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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이외수 짧은 시 지렁이

이외수 짧은 시 지렁이. 짧지만 강렬한 명시다. 지렁이 /이외수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 ❄출처 : 이외수 시집,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 쉴때까지』, 해냄출판사, 2010. ​ 🍎 해설 정말 짧고 강렬한 시다.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명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다. 오죽 징그럽게 생겼으면 이름도 지렁이일까? 사람들은 지렁이를 싫어하고 한 낱 미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와 지구상의 동식물들은 지렁이 덕분에 먹고 산다. 지렁이는 ‘지구 토양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먹이를 흙과 함께 먹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지렁이의 장 속을 통과한 흙은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 준다. 땅 속 광물 성분과 땅 위의 유기질 성분들을 서로 교환 순환..

짧은 시 2022.04.27

윤보영 짧은 시 단추

윤보영 짧은 시 단추. 단추가 떨어졌다. 달아야 한다. 단추 /윤보영 단추를 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단추가 너였다면 내 마음에 달았을 텐데. 🍒 ❄출처 : 윤보영 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행복에너지, 2020. 🍎 해설 단추가 떨어지는 경우는 흔하다. 단추가 떨어지면 달아야 한다. 그 다는 작업 도중에 단추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 마음을 단다는 내용이다. 언어 유희가 아니다. 단순하면서도 쉽고 간결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시다. 윤보영 시인은 흔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의 소재 속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발상을 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 상황에서 사람 마음 속의 그리움을 끌어내는 그의 시적 에스프리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메마른 시대에 살아가..

짧은 시 2022.04.21

김종삼 짧은 시 묵화

김종삼 짧은 시 묵화. 한 편의 묵화처럼 농촌 할머니와 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묵화(墨畵) /김종삼 물 먹은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출처 : 김종삼 시집,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95. 🍎 해설 *묵화(墨畵): 먹으로 그린 동양화. 이 시는 한 편의 묵화처럼 농촌 할머니와 소의 모습을 짧은 시로 그리고 있다. 이 시에는 할머니의 자세한 삶의 스토리는 모두 생략되어 있다. 그건 독자들이 상상해야 한다. 이걸 김종삼의 공백의 효과라고 부른다. 이 시에도 그런 여백의 효과가 있다. 할머니와 함께 하루 종일 사래 긴 밭도 갈고 집에 돌아와 물을 먹고 있는 소. 소와 함께 고단한 하루 노동을 막 끝내고 집에 돌아 온 ..

짧은 시 2022.04.19

조병화 짧은시 해인사

조병화 짧은 시 해인사. 짧지만 깊은 철학이 담겨있는 조병화의 명시. 해인사 /조병화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 ❄출처 : 조병화 시집, 『조병화 시전집』,국학자료원, 2012. 🍎 해설 짧지만 한층 깊고 넓은 심상과 인식과 정서, 철학을 담고 있는 조병화 시인의 명시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사찰 가운데 하나다. 그 해인사에서 시인이 느낀 마음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다, 사람 중심, 사람이 제일이다, 프랑스대혁명 이래 인류의 공통 가치관인 ’자유 사랑 평등 박애 평화‘의 사상이 압축되어 있는 듯한 명시다. 🌹 조병화 시인 시인 조병화(趙炳華, 1921∼2003). 시인의 호는 편운(片雲)이다. 그의 시는 쉽고 아름다운 ..

짧은 시 2022.04.16

조정권 짧은 시 약리도

조정권 짧은 시 약리도. 거친 폭포를 힘차게 뛰어 오르는 잉어처럼 도약을 시도해 보자. 약리도(躍鯉圖) /조정권 물고기야 뛰어 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물고기야 힘껏 뛰어 올라라 풀바닥 위에다가 나는 너를 메다치겠다 폭포 줄기 끌어내려 네 눈알을 매우 치겠다 매우 치겠다 🍒 ❄출처 : 조정권 시집, 『허심송』, 영언문화사, 1985. 🍎 해설 약리도(躍鯉圖)'는 거친 폭포를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를 그린 그림이다. 용문(龍門)은 황하(黃河) 상류에 있는 협곡인데 물살이 폭포 같으며 큰 고기들도 쉽게 오르지 못한다. 일단 위에 오르는 데 성공한 잉어는 용이 된다. 이 현상을 등용문이라 하여 입신출세를 기원하고 있는 그림이다. - 『후한서(後漢書)』 이응전(李膺傳) 등용문(登龍門)이야기 시인은 도..

