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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권혁웅 짧은 시 눈사람

권혁웅 짧은 시 눈사람. 겨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 눈사람 /권혁웅 눈사람은 온몸이 가슴이다 큰 가슴 위에 작은 가슴을 얹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토록 빨리 녹는 것이다 흔적도 안 남는 것이다. 🍒 ❄출처 : 권혁웅 시집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민음사, 2007. 🍎 해설 눈사람은 보통 눈을 동그랗게 뭉쳐 눈 뭉치 두 개를 만든 다음에 위는 머리, 아래는 몸통으로 삼아 만든다. 아래 몸통(가슴)위에 가슴을 만들고 배도 만든다. 아래 가슴위에 머리도 만든다. 그래서 눈사람은 온 몸이 가슴이다. 큰 가슴 위에 작은 가슴을 얹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서로 만났으니 눈사람은 그토록 빨리 녹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추운 겨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지구 위에서 우리..

짧은 시 2023.01.16

정현종 짧은 시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우리 모두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 ❄출처 : 정현종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2018. 🍎 해설 갈 때 비가 와서 우산을 갖고 갔는데, 올 때는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 놓고 오기가 너무 흔하게 일어난다. 내 몸 젖지 않게 펼쳤던 우산이 이제 비가 그쳐 거추장 스럽게 들고 다니기 번거롭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천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모든 분노와 욕망, 그리고 괴로움은 모두 내 마음에서 일어난다. 우리 모두 스스로 사서 생고생을 하는 형국이다. 시인은 나의..

짧은 시 2023.01.14

이상윤 짧은시 부부

이상윤 짧은 시 부부. 부부란 무엇인가? 부부 /이상윤 파도치는 바다에 섬 두 개 떠있다 하루 종일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 ❄출처 : 이상윤 시집, 『수려』, 한국문학방송, 2020. 🍎 해설 부부는 1+1=2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1+1=1을 만든다. 하루 종일 엎치락 뒤치락, 토닥토닥 섬 두 개가 되면서도 결국은 1+1=1을 만든다. 각자의 개성과 성질의 반은 죽이고 반은 살려서 1+1=1을 만드는 것이 부부다. 시골 할머니들은 자신의 남편을 ‘평생웬수’라고 부른다. 예외가 없다. 이 시는 이런 부부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디자인이 있고 울림이 있다. 🌹 이상윤 시인 경북 포항 출생 △《동양문학》을 통해 등단(1989) △수주문학상 대상, 현대시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짧은 시 2023.01.12

천양희 짧은 시 들

천양희 짧은 시 들. 가끔 넓은 들의 마음을 가져 보는 게 필요하다. 들 /천양희 올라갈 길이 없고 내려갈 길도 없는 들 그래서 넓이를 가지는 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더 넓은 들 🍒 ❄출처 :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 해설 매일 무엇에 쫓기는 듯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가파른 삶의 현장에 우리는 서 있다. 가끔 “올라갈 길이 없고/내려갈 길도 없는 들/그래서 넓이를 가지는 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라도 더 가지려고 발버둥을 치는 오늘,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더 넓은 들”의 마음을 가끔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끔 자기를 되돌아 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올라갈 길이 없고 내려갈 길도 없는 들 그래..

짧은 시 2023.01.10

박철 짧은 시 사랑

박철 짧은 시 사랑. 유모어와 위트가 있는 사랑시. 사랑 /박철 나 죽도록 너를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 🍒 ❄출처 : 박철 시집, 『작은 산』, 실천문학사, 2013. 🍎 해설 유모어와 위트가 있다. 디자인이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언어 유희가 아니다. 시적 고뇌가 담겨 있다. 울림도 있다. 나 죽도록 너를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

