒
 
❄출처 : 이희승 시집, 『박꽃』, 백양당, 1947.
 

🍎 해설

* 제목인 ‘벽공(碧空)’이란 ‘푸른 하늘’을 말하며 ‘청정무구(淸淨無垢)’란 ‘맑고 깨끗하여 때가 하나도 없음’을 뜻한다.
 
역사에 남는 국어학자인 일석(一石) 이희승(李熙昇) 교수가 쓴 명시조다.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데, 하늘의 티없이 맑고 깨끗함을 예찬함으로써 혼탁한 세속을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이 시조는 매우 감각적이다. 한 폭의 수채화다.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은 손톱으로 가볍게 튀겨도 ‘쨍 소리’를 내며 금이 갈 것 같고(초장), 새파란 가을 하늘은 살짝만 만져도 넘쳐 날 것 같은 잔잔함과 풍요로움(중장)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없이 맑고 깨끗하여 한 점 티끌도 없는 명경지수와 같은 상태이다(종장)
 
마지막에 ‘드리우고 있건만’이란 말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이기적이고 이해타산만 앞세우는 혼탁한 사회에 대한 무언의 비판을 은근히 담았다.
 

🌹 일석 이희승 시인

이희승(1896-1990)의 호는 일석(一石). 시인, 수필가, 국문학자이다. 경성제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42년에는 일제의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해방 때까지 만 3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하였다.
 
우리말을 갈고 닦는데 평생을 몸바쳐 왔으며 국어학의 태두였다. 서울대 재직 중 『조선어학논고』 『국어학개설』 『국어대사전』 등 국어학 연구의 고전을 저술했으며, 50년대 말부터는 외솔 최현배와 문법 논쟁을 벌여 국어 학계에 양대 학맥을 이루었다.
 
국어학자로서 시와 수필을 썼다. 시집으로 <박꽃>(1947), <심장의 파편>(1956)과 『딸각발이』 『벙어리냉가슴』 등 유명한 수필도 남겼다. 반공민족주의자로서 평생동안 소박하고 중용적인 인생 태도를 견지하였다.
 
* 여담: 이희승 작가의 호가 일석(一石: 하나의 돌)이므로 독일어로 번역하면 'Ein Stein(아인슈타인)'이 된다. 일석의 가까운 친구들이 "자네가 한국의 아인슈타인이란 말인가?” 하고 놀려댔다. 사실은 이화여전 동료 교수였던 시인 정지용이 일석이란 아호를 지어줬다. 아인슈타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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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를 드리우고 있건만.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듯,
저렇게 청정무구를 드리우고 있건만.
벽공.
푸른 하늘과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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