짧은 시 2022.04.14

김용택 짧은 시 봄날

김용택 짧은 시 봄날. 참 쉽고 간결하다. 위트와 유머가 있다.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출처 : 김용택 시집, 『연애 시집』, 마음산책, 2002. 🍎 해설 참 쉽고 간결하다. 위트가 있고 유머가 있다. 봄날의 서정이 편하게 느겨진다. 봄이 오면 괜히 마음이 설레인다. 뭔가 울렁거린다. 여러분은 오늘, 예쁜 여자랑 손잡고 봄물을 따라 꽃 보러 가셨나요?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짧은 시 2022.04.13

박남준 짧은 시 깨끗한 빗자루

박남준 짧은 시 깨끗한 빗자루. 봄비는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빗자루다. 깨끗한 빗자루 /박남준 세상의 묵은 때들 적시며 씻겨주려고 초롱초롱 환하다 봄비 너 지상의 맑고 깨끗한 빗자루 하나 🍒 ❄출처 : 박남준 시집, 『적막』, 창비, 2005. 🍎 해설 이 시는 광화문글판에 뽑힌 시다(2014년 봄). 이 시는 봄비를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빗자루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봄비 맞고 깨끗해진 지상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봄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시인은 빗줄기를 빗자루로 보았다. 깨끗한 세상을 바라는 시인의 간절한 염원이 이런 시적 메타포어를 탄생시켰으리라. 봄의 빗줄기가 빗자루가 되어 세상의 묵은 때들과 오미크론을 씻어내어 진정한 새 봄을 맞이하..

짧은 시 2022.04.07

나태주 짧은 시 4월

나태주 짧은 시 4월. 4월에는 바람이 내어주는 길로 끝까지 가고 싶다. 4월 /나태주 바람이 내어주는 길로 꽃잎이 놓아주는 징검다리를 건너 끝까지 이 세상 끝까지 가고 싶다 가서는 꽁꽁 숨어 살고 있는 너 한사람 만나고 싶다 데려오고 싶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020. 🍎 해설 나태주 시인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사랑해야할 것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해야할 것들을 그리워한다. 작은 감정마저도 숨기고 외면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우리의 일상에서 시인의 시는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누구나 다 표현할 수는 없는 감정이기에 우리는 그의 시를 읽으며 공감한다. 이 시도 뭔가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4월에 길을 열어주는 느낌을 준다...

짧은 시 2022.04.05

안도현 짧은 시 봄밤

안도현 짧은 시 봄밤. 봄밤은 누군가를 또한 무엇인가를 그립게 한다. 봄밤 /안도현 내 마음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 마당가에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1991. 🍎 해설 봄밤은 쓸쓸하다. 그러나 봄밤은 칠흑같이 어두워도 살구꽃이라는 희망의 꽃을 가만가만 피워내고 있는 까닭에 봄밤다웁게 밝고 따스하다. 살구나무는 고향집에 한 두그루 서 있는 향수의 나무다. 봄밤은 역시 누군가를 또한 무엇인가를 그립게 한다. 최소한 고향을 그립게 한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이 어디 살구꽃뿐이랴. 배꽃, 복숭아꽃..

짧은 시 2022.03.29

윤보영 짧은 시 꽃

윤보영 짧은 시 꽃. 쉽고 간결한 그리움시다. 꽃 /윤보영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안 예쁜 꽃이 없다.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미운 꽃도 없다. 🍒 ❄출처 : 윤보영 시집, 『윤보영의 시가 있는 마을』, 와이비, 2014. 🍎 해설 윤보영 시인은 특별한 기교나 어려운 낱말 등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단어를 통해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짧은 시가 많다. 흔하고 평범한 소재 속에서 끌어올리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발상이 독자의 마음을 노크한다. 이 시도 그렇다. 꽃을 소재로 한 수 많은 사랑시, 그리움시가 있지만, 이 시는 아주 쉽고 그 시적 발상이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다. 언어 유희가 아닌 시적 고뇌가 있고 신선한 임팩트가 있다. 그리고 디자인이 있고 간결하다. 꽃..

짧은 시 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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