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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나태주 짧은 시 늦여름

나태주 짧은 시 늦여름. 올 여름엔 유난히 늦여름이 예쁘다.늦여름/나태주네가 예뻐서 지구가 예쁘다 네가 예뻐서 세상이 다 예쁘다 벗은 발 예쁜 발가락 그리고 눈썹 네가 예뻐서 나까지도 예쁘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밥북, 2018. 🍎 해설올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이상 폭염이 계속되고 온열환자도 많이 생겼다. 기후변화에 소홀히 대응한 인류에 대한 징벌일 것이다. 가을로 가는 길목인 늦여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다려진다. 이 시는 가을로 가는 길목인 늦여름을 의인화해서 늦여름이 예쁘다고 노래한다. 늦여름이 예뻐 보이니까 지구가 예뻐 보이고 만물이 예뻐 보인다고 한다. 만물을 예쁘게 보면 나까지도 예쁘게 보이므로 만물을 예쁘게 보자는 시인의 시심이 느껴진다. 물론 시..

짧은 시 2023.08.18

박규리 짧은 시 죽 한 사발

박규리 짧은 시 죽 한 사발. 죽 한 사발이 되고 싶다. 죽 한 사발 /박규리 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 ❄출처 : 박규리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창비, 2004. 🍎 해설 죽과 같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는 사람이다. 결국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사람이다. 그런 참을성과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만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스며들어 치유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사랑이란 인고다.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래야만 죽 한 사발이 되어 그대 마음 깊은 그곳까지 스며들 수 있다. 🌹 박규리 시인 1995년 신경림 시인의 추천으로 『민족예술』에 「가구를 ..

짧은 시 2023.08.17

박준영 짧은 시 홍시

박준영 짧은 시 홍시. 홍시 하나가 떨어지는 것은...홍시/박준영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빠알간 햇홍시 하나 제 색깔 못 이겨, 그 우주 맛있게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 🍒 ❄출처 : 박준영 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시와세계, 2019. 🍎 해설홍시 하나가 잘 익어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 소리에 놀란다. 왜 우주가 떨어진다고 했을까? 햇홍시 하나를 익게 한 것은 우주의 몫이었다. 장마와 폭염을 견디게 한 우주의 힘과 우주의 축복이었다. 따라서 햇홍시 하나가 떨어지는 일은 우주가 통째로 떨어지는 일이다. 햇홍시, 즉 우주를 가을이 통째로 삼킨다. 가을은 우주가 하나의 잘 익은 과일이다. 곧 잘 익은 과일이 나오는 가을이다. 이번 가을엔 홍시 하나를 먹더라도 우주의 축복, 자연의 섭리..

짧은 시 2023.08.16

최종수 짧은 시 달처럼

최종수 짧은 시 달처럼. 어둠과 벗이 되어 보자.달처럼/최종수보름달은 어둠을 깨울 수 있지만 초승달은 어둠의 벗이 되어 줍니다. 🍒 ❄출처 : 최종수 시집, 『지독한 갈증』, 문학과경계사, 2002. 🍎 해설빛과 어둠을 생각해 본다. 먼저 역지사지로, 어둠의 입장이 되어 보자. 어둠에게는 위압적인 환한 큰빛(보름달)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희미한 작은 빛(초승달)이 훨씬 애틋할 수가 있다. 어둠에게는 초승달이 공감과 연민과 연대의 대상이다. 어둠을 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어둠과 함께 하는 벗 또한 절실하다. 조용히 이끌어 주는 동반자가 중요하다. 큰 것, 힘센 것, 환한 것만을 추구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조용히 던지는 시적 메시지다. 어둠과 벗이 되어 주려고 노력해 보자. 달처럼. 🌹 최종수 시..

짧은 시 2023.08.13

정채봉 짧은 시 피천득

정채봉 짧은 시 피천득. 마음을 힐링해 주는 짧은 명시. 피천득/정채봉선생님, 제 마음은 상처가 아물 날이 없습니다. 정 선생, 내가 내 마음을 꺼내 보여 줄 수 없어서 그렇지 천사의 눈으로 내 마음을 본다면 누더기 마음입니다. 🍒 ❄출처 : 정채봉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샘터, 2006. 🍎 해설살다보면 모종의 일이나 타인의 언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하루에도 한 두번이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잘 살아왔다고 한들 천사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마음은 이리 깁고 저리 깁은 상처투성이의 누더기 마음이다. 그대 오늘도 그 어려운 고비, 그 참을 수 없는 상처의 순간! 잘 견디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그게 인생이다. 마음의 상처에 이리 대처하고 저리 대처하면서 생긴 그대의 누더기..

