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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오장환 짧은 시 해바라기

오장환 짧은 시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 해바라기 /오장환 울타리에 가려서 아침 햇볕 보이지 않네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 🍒 ❄출처 : 조선일보,1936.9.10. 게재,오장환, 『오장환 전집』,솔,2018. 🍎 해설 빈센트 반 고흐는 유달리 해바라기를 좋아했다. 해바라기 그림을 많이 그렸다. 해바라기가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오장환 시인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저항시를 많이 쓴 대표적인 저항시인 중 하나다. 이 시는 물론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시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침 햇볕이 일제라는 울타리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햇볕=해방을 향한 갈망을 해바라기를..

짧은 시 2022.09.25

윤효 짧은 시 원추리

윤효 짧은 시 원추리. 당신이 오늘 꽃대 위에 매달고 있는 원추리 한 송이의 색깔은? 원추리 /윤효 비록 하루밖에 못 사는 꽃을 피우지만, 원추리는 높다란 꽃대 위에 예니레쯤 꽃을 매달 줄 안다. 예닐곱 개의 봉오리들을 하루씩 차례로 피우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 꽃이 하루살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 ❄출처 : 윤효 시집, 『얼음새꽃』,시학,2005. 🍎 해설 7월경 꽃을 피우는 원추리는 잎 사이에서 길게 나온 꽃대 끝에 예닐곱(6~7)송이가 차례로 생겨나 각각 하루동안씩 피었다 진다. 사람들은 꽤 여러 날 피어 있는 줄로 알지만 원추리 한 송이에게는 하루가 전체다. 원추리꽃 한 송이에게는 하루가 전체이고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숱한 날을 하루같이 살고 있는 그대의 오늘은 인생이란..

짧은 시 2022.09.21

안도현 짧은 시 반딧불

안도현 짧은 시 반딧불. 아련한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반딧불 /안도현 밤 깊었는데, 가기 싫은 심부름 가는 듯, 깜박, 깜박, 🍒 ❄출처 : 안도현 시집, 『바닷가 우체국』,문학동네, 1999. 🍎 해설 개똥벌레는 깜박, 깜박 노란 불빛을 낸다, 옛날 전깃불이 없던 시골 밤길에서 가로등 역할을 해 주었다. 무서운 밤중, 담배 심부름, 막걸리 심부름 가기 싫은 아버지의 심부름길에 개똥벌레는 깜박, 깜박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이 시는 안도현 시인의 퇴색한 지난날의 추억 어린 흔적들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다. 어린 시절의 먼 기억 속의 풍경들이 안도현 시인 특유의 애잔한 서정으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자연 친화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메시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도시 문명에 말라버린 ..

짧은 시 2022.09.19

천양희 짧은 시 벌새가 사는 법

천양희 짧은 시 벌새가 사는 법. 부지런하게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시. 벌새가 사는 법 /천양희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 ❄출처 : 천양희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2005. 🍎 해설 천성이 게으른 나는 게으른 마음이 생길 때마다 이 시를 다시 꺼내 읽어 본다. 저 작은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날갯짓을 해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 있고, 바닷가 파도 소리 또한 하루에 70만번이나 제 몸을 쳐서 내는 것이었다니, 이렇게 게으른 내가 부끄러워진다. 이 시는 벌새가 제 몸을 부딪혀서 빚어 낸 시처럼 보인다. 그만큼 자아성찰이 깊숙이 배어 있다. 동시에 자..

짧은 시 2022.09.18

구영주 짧은 시 헛된 바람

구영주 짧은 시 헛된 바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 헛된 바람 /구영주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 없음처럼 🍒 ❄출처 : 구영주 시집, 『누구에게나 그리움은 있다지만』,오상출판사.1993. 🍎 해설 누구에게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다. 잊을 수 없는 그 사람은 내게 큰 희망이지만 동시에 큰 아픔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길거리에서 우연히 한 번 마주쳤으면 하는 그런 소망이 남아 있다. 이 시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아름답게 형상화하였다. 간결하지만 시적 임팩트는 아주 크다. 🌹 구영주 시인 구영주(丘英珠) 시인, 아나운서, 교사 (1944~1999) 서울 출생. 군산여고를 나..

