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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나태주 짧은 시 연애

나태주 짧은 시 연애. 수많은 연애시를 쓴 나태주 시인이 연애라는 제목으로... 연애 /나태주 날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당신 생각을 마음 속 말을 당신과 함께 첫 번째 기도를 또 당신을 위해 그런 형벌의 시절도 있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020. 🍎 해설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고등학교 1학년 열여섯 살 때, 나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겨 그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연애편지 쓰기가 시 쓰기의 시작이었고, 시 쓰기는 또 연애편지 쓰기의 대신이었던 셈이다.” 수많은 연애시를 쓴 나태주 시인이 연애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 시인은 연애를 형벌의 시절이라고 말했다. 그 형벌은 얼마나 달콤한 형벌이었던가? 그런..

짧은 시 2023.02.09

나태주 짧은 시 안개가 짙은들

나태주 짧은 시 안개가 짙은들.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안개가 짙은들 /나태주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깊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 ❄출처 : 나태주 시집, 『나태주 대표시 선집: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푸른길, 2017. 🍎 해설 지난 2월 4일은 입춘이었다. 곧 우수, 경칩이다. 겨우내 웅크렸던 땅이 살짝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리 ‘안개가 짙은들’ ‘어둠이 깊은들’ ‘비바람 설친들’ 멀쩡한 산을 지울 수 없듯이 오는 아침을 막을 수 없다. 안개와 어둠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를 안 들을 수 없듯이 피는 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엄동설한 뒤에는 ..

짧은 시 2023.02.07

하상욱 짧은 시 힘을 낸다 힘이 난다

하상욱 짧은 시 힘을 낸다.힘이 난다. 힘을 내든 힘이 나든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힘을 낸다 힘이 난다 /하상욱 힘을 낸다, 사랑할 때 힘이 난다, 사랑받을 때 🍒 ❄출처 : 하상욱 인스타그램 @type4graphic 🍎 해설 현대시들은 읽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상욱은 짧고 단순하고 명쾌한 촌철(寸鐵)의 시를 쓴다. 꼭 시가 디자인처럼 명료하다. 아주 쉽다. 디자인의 첫 번째 원칙은 단순화이다. 이 시에도 아주 단순한 디자인이 있다. 힘을 내든, 힘이 나든 인생을 살아가는 힘은 사랑하는 그대 덕분이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깊은 디자인이 있다. 말 장난을 하면 이런 시가 탄생되지 않는다. 힘을 낸다, 사랑할 때 힘이 난다, 사랑받을 때

짧은 시 2023.02.05

남혜숙 짧은 시 이유가 있다

남혜숙 짧은 시 이유가 있다. 모든 존재는 아픔을 안고 산다. 이유가 있다 /남혜숙 꽃이 피어나는 순간 꽃도 아프다 새가 우는 동안 새도 아프다 돌이 자라는 동안 돌도 아프다 누구나 이 세상에 아프게 와서 하나의 돌도 무엇인가 되고 싶어한다 🍒 ❄출처 : 남혜숙 시집, 『여우야 여우야』, 종려나무, 2009. 🍎 해설 시인은 우리 삶의 저변에 퍼져 있는 아픔을 응시한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 꽃도 아프다. 새가 우는 동안 새도 아프다. 심지어 돌이 자라는 동안 돌도 아프다. 모든 존재는 아픔을 안고 사는 그런 존재다. 아픔은 출생, 성장, 개화, 노화, 질병, 죽음, 이별 등 살아가면서 겪는 거의 모든 일들에서 온다. 아픔은 모든 존재가 품고 있는 불가피한 가시들이다. 시인은 그 아픔을 끌어안고 안팎을 찬..

짧은 시 2023.02.02

정희성 짧은 시 희망공부

정희성 짧은 시 희망공부. 희망도 공부다. 희망도 습관이다. 희망공부 /정희성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구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 ❄출처 : 정희성 시집, 『돌아보면 문득』, 창비, 2008. 🍎 해설 어둠이 없으면 별은 빛나지 않는다. 절망이 없으면 희망이라는 것도 없다.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이 튼다. 한 사람의 희망은 그 사람의 희망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이 세상의 밝은 희망으로 연결된다. 희망하자. 희망 속에 살자. 희망도 공부다. 희망도 습관이다.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구 이..