짧은 시 2023.08.11

이성부 짧은 시 길 아닌 곳에 들다

이성부 짧은 시 길 아닌 곳에 들다. 산악인들의 필수 암송시. 길 아닌 곳에 들다 /이성부 수북이 잠자는 낙엽들 뒤흔들어 깨워놓고 가는 내 발걸음 송구스럽다 놀라지들 말거라 나도 이파리 하나 슬픔을 아는 미물일 따름이니 🍒 ❄출처 : 이성부 시집, 『도둑 산길』, 책만드는집, 2010. 🍎 해설 이성부 시인은 ‘산’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가진 시인이었다. '산'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애착으로 산행에만 몰두했던 때가 있었다. 이 시는 산길을 오르면서 얻게 된 깨달음, 즉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깨달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은 산행 도중에 산길의 길 아닌 곳에 들어 낙엽을 밟고 걷게 되었다. 시인은 자신이 밟고 가는 이파리 하나에도 기쁘고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에는 슬픔을 ..

짧은 시 2023.08.09

이생진 짧은 시 무명도

이생진 짧은 시 무명도. 딱 한 달만 무명도로 떠나게 만드는 아름다운 시.무명도/이생진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 ❄출처 : 이생진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우리글, 2018. 🍎 해설*무명도: 무인도와는 달리 이름없는 섬이다. 시인의 작명이다. 시인이 굳이 무명도라고 한 이유는 흑산도, 홍도와 같은 특정 섬의 이미지가 따라오지 않는 유토피아 섬, 환상의 섬이라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주변에는 떠나게 하는 일들이 가득 쌓여있다. 가끔, 어느 날 문득, 어디론가 바람 따라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특히 지구 온난화현상으로 정말 지겹고 무더운 이번 여름에는 시인이 노래한대로 이름 없는 그 어떤 섬에서 ..

짧은 시 2023.08.07

천양희 짧은 시 뒤편

천양희 짧은 시 뒤편. 당신의 인생 곡선의 뒤편은 무엇인가요?뒤편/천양희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출처 : 천양희 시집, 『벌새가 사는 법』,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시침: 바느질할 때, 여러 겹으로 맞댄 조각이 잘 붙어 있게 듬성듬성 뜨는 일. 사람의 앞면은 화려하다. 겪은 수많은 뒤편의 일들은 묻히기 쉽다. 식탁 뒤편의 엄청난 수고, 미소 뒤에 삼킨 눈물을 누구나 갖고 있다. 뒤편은 불행과 고독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생의 곡선을 품은 모든 뒤편은 외롭고 슬프다. 종소리의 뒤편엔 무수한 기도문이 있고, 백화..

짧은 시 2023.08.05

나태주 짧은 시 바람 부는 날

나태주 짧은 시 바람 부는 날. 마음을 힐링해 주는 짧은 시. 바람 부는 날 /나태주 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구름 위에 적는다 나는 너무 네가 보고 싶단다! 바람 위에 띄운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해설 폭염이다. 이열치열이 한 방법이다. 온도계가 생긴 이후 제일 더운 날인 오늘, 보고 싶지도 않은가? 구름 위에 적고 바람 편에 띄워 당신의 마음을 그리운 이에게 보내시기 바란다. 이 시는 이처럼 마음을 힐링해 주는 효과가 있다. 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구름 위에 적는다 나는 너무 네가 보고 싶단다! 바람 위에 띄운다.

짧은 시 2023.08.03

이기철 짧은 시 애잔

이기철 짧은 시 애잔. 왜 고생하느냐? 먹고 살기 위해서. 애잔 /이기철 달 빛 아래 벌레 한 마리 잠들었다 먹던 나뭇잎 반 장 내일 먹으려 남겨 두고 달빛 이불을 덮었다 저 눈부신 애잔! 🍒 ❄출처 : 이기철 시집, 『흰꽃 만지는 시간』, 민음사, 2017. 🍎 해설 *애잔: 애틋하고 애처로움. 달빛 이불 덮고 잠든 벌레 한 마리. 먹다 남긴 나뭇잎 반 장은 내일 식량이다.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고생하고 있느냐라고 물으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벌레이든 생명이든 사람이든 먹고 살기 위해서 고생을 하며 산다. 나뭇잎 반 장이 내일 식량이고 먹고 살기 위해서 애쓰는 생명의 모습이 애틋하고 애처롭다는 시인의 시심은 세상을 밝게 만든다. 애잔을 애잔으로 품는 마음이 있어야 이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

짧은 시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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