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반칠환 먹은 죄

무명시인M 2023. 5. 19.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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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먹은 죄.

반칠환 먹은 죄.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

먹은 죄

/반칠환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은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슬퍼도 적막한, 푸른 숲 속의 일이다 🍒

 

출처 : 반칠환 시집, 전쟁광 보호구역,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짧은 시도 삶과 세계를 통찰하는 시적 직관이 잘 디자인 되어 있다.

 

자연의 모든 생명은 먹이사슬로 엮여져 있다. 머고 먹힌다. 그러나 모두 먹은 죄가 있어서 자연에는 복수극이 없다. 해학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을 먹지 않았는데도 다른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다른 인간들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복수극이 도처에서 끊임없이 난무한다.

 

인간은 적막한 숲보다 못한 것인가?

짧은 시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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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 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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