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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정완영 짧은 시 초봄

정완영 짧은 시 초봄. 새봄이다. 유리창을 말갛게 닦아내자. 초봄 /정완영 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 내면 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빛을 닦아 낸다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빛도 닦으리. 🍒 ❄출처 : 정완영 시집,『정완영 동시선집』, 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 해설 봄이 와서 사람들이 지난 겨울 묵은 때 낀 유리창을 입김 불어 말갛게 닦아 내면, 새들은 날아올라 하늘 유리창을 맑은 소리로 닦아 낸다. 그러면 어느새 목련꽃도 새하얀 옷자락으로 하늘 구름을 화안하게 닦아 낸다. ​ 이 맑은 서정시는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맑고 밝게 씻어 준다. 어느덧 생명들이 일을 시작한다. 우리도 스스로 푸른 생기를 되찾자. 🌹 이문재 시인의 해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벽이라기보다 유리다. 사람과 사람..

짧은 시 2022.03.26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4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4. 웃음부터 나오지만 임팩트가 있다. 시밤 사랑시4 /하상욱 도레미파 솔로시죠? 🍒 ❄출처 : 하상욱 시집, 『시 읽는 밤: 시밤』, 위즈덤하우스, 2015. 🍎 해설 웃음부터 나오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다. 뭔가 잘 모르겠지만 간결하고 시적인 임팩트가 있다. 30대 남성 미혼율이 무려 50.8%나 된다. 노총각 사회가 돼 버렸다. 노처녀도 많다. 솔로가 많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혼밥, 혼술 솔로시대가 와 버렸다. 물론 하상욱 시인이 이런 현상을 풍자한 것은 아니다. 당신도 혹시 지금 도레미파 솔로시죠? 아닌가요? ㅋ 🌹 출판사의 하상욱 시인 소개 하상욱 시팔이, 시 잉여 송라이터, 센스머신, 시POP 가수 1981년생. 리디북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페북에 시를 올리기 시작..

짧은 시 2022.03.25

허형만 짧은 시 파도 앞에서

허형만 짧은 시 파도 앞에서. 시인은 파도 앞에서 삶을 성찰한다. 파도 앞에서 /허형만 파도를 보면 내 안에 불이 붙는다 내 쓸쓸함에 기대어 알몸으로 부딪치며 으깨지며 망망대해 하이얗게 눈물꽃 이워 내는 파도를 보면 아, 우리네 삶이란 눈물처럼 따뜻한 희망인 것을 🍒 ❄출처 : 허형만 시집, 『허형만 시선집 그늘』, 시월, 2012. 🍎 해설 시인은 파도 앞에서 삶을 성찰한다. 시인은 파도 앞에서 삶을 순화시킨다. 파도는 하루 종일 쓸쓸함과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을 안고 밀려 왔다가 바닷가에 부딪혀 으깨지고 다시 쓸쓸히 돌아감으로써 착잡한 감정들을 이겨내는 눈물꽃을 피워 낸다. 바로 우리 인생 또한 끝없는 일상의 되풀이 속에서 끝없이 어딘가로 그리움 안고 밀려갔다가 부서져서 되돌아오면서 "눈물처럼 따뜻한..

짧은 시 2022.03.20

이시영 짧은 시 봄논

이시영 짧은 시 봄논. 봄철의 논인 봄논은 가뭄으로 말라있다. 마른 봄논에 봇물이 들어가는 풍경은 어떤 것일까? 봄논 /이시영 마른논에 우쭐우쭐 아직 찬 봇물 들어가는 소리 앗 뜨거라! 시린 논이 진저리처럼 제 은빛 등 타닥타닥 뒤집는 소리 🍒 ❄출처 : 이시영 시집, 『무늬』, 문학과지성사, 1994. 🍎 해설 봄철의 마른 논에 봇물이 들어가는 풍경을 이렇게 생동감있게 묘사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가뭄에 애타는 농민의 아픔도 가뭄으로 고달픈 마른 논도 이 시적 에스프리 앞에서는 할 말을 잊는다. 소박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살아 숨쉬고 있다. 극도로 압축된 짧은 시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과 상징성은 깊고 크다. 마른논에 우쭐우쭐 아직 찬 봇물 들어가는 소리 앗 뜨거라! ..