짧은 시 2022.09.17

윤보영 짧은 시 행복

윤보영 짧은 시 행복. 사랑은 주는 것인가요, 받는 것인가요? 행복 /윤보영 사랑은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지요 그래서 내가 행복한 가 봅니다. 🍒 ❄출처 : 윤보영 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행복에너지, 2020. 🍎 해설 윤보영 시인은 흔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의 소재 속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발상을 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 상황에서 사람 마음 속의 그리움과 사랑을 끌어내는 그의 시적 에스프리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메마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 시도 그런 시다. 시인의 시어는 쉽고 간결하다. 어려운 데가 한 군데도 없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마음에 와 닿는 시적 에스프리가 있다. 이 시는 흔히 들어 보는 진부한 메시..

짧은 시 2022.09.15

정호승 짧은 시 반달

정호승 짧은 시 반달. 반달을 보면서 느끼는 삶의 자세. 반달 /정호승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출처 : 정호승 시집, 『너를 사랑헤서 미안하다』,랜덤하우스코리아,2005. 🍎 해설 내가 힘들어하는 삶이 반달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노력도 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 점점 보름달이 된다. 내가 받은 무언가로부터의 사랑을 나눠주는 삶의 자세가 오만하지 않고 아름답다. 둥그런 만월 추석 보름달을 보며 반달 시절을 회상하고 삶의 자세를 성찰해 본다.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짧은 시 2022.09.11

서안나 짧은 시 모과

서안나 짧은 시 모과. 첫사랑은 모과와 같다. 왜? 모과 /서안나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 ❄출처 : 저자 고정희 등, 『시를 잊은 나에게』,북로그컴퍼니, 2017. 🍎 해설 모과는 사과나 배처럼 칼로 깎아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거나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는 과일이다. 승용차 안에 두고 그 향기를 맡거나 우려내어 향긋한 차를 마신다. 대부분의 첫사랑은 애만 태우다가 끝난다. 끝내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가슴앓이로 남은 첫사랑이기에 대부분 ‘충치처럼 까맣게 썩어버린다.’ 모과가 바로 그런 과일이다. 품에 안을 수 없는, 그저 가슴속으로만 애태우던 사랑이기에 먹지는 못하고 향기만 맡아야 하는 ‘모과’가 바로 ‘첫사랑’이다..

짧은 시 2022.09.07

이훤 짧은 시 그대도 오늘

이훤 짧은 시 그대도 오늘. 삶에 지친 그대, 오늘 어느 누구에게는 위로라고 한다. 그대도 오늘 /이훤 무한히 낙담하고 자책하는 그대여 끝없이 자신의 쓸모를 의구하는 영혼이여 고갤 들어라 그대도 오늘 누군가에게 위로였다. 🍒 ❄출처 : 이훤 시집,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문학의전당,2016. 🍎 해설 살다보면 오늘도 여전한 낙담과 자책의 시간을 갖는 수가 있습니다. 내 쓸모에 대해 의심하는 순간도 많이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목전에 있습니다. 휴식도 휴식을 주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렇게 지친 그대도 오늘, 어느 누구에게는 위로라 합니다. 휴식을 하면서 잠시 생각합니다. “과연 오늘 나는 누구에게 위로였는가?” 🌹 이훤 시인 1987년 생, 35세. 2011 미국 조지..

짧은 시 2022.09.03

유홍준 짧은 시 우는 손

유홍준 짧은 시 우는 손. 시인은 아이에게 매미를 풀어 주라고 말한다. 우는 손 /유홍준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 ❄출처 : 시안 2004 가을호. 🍎 해설 매미를 잡고 노는 것은 아이에게 재미있는 놀이다. 하지만 매미에게 이 아이는 죽음의 사자다. 시인은 아이에게 매미를 풀어 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우는 손으로 살거라고. 살다보면 세상은 우리에게 풀어주는 대신에 움켜쥐어야 한다고 말한다. 네 손에 쥔 것만이 네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혹시 지금 매미를 풀어주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나게 하는 시다..

짧은 시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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