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오규원 짧은 시 봄과 나비

무명시인M 2023. 5.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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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짧은 시 봄과 나비.

오규원 짧은 시 봄과 나비. 상상력을 총동원하게 만드는 짧은 시.

봄과 나비

/오규원

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

 
❄출처 : 오규원 시집, 『두두』, 뮨학과지성사, 2008.
 

🍎 해설

팬fan이 많은 오규원 시인(1941~2007)의 짧은 시다.
나비는 왜, 바람과 비와 햇빛과 침묵 속에 있는 뜰의 돌을 급하게 껴안았던 것일까. 뜰의 돌은 왜, 날개를 펄럭이며 새 봄을 즐기는 나비를 애타게 불렀던 것일까.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할 시다.
 
오규원 시인은 이렇게 해설한다.
“제발 내 시 속에 와서 머리를 들이밀고 무엇인가를 찾지 마라. 내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것은 없다. 이우환 식으로 말해,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읽으라. 어떤 느낌을 주거나 사유케 하는 게 있다면 그곳의 존재가 참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현상이 참이기 때문이다. 내 시는 두두시도 물물전진(頭頭是道 物物全眞)의 세계다. 모든 존재가 참이 아니라면 그대도 나도 참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모든 시는 의미를 채운다. 의미는 가득 채울수록 좋다. 날이미지시는 의미를 비운다. 비울 수 있을 때까지 비운다. 그러나 걱정 마라 언어의 밑바닥은 무의미가 아니라 존재이다. 내가 찾는 의미는 그곳에 있다. 그러니까 바닥까지 다 비운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존재를 통해서 말한다.
 
날이미지시를 읽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존재의 편에 서라. 그리고 시 속의 현상을 몽상하라. 날이미지의 시 세계는 돈오의 세계가 아니다.” (오규원 시집, 『두두』, 뮨학과지성사, 2008의 뒷 표지 저자의 말 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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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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