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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오규원 짧은 시 봄과 나비

오규원 짧은 시 봄과 나비. 상상력을 총동원하게 만드는 짧은 시.봄과 나비/오규원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 ❄출처 : 오규원 시집, 『두두』, 뮨학과지성사, 2008. 🍎 해설팬fan이 많은 오규원 시인(1941~2007)의 짧은 시다. 나비는 왜, 바람과 비와 햇빛과 침묵 속에 있는 뜰의 돌을 급하게 껴안았던 것일까. 뜰의 돌은 왜, 날개를 펄럭이며 새 봄을 즐기는 나비를 애타게 불렀던 것일까.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할 시다. 오규원 시인은 이렇게 해설한다. “제발 내 시 속에 와서 머리를 들이밀고 무엇인가를 찾지 마라. 내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것은 없다. 이우환 식으로 말해,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읽으라. 어떤 느낌을 주거나 사유케 하는 게 있다면 그곳의 존재가..

짧은 시 2023.05.23

정호승 짧은 시 당신에게

정호승 짧은 시 당신에게.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다. 당신에게 /정호승 오늘도 당신의 밤하늘을 위해 나의 작은 등불을 끄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별들을 위해 나의 작은 촛불을 끄겠습니다. ❄출처 :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작과비평사, 1997. 🍎 해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나의 하늘이고 별인 당신만이 빛나도록 나의 작은 등불이나 작은 촛불은 다 꺼리겠습니다.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시다. 오늘도 당신의 밤하늘을 위해 나의 작은 등불을 끄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별들을 위해 나의 작은 촛불을 끄겠습니다.

짧은 시 2023.05.21

김준태 짧은 시 달팽이 뿔

김준태 짧은 시 달팽이 뿔. 우리는 누군가를 받아치기 위해 뿔을 번쩍인다. 달팽이 뿔 /김준태 누군가를 받아치기 위해서 머리 꼭대기에 솟아 있는 것은 아니리 나무숲, 우리의 갈 길을 찾기 위해 두리번 두리번거리는 달팽이 뿔, 오 고은 살 안테나! 🍒 ❄출처 : 김준태 시집, 『달팽이 뿔』, 푸른사상, 2014. 🍎 해설 달팽이의 눈과 더듬이 역할을 하는 연한 촉수를 시인은 단호하게 뿔이라고 명명한다. 어떤 뿔인가? 지금 우리는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누군가를 받아치기 위해 필요한 뿔을 저마다 번쩍이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조용히 호소하고 있다. 그 뿔은 누군가를 받아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걸어 갈 상생의 길을 찾는 고은 살 안테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짧은 시 2023.05.20

반칠환 먹은 죄

반칠환 먹은 죄.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 먹은 죄 /반칠환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은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슬퍼도 적막한, 푸른 숲 속의 일이다 🍒 ❄출처 : 반칠환 시집, 『전쟁광 보호구역』,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

짧은 시 2023.05.19

반칠환 짧은 시 노랑제비꽃

반칠환 짧은 시 노랑제비꽃.. 짧지만 의표를 찌르는 삶의 통찰. 노랑제비꽃 /반칠환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짧은 시도 삶의 지혜, 통찰과 시적 직관이 잘 디자인 되어 있다. 산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짧은 시 2023.05.15

반칠환 짧은 시 웃음의 힘

반칠환 짧은 시 웃음의 힘. 웃음과 해학, 촌철의 짧은 시. 웃음의 힘 /반칠환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짧은 시도 웃음과 해학, 통찰과 시적 직관이 잘 디자인 되어 있다. '넝쿨 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도둑이..