짧은 시 2022.03.11

김용택 짧은 시 다 당신입니다

김용택 짧은 시 다 당신입니다. 쉽고 간결하고 아름다운 봄 사랑시다. ​다 당신입니다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꽃 피는 대로 살구꽃이 피면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 잡고 싶어요 다 당신입니다 🍒 ​❄출처 : 김용택 시집, 『참 좋은 당신』, 시와시학사, 2007. 🍎 해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특기인 아주 쉽고 간결하고 아름다운 시어들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 시도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 모든 것으로 내개 다가온다. 그대를 그리워하면 세상 모든 것은 다 당신이다. 쉽고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시다. 오미크론이 머지않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코로나19로 아직 세상이 어수선하고 여기저기에 그림자가 많다. 여러 가지로 착잡한 봄이..

짧은 시 2022.03.05

나태주 짧은 시 꽃1

나태주 짧은 시 꽃1. 봄이 소리없이 오고 있다. 이 새 봄에 그대는 사랑할 자격이 있는가? 꽃1 /나태주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해설 사랑하고 죄를 짓고 용서를 받는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다시 꽃봉오리를 맺는다. 그래서 봄이다. 그대의 사랑의 역사는? 이별의 역사는 없는가? 그러나 사랑하고 이별하면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꽃의 일생처럼. 새 봄이면. 봄이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오고 있다. 이 새 봄에는 그대는 초록빛 꿈을 꾸고 사랑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래서 봄이다.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

짧은 시 2022.03.04

함민복 짧은 시 뻘

함민복 짧은 시 뻘. 뻘 속의 말랑말랑한 흙은 내 발을 밀어내지 않고 내 발을 잡아준다. 뻘 /함민복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 ❄출처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2012. 🍎 해설 맨발로 뻘에 들어가 보라. 말랑말랑한 흙이 발가락 사이로 비집고 나오면서 발은 흙 속으로 빠진다. 발은 흙속에 빠지지만 흙은 발을 거부하지 않고 발을 잡아준다. 발은 흙의 말랑말랑한 힘을 느낀다. 흙도 발의 말랑말랑함을 느끼고 꽉 잡아준다. 반면에 도시의 아스팔트는 어떤가? 아스팔트는 발을 사정없이 밀어 낸다. 말랑말랑한 갯펄의 흙은 가는 길을 잡아주기도 한다. 개펄은 강과 달리 사람들이 걸어가며 만들어낸 길과 물..

짧은 시 2022.03.02

김종해 짧은 시 눈

김종해 짧은 시 눈.내리는 눈은 흰가, 아름다운가, 가벼운가? 눈 /김종해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 ❄출처 : 김종해 시집, 『풀』, 문학세계사, 2013. 🍎 해설 눈이 희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많이 들었지만 눈이 가볍다는 표현은 처음 듣는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눈은 가볍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래서 눈은 포근해 보이는 것인가?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는 세상사의 이치를 깨닫지 않고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나도 누군가를 업고싶다’는 따뜻하고 넉넉한 바람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난해하고 복잡한 언어의 장식은 아예없다. 표현이 곱고 부드러우면서도 깊이가..

짧은 시 2022.02.26

이혜선 짧은 시 코이법칙

이혜선 짧은 시 코이법칙. 우리의 마음을 어항에 가두어 둘 것인가. 코이법칙 /이혜선 코이라는 비단 잉어는 어항에서 키우면 8센티미터밖에 안 자란다 냇물에 풀어놓으면 무한정 커진다 너의 꿈나무처럼, 🍒 ❄출처 : 이혜선 시집, 『운문호일雲門好日』,지혜, 2017. 🍎 해설 코이라는 관상어는 실제로 어항에서 키우면 8cm밖에 안 큰다. 그러나 냇물에 풀어 놓으면 엄청나게 커진다. 우리는 누구나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그 마음 밭에서 가꾸는 꿈이 있다. 나의 꿈나무를 키우고 있다. 우리 마음을 좁은 한 곳 어항에 가두어 놓지 않고 열린 가슴으로 저 넓은 강물에 흘려 보낸다면 우리 마음속의 꿈나무는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 문태준 시인의 해설 이 시는 코이라는 관상어에 대해 쓰고 있다. 이 코이라는 관상어는 어..

짧은 시 2022.02.20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운 사람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시다. 그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아름다운 사람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 ❄출처 : 나태주, 『나태주 시선집: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푸른길, 2017. ​ 🍎 해설 절제된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아름답게 형상화 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그 행복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당신이다.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또는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당신의 남편은 당신의 용모가 아름다워서만 눈이 부신 것이 아니다. 당신의 아내는 당신이 잘 생겨서만 눈이 부신 것이 아니다. 당신이 해 왔던 마..

짧은 시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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