짧은 시 2023.01.30

문혜진 짧은 시 뭉게구름

문혜진 짧은 시 뭉게구름. 도시적 감수성보다는 생생한 뭉게구름이 더 친근하다. 뭉게구름 /문혜진 나의 아이디는 뭉게구름 나의 패스워드도 뭉게구름 오늘 난 여름 하늘로 내 뭉게구름에게 e-mail을 보낸다 ❄출처 : 문혜진 시집, 『질 나쁜 연애』, 민음사, 2004. 🍎 해설 기계적이고 비인간화된 도시. 화려하고 선정적인 것들로 가득한 도시. 순수한 영혼이 상처받기 쉬운 도시. 시인은 차라리 순수한 뭉게구름과 친구가 되고 싶다. 뭉게구름은 도시 문명에서는 신선하고 생생한 야성이다. 어설픈 지적 포즈나 삭막한 도시적 감수성보다는 생생한 뭉게구름이 더 친근하다. 비인간적인 도시문명을 원초적 생의 에너지로 극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강렬한 의지의 일단면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 문혜진 시인 1976년 경북 김..

짧은 시 2023.01.28

박남수 짧은 시 마을

박남수 짧은 시 마을.피카소가 그린듯한 시골 마을 풍경. 마을 /박남수 외로운 마을이 나른나른 오수(午睡)에 조을고 넓은 마을에 솔개미 바람개비처럼 도는 날…… 뜰 안 암탉이 제 그림자 쫓고 눈알 대록대록 겁을 삼킨다 🍒 ❄출처 : 박남수 시집, 『초롱불』, 삼문사, 1940. 🍎 해설 *솔개미: 솔개의 방언. “솔개미 떴다. 병아리 감춰라”, 옛날엔 솔개(수리 종류)가 흔했다. 옛날의 시골 풍경을 그려 놓은 한 폭의 수채화와 같다. 낮잠으로 조는 듯한 마을. 솔개가 무언가 낚아채기 위해 빙빙 맴도는 하늘. 마당에는 닭들이 구구구 모이를 찾아 다니는 풍경. 모네의 수채화다. 그러나 이 시를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이 시는 피카소의 유화로 변경된다. 낮잠에 졸고 있는 마을의 한가로움과 먹이를 찾고 있는 솔개..

짧은 시 2023.01.26

차영호 짧은 시 누운 향나무

차영호 누운 향나무.오늘은 설날이다. 금년에는 어떤 자세로 살까? 누운 향나무 /차영호 무에 그리 푸달진 높이라고 아득바득 직립에 목을 매야 하나? 눕자 눕자 누운만큼 넓어지는 하늘 ❄출처 : 차영호 시집,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 전망, 2003. 🍎 해설 *푸달지다: 꽤 많다. 푸닥지다. 향나무의 향기를 땅에게 조금이라도 더 전해주고 싶어서 눕자고 했을까, 아니면 욕심을 버리고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삶의 편안함을 이야기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대부분 수직 상승을 꿈꾸며 정신없이 세상을 살고 있다. 승진, 출세,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의 상승, 갖고 있는 주식의 상승, 치부, 명예, 사귈 이성의 미모와 재력에 대한 기대 등등... 이 시는 그런 욕망과 물욕과 욕정의 화신이라고 말할 수 있..

짧은 시 2023.01.22

천양희 짧은 시 희망이 완창이다

천양희 짧은 시 희망이 완창이다. 절망은 오히려 진정한 희망의 출발점이다. 희망이 완창이다 /천양희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희망이 완창이다 🍒 ❄출처 : 천양희 시집, 『너무 많은 입』, 창비, 2005. 🍎 해설 *완창 完唱: 판소리 한마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일. 절창 絶唱: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뛰어 난 소리만을 묶어 축소판으로 부르는 일. 시인은 절망을 절망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걸 절창으로 부르면 오히려 희망이 된다고 노래한다. 절망이 오히려 진정한 희망의 기회라고 노래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만을 완창하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일부를 스스로 부수지 않으면 결코 한 발짝도 내딛을 수 없다는 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는 것..

짧은 시 2023.01.20

윤보영 짧은 시 사랑쌓기

윤보영 짧은 시 사랑쌓기. 우리들에게 미소를 선물하는 시. 사랑쌓기 /윤보영 그리움을 허물다 돌아 보니 더 많은 그리움만 쌓여 있군요 내가 정말 그대를 사랑하고 있나봅니다 🍒 ❄출처 : 윤보영 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행복에너지, 2020. 🍎 해설 윤보영 시인은 특별한 기교나 어려운 낱말, 개념 등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단어를 통해 사랑과 그리움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바쁜 일상을 더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잠시 여유를 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랑시를 쓴다. 이 시 사랑쌓기도 아주 쉽고 간결한 시어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을 잊기 위해서 그리움을 허물다 돌아 보니 더 많은 그리움만 쌓여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디자인. 순수..

짧은 시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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