짧은 시 2023.05.13

함민복 짧은 시 짝사랑

함민복 짧은 시 짝사랑. 짧은 짝사랑시. 짝사랑 /함민복 반딧불은 얼마나 별을 사모하였기에 저리 별빛에 사무쳐 저리 별빛이 되어 스-윽, 스-윽, 어둠 속을 나는가 🍒 ❄출처 :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작과 비평사, 1999. 🍎 해설 함민복 시인의 시는 손등에 와닿는 햇살처럼 따사롭고 옷깃을 스치고 가는 바람처럼 쓸쓸하다. 그의 시의 미소 속에는 천진하게 웃고 있는 깨달음의 경계가 번득인다. 이 짧은 사랑시도 그렇다. 그대는 내가 보낸 사랑에 대한 응답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대를 사무치게 그리워 한다. 반딧불은 어둠 속에서도 사모하는 별을 닮아가기 위해 빛을 낸다. 오늘 밤에도 별빛을 내며 사모하는 별을 향해 스-윽, 스-윽, 어둠 속을 날고 있다. 별이 총총히 보..

짧은 시 2023.05.12

용혜원 짧은 시 가로등

용혜원 짧은 시 가로등. 그리움에 관한 아주 짧은 시. 가로등 /용혜원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눈동자만 남았을까 ❄출처 : 용혜원 시집, 『용혜원 짧은 시』, 책만드는집, 2018. 🍎 해설 용혜원 시인은 쉬운 일상적인 시어를 선택하여 독자에게 친밀하게 다가간다. 시인은 언어를 꼬거나 뒤트는 작업 없이, 사랑의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쓸쓸함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한편 그는 끊임없는 사랑시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시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도 아주 쉬운 시어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을 표현한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사랑하는 이가 오지 않기에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는 길목을 밝혀주려고 눈동자를 환하게 밝히다 보니 가로등엔 그렇게 눈동자만 남았다. 시인은 사랑과 그리움의 절실한 감정을 가..

짧은 시 2023.05.09

김용택 짧은 시 오월

김용택 짧은 시 오월. 오동나무 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오월 /김용택 연보라색 오동꽃 핀 저 화사한 산 하나를 들어다가 "이 산 너 다 가져" 하고 네 가슴에 안겨주고 싶다. 🍒 ❄출처 : 김용택 시집, 『속눈썹』, 마음산책, 2011. 🍎 해설 오동나무 꽃은 5월에 아주 짧게 핀다. 그래서 도시인들은 오동꽃을 거의 못 보고 지낸다. 나도 본 적이 없다. 인터넷으로 보니까 연보라색 오동꽃이 아주 아름답다. 무엇이 부끄러운지 꽃봉오리가 아래만 쳐다보고 있다. 5월의 산에서는 오동꽃이 5월의 상징이다. 김용택 시인은 평생 자연과 함께 살면서 사랑을 노래한다. 그는 사랑과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사랑 말고 우리가 노을 아래 엎디어 울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고 그는 말한다. ‘연보라색 오동꽃 핀/ 저..

짧은 시 2023.05.03

임영준 짧은 시 5월의 초대

임영준 짧은 시 5월의 초대.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5월의 시. 5월의 초대 /임영준 입석밖에 없지만 자리를 드릴게요 지나가던 분홍바람에 치마가 벌어지고 방싯거리는 햇살에 볼 붉힌답니다 성찬까지 차려졌으니 사양 말고 오셔서 실컷 즐기시지요. 🍒 ❄출처 : 임영준 시집,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 현대시문학사, 2008. 🍎 해설 유모러스하게 시작한다. 초대를 하는데 입석밖에 없다고 한다. 5월의 바람은 훈훈하기보다 신선하다. 가끔 치마를 벌어지게 한다. 5월의 햇빛은 4월의 햇빛처럼 가냘프지 않고 풍만하다. 가끔 볼을 붉히게 만든다. 들과 산이 푸른 빛깔 속에 담뿍 젖어 있다. 녹음 아래 달 콤한 라일락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한 상을 차려 놓았다. 이보다 맛있고 아름다운 성찬이 어디 있겠는가? 그 ..

짧은 시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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