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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김초혜 짧은 시 병상일지 5

김초혜 짧은 시 병상일지 5.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병상일지 5 /김초혜 봄이여 눈을 감아라 꽃보다 우울한 것은 없다 🍒 ❄출처 : 계간 2002년 겨울호. 🍎 해설 태백산맥 조정래 작가의 아내 김초혜 시인의 짧은 시다. 봄은 꽃의 계절이다. 그런데 시인은 봄에게 꽃을 보지 말라고 말한다. 꽃에서 ‘우울’을 보았기 때문이다. 꽃은 곧 시들게 마련이다. 만개한 꽃 속에서 꽃의 죽음 즉 우울을 본 것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때로는 시적 시각을 기르자. 마찬가지 논리로 우리는 고난에서 기쁨과 희망을 발견하는 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하자. 사랑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친구에게 ‘봄이여 눈을 감아라/ 꽃보다/ 우울한 것은 없다’라는 시를 읽어 주시기 바란다. 봄이여 눈을 감아라 꽃보다..

짧은 시 2023.09.16

윤동주 짧은 시 사과

윤동주 짧은 시 사과. 일제에 대한 비판정신과 민족사랑. 사과 /윤동주 붉은 사과 한 개를 아버지 어머니 누나, 나, 넷이서 껍질채로 송치까지 다 ― 나누어 먹었소. 🍒 ❄출처 : 윤동주 시집,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스타북스, 2019. 🍎 해설 *송치: '속, 고갱이'의 방언. 여기서는 사과 씨가 박혀 있는 딱딱한 부분을 말한 것.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대체로 다음 두 가지 이미지를 떠 올리게 된다. 첫째, 가난 속에서도 사과 한 개를 껍질부터 속까지 남김없이 함께 나누어 먹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 생각난다. 둘째, 사과 한 개를 온 가족이 송치까지 먹는 장면을 그림으로써 민족을 극심한 가난으로 몰아 넣었던 일제에 대한 비판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 동시는 윤동주 시인이 ..

짧은 시 2023.09.14

이문재 짧은 시 어제 죽었다면

이문재 짧은 시 어제 죽었다면. 내가 어제 죽었다고 생각하면....어제 죽었다면/이문재질문을 바꿔야 다른 답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바꿔보자 만일 내가 내일 죽는다면, 말고 어제 내가 죽었다면, 으로 내가 어제 죽었다고 상상해보자 만일 내가 어제 죽었다면 🍒 ❄출처 :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해설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살고 있다. 시인은 느닷없이 만일 내가 내일 죽는다면?이라고 하지 말고 어제 내가 죽었다면?이라고 질문을 바꿔 자기자신에게 조용히 물어 보라고 한다. 사망한 날, 어느 대학병원 영안실일까? 급히 빈소가 차려지고 가족과 친척이나 친구들 몇 명이 문상을 와서 나에 대한 추억을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자신들..

짧은 시 2023.09.13

이시영 짧은 시 화살

이시영 짧은 시 화살. 꿀과 침을 동시에 가진 촌철의 시.화살/이시영새끼 새 한 마리가 우듬지 끝에서 재주를 넘다가 그만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먼 길을 가던 엄마 새가 온 하늘을 가르며 쏜살같이 급강하한다 세계가 적요하다 🍒 ❄출처 : 이시영 시집, 『긴 노래 짧은 시』, 창비, 2009. 🍎 해설*우듬지: 나무의 맨 꼭대기의 줄기 *적요하다: 적적하고 고요하다 자기의 피와 살을 나눈 자신의 새끼에 대한 사랑. 그것은 모든 생물에게 있어서 가장 원천적인 굳센 힘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최후의 순간까지 변하지 않는 것은 모성애다. 절박한 모성애가 발동되는 순간 너무나 엄숙하여 세계는 숨죽인 듯이 고요해질 뿐이다. 이 짧은 시는 꿀과 침을 동시에 가진 촌철의 메타포어와 냉철한 카메라로 포착한 유머러스하면..

짧은 시 2023.09.07

이철환 짧은 시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이철환 짧은 시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힘든 순간순간 응원가가 되어줄 수 있는 촌철의 시.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이철환 오랜 시간 아픔을 통해 나는 알게 됐다 아픔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람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들을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 🍒 ❄출처 : 이철환 산문집, 『반성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 해설 우리 모두는 이러 저러하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힘든 순간순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다시 살아간다. 이 시는 힘든 순간순간 응원가가 되어줄 수 있는 촌철의 시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바람 불지 않는 인생은..

짧은 시 2023.09.04

안도현 짧은 시 나그네

안도현 짧은 시 나그네. 자신의 삶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나그네/안도현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 되어 내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싶다』, 푸른숲, 1991. 🍎 해설시인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다해서 길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대를 찾아 길을 걷게 하는 힘은 ‘끝없는 그리움’이라고 노래한다. 끝없는 그리움이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만나는 희망일 수도 있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다. 시인이 전교조 해직교사로서의 쓰라린 경험을 한 후에 쓴 시라서 약간의 정치적 메타포어가 숨..

짧은 시 2023.08.30

하금주 짧은 시 만남1

하금주 짧은 시 만남1.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제3화의 시. 만남1 /하금주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준 네가 고맙다 ​많이 밟힌 여정 한번도 주목 받지 못한 시선 너를 만남으로 나를 새롭게 만난다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준 네가 고맙다 🍒 ❄출처 : 하금주 시집, 『언제나 너를 위로해 줄게』, 문예운동사, 2012. 🍎 해설 ​자신이 아주 힘들 때, 누군가 나를 꽃으로 대해 준 사람, 많이 밟힌 내 여정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사람. 그 사람만큼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 내가 힘들고 추울 때 누군가 나를 그렇게 대해 주길 바라지만 반대로 내가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꽃으로 대할 수 있게 노력도 하라는 자기성찰의 시다. 이 시는 tvN에서 2018년에 방영..

짧은 시 2023.08.29

정호승 짧은 시 여름밤

정호승 짧은 시 여름밤. 동화같이 예쁜 시. 여름밤 /정호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 ❄출처 : 정호승 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열림원, 2002. 🍎 해설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시인은 “살아가기 힘들 때마다 어머니의 합죽한 미소를 떠올린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여름밤 어머니와 마당의 평상에 앉아 달과 별을 바라보며 함께 음식을 먹는다. 사랑하는 어머니는 안타깝게도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신 듯 하다. 어머니를 그리면서 상추쌈에 달과 별을 싸서 어머니에게 드린다는 동화같이 예쁜 여름밤의 시다.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밤엔 상추잎에 ..

짧은 시 2023.08.27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움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움. 오늘 여러분은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이었습니까? 아름다움 /나태주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은 아름답다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는 아름답다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은 아름답다 쓰일 곳에 쓰인 인간의 말 또한 아름답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하늘의 서쪽』, 토우, 1983. 🍎 해설 오늘도 자기성찰의 시간을 잠시 가져 볼까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까? 오늘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이었습니까?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였습니까?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이었습니까? 특히 쓰일 곳에 쓰인 말만 하셨습니까? 말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쓰는 말이 당신의 아름다움의 원천입니다. 놓일 곳에..

짧은 시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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