짧은 시 2023.01.08

황지우 짧은 시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짧은 시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바다는 해가 지기 직전에 가장 빛난다.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 ❄출처 : 황지우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 🍎 해설 바다는 해가 지기 직전에 검푸른 바다를 수놓는 시뻘건 저녁놀과 어우러져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저물면서 빛나는 것이 어디 바다 뿐일까. 인생도 젊음이 정점에 이르면 늙는 일만 남고, 최고의 지위에 오르면 물러날 일만 남는다. 우리도 가끔 외다리로 서 있는 한 마리의 물새가 되어 저물 순간에 대비한 겸허한 마음가짐과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지 않을까.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

짧은 시 2023.01.06

나태주 짧은 시 집

나태주 짧은 시 집. 자기 집보다 더 편안한 곳은 이 세상에 없다. 밖에 나가봐라 고생이다. 집 /나태주 얼마나 떠나기 싫었던가!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던가! 낡은 옷과 낡은 신발이 기다리는 곳 여기, 바로 여기. 🍒 ❄출처 : 나태주 시집,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시공사, 2019. 🍎 해설 자기 집보다 더 좋고 만만하고 소중하고 편안한 곳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집 밖에 나가봐야 자기 집의 소중함을 안다. 그야말로 떠나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곳이다. 이 시는 간결하고 내면 성찰이 있는 우수작품이다. 얼마나 떠나기 싫었던가!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던가! 낡은 옷과 낡은 신발이 기다리는 곳 여기, 바로 여기.

짧은 시 2023.01.04

박철 그대에게 물 한잔

박철 짧은 시 그대에게 물 한잔. 사랑은 맑은 물 한잔처럼... 그대에게 물 한잔 /박철 우리가 기쁜 일이 한두 가지이겠냐마는 그중의 제일은 맑은 물 한잔 마시는 일 맑은 물 한잔 따라주는 일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 🍒 ❄출처 : 박철 시집, 『새의 전부』, 문학동네, 1994. ​🍎 해설 물은 생명이다. ​먼저 마시고 나중에 따라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마시는 물맛. 물의 은혜는 우리 몸 안에 말라 붙어 있었던 마음의 샘물을 다시 솟아나게 한다. 사랑은 맑은 물 한 잔처럼 그처럼 소중하고 맛있고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이다. 간결하고 깊은 물같은 사랑시다. ​우리가 기쁜 일이 한두 가지이겠냐마는 그중의 제일은 맑은 물 한잔 마시는 일 맑은 물 한잔 따라주는 일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

짧은 시 2022.12.28

김종삼 북치는 소년

김종삼 짧은 시 북치는 소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캐롤 북치는 소년과 함께 이 시를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북치는 소년 /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 ❄출처 : 김종삼 시집,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81. 🍎 해설 6.25 전쟁 직후 성탄절이 가까운 어느 날, 한국의 한 가난한 소년은 서양 소년이 북을 치고 있는 그림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를 받는다. 카드 속에 담겨 있는 '북치는 소년', ‘크리스마스 트리’, '양떼', '진눈깨비' 등의 이국적 풍경들은 소년에게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준다. 그러나, 소년은 그것이 다만 화려한 장식에 불과한, '내용 없는 아름다움'임을 깨닫는다. 워낙 여..

짧은 시 2022.12.23

이성선 미시령 노을

이성선 짧은 시 미시령 노을.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이 살아 온 세상이 나뭇잎처럼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미시령 노을 /이성선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 ❄출처 : 이성선 시집,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세계사, 2000. 🍎 해설 이성선 시인은 평생 설악산 기슭에 살면서 시를 써 왔다. 뛰어난 서정시인이었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도하며 우주의 질서 안에 인간의 삶이 놓여 있음을 관찰하는 데 충실하다. 이 시도 그렇다. 어느 날 시인은 설악산 미시령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잎 하나가 그의 어깨에 내려앉고, 시인은 그것을 우주가 자신의 몸에 손을 얹은 것으로 느낀다. 그런데 그 우주는 너무 가벼..

짧은 시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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