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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서윤덕 짧은 시 땅

서윤덕 짧은 시 땅. 겸허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위트.땅/서윤덕모든것을 품고도 모든것 아래에 있는 가장 겸손한 그대 🍒 ❄출처:SNS/서윤덕 시인 Instagram@seo_yundeog 🍎 해설단 세 줄의 짤막한 구절로 땅의 겸손한 속성을 전하는 시인의 기지가 대단하다. 서윤덕 시인은 SNS 시인이지만 광고 카피라이터의 재능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 농심 너구리 라면의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와 같은 광고 카피는 아무나 창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도나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다 외면한 채 자기 잘난 맛,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만 몰두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겸손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경구와도 같은 짧은 시다. 시인의 정진을 기대한다.모든것을 품고도 모든..

짧은 시 2023.10.30

고두현 짧은 시 초행

고두현 짧은 시 초행. 짧고 아름다운 사랑시. 초행 /고두현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당신 만나러 가던 그날처럼. 🍒 ❄출처 : 고두현 시집, 『달의 뒷면을 보다』, 민음사, 2015. 🍎 해설 사랑은 초행길처럼 언제나 설레인다.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짧고 아름다운 사랑시다. 사랑을 노래하는 시는 어느 때보다 많지만 누구에게나 사랑시로 읽히는 보편적인 언어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고두현 시인의 사랑시는 더 가치 있게 읽힌다. 2016년, 에쓰오일은 공덕동 본사 사옥 외벽에 이 시를 내걸었다. 차가운 외벽에 이 시가 따뜻한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리라.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당신 만나러 가던 그날처럼.

짧은 시 2023.10.29

오광수 짧은 시 가을 햇살

오광수 짧은 시 가을 햇살. 누군가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듯한 가을시.가을 햇살/오광수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신가요? 설레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햇살이 아슴아슴 남아있는 그 사람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 ❄출처 : 오광수 시집,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 타임비 , 2015. 🍎 해설누군가가 등 뒤에서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가을시다. 햇살이 좋은 가을이다. 등 뒤에 뭔가 있는 것같은 가을이다. 단풍잎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숲으로 유인하고 있다. 숲이 아닌 도심에서라도 아슴아슴 남아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혼자라도 걷자. 아니면 도란도란 벗과 함께, 가족과 함께 가을 산책을 하자. 등 뒤로 가을 햇살을 맞이하면서...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신가요? 설레는 마음..

짧은 시 2023.10.26

정지용 짧은 시 말 1

정지용 짧은 시 말 1.인간이 갖고 있는 원천적인 그리움과 말.말 1/정지용말아, 다락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웨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 ❄출처 : 정지용 시집, 『정지용 전집 1: 시』, 민음사, 2016 .🍎 해설말과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락같은 말이라고 한 것은 말의 키가 다락같이 높다는 뜻이다. 들판을 뛰어 다니는 말이 아니라 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사람편인 말이다. 푸렁 콩을 주는 것은 희망을 주는 행위다. 푸렁 콩을 줌으로써 말로 하여금 힘껏 달려보게 하려는 것은 자신이 말처럼 어디론가 힘껏 달려가고 싶다는 자신의 희망이다.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

짧은 시 2023.10.24

이시영 짧은 시 바닥

이시영 짧은 시 바닥. 가을에 은행나무 낙엽이 떨어지는 이유를 아십니까?바닥/이시영가로등은 심심하여 발밑을 헤적이다가 용기를 내어 은행나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깜짝 놀란 은행나무가 노오란 잎들을 우수수 쏟았다 가을이었다 🍒 ❄출처 : 이시영 시집, 『호야네 말』, 창비, 2014, 🍎 해설가을이다. 도심에서도 낙엽을 보는 건 즐거움이다. 가로수로 흔히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에서 노오란 낙엽이 떨어지는 이유를 이 시를 보고서야 알았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가로등은 고독하다. 사랑하는 이가 이제야 돌아오려나 돌아오는 길목을 밝혀주려고 고독하게 서 있는 가로등.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쳐서 가로등이 바닥을 헤적이다가 용기를 내어 은행나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깜짝 놀란 은행나무가 노오란 잎들을 우수수 쏟았다...

