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짧은 시 뒤편. 당신의 인생 곡선의 뒤편은 무엇인가요?
뒤편
/천양희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출처 : 천양희 시집, 『벌새가 사는 법』,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
*시침: 바느질할 때, 여러 겹으로 맞댄 조각이 잘 붙어 있게 듬성듬성 뜨는 일.
사람의 앞면은 화려하다. 겪은 수많은 뒤편의 일들은 묻히기 쉽다. 식탁 뒤편의 엄청난 수고, 미소 뒤에 삼킨 눈물을 누구나 갖고 있다. 뒤편은 불행과 고독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생의 곡선을 품은 모든 뒤편은 외롭고 슬프다. 종소리의 뒤편엔 무수한 기도문이 있고, 백화점 마네킹의 뒤편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생의 곡선은 뒤편을 잘 다독거리는 일이다. 더욱 좋은 때를 위해서는 지금의 고통이 필요하다. 뒤편을 헤아리면서 살자.
천양희 시인은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가지며, 새로워지려는 자세로 살고 있다고 한다. 어디 시인 뿐이랴. 우리도 이 시를 읽으면서 뒤편도 다독거리고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해 보자.
*며칠 전, 영예의 2023년도 만해(한용운)문예대상을 받으신 천양희 시인에게 축하 말씀을 드린다.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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