짧은 시 2023.10.15

김소월 짧은 시 금잔디

김소월 짧은 시 금잔디. 리듬감이 좋은 국민 애송시.금잔디/김소월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 ❄출처 : 1922년 『개벽』 1월호(통권 19호)에 발표. 🍎 해설이 시는 내용과 시적 리듬면에서 모두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국민 애송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임과 봄이면 어김없이 돋아나는 금잔디를 서로 대비시킴으로써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간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금잔디는 임의 뜨거운 사랑의 불길처럼 무덤가에 퍼지고 있으나, 가신 임 무덤가에 찾아온 봄이 더 더욱 슬프고 한이 된다. '봄이 왔네 / 봄빛이 왔네 / 봄날이 왔네'라는 점진적 표현은 임이 없음..

짧은 시 2023.10.03

김용택 짧은 시 방창

김용택 짧은 시 방창. 자연처럼 물 흐르듯 순하게 산다. 방창 /김용택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 ❄출처 : 김용택 시집, 『그래서 당신』 , 문학동네, 2006. 🍎 해설 *방창: 바하흐로 화창하다. 예/만화방창 김용택 시인의 시의 소재는 산과 강물, 꽃과 나무, 별과 흙 등 자연이다. 이러한 자연을 절절한 그리움의 상징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닌,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대상으로 그린다. 이 시도 그런 시도로 창작된 우수작품이다. 시인은 봄의 화려함에 그저 도취해 있는 것이 아니다. 흐르고 순환하는 자연처럼 물 흐르듯 순하게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봄의 색채를 빌려 노래한다. 흰 ..

짧은 시 2023.09.30

나태주 짧은 시 동백

나태주 짧은 시 동백. 수 많은 동백꽃 시 중의 명시. 동백 /나태주 짧게 피었다 지기에 꽃이다 잠시 머물다 가기에 사랑이다 눈보라 먼지바람 속 피를 삼킨 통곡이여. 🍒 ❄출처 : 나태주 시집, 『풀꽃 향기 한 줌』, 푸른길, 2013. 🍎 해설 수 많은 시인이 동백꽃을 소재로 시를 썼다. 겨울에 피고 꽃 자체가 워낙 예쁜 빨강색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수 많은 동백꽃에 관한 시 중에서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와 나태주 시인의 이 짧은 시 동백을 뛰어 난 명시로 생각한다. 먼저 인생과 사랑의 무상함을 말하고 있다. ‘짧게 피었다 지기에 꽃이다 잠시 머물다 가기에 사랑이다’ 심각한 주제인데도 짐짓 가볍게 초가을 바람이 불어가다 잠시 멈춘 것처럼 범상하게 형상화한다. 동백꽃은 흰 눈속에서 빨갛게 ..

짧은 시 2023.09.25

함민복 농촌 노총각

함민복 짧은 시 농촌 노총각. 길게 여운이 남는 짧은 시다. 농촌 노총각 /함민복 달빛 찬 들국화길 가슴 물컹한 처녀 등에 업고 한 백 리 걸어보고 싶구랴 🍒 ❄출처 :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6. 🍎 해설 어찌 시집 올 처녀가 드문 농촌 노총각 뿐이겠는가? 들국화가 눈부시게 피어 있고 달빛 쏟아지는 저 시골길로 가슴 물컹한 처녀를 등에 업고 달려가고 싶은 노총각이 어찌 한 두명일까? 어찌 백 리 뿐일까? 천 리라도 걷고 싶을 것이다. 달빛 찬 들국화길 가슴 물컹한 처녀 등에 업고 한 백 리 걸어보고 싶구랴

짧은 시 2023.09.24

김소월 짧은 시 오시는 눈

김소월 짧은 시 오시는 눈. 김소월의 짧은 그리움 시. 오시는 눈 /김소월 땅 위에 쌔하얗게 오시는 눈. 기다리는 날에는 오시는 눈. 오늘도 저 안 온 날 오시는 눈. 저녁불 켤 때마다 오시는 눈. 🍒 ❄출처 : 1922년 (배재학당, 현 배재고교의 교지) 2호에 발표. 김소월은 1922년 배재학당 5학년에 편입 1923년에 졸업. 재학 중 배재학생청년회 문학부에서 활동하면서 이 시를 창작. 🍎 해설 쌔하얗게 : 새하얗게의 센말. 눈을 의인화시키고 있다. 오시는 눈이라고 표현. 임에 대한 기다림이 커지는 날에는, 저녁불을 켜면서 외로움이 짙어질 때에는 어김없이 눈이 오신다. 그러나 눈만 오시고 정작 임은 안 오신다. 오시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절실하다. 이 시는 ‘오시는 눈’이라는 반복적인 끝..

짧은 시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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