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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도종환 짧은 시 발자국

도종환 짧은 시 발자국. 눈이 왔다. 푹푹 깊은 발자국을 남긴 그 사람이 생각난다. 발자국 /도종환 발자국 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 ❄출처 :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 2011. 🍎 해설 사람들의 발자국이 푹푹 빠질 만큼의 눈이 내렸다. 그리움의 깊이만큼 파인 발자국. 가슴에 남겨 놓은 발자국. 푹푹 깊은 발자국을 남긴 그 사람이 불현 듯 생각난다.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고 내 가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그 사람. 오늘도 밤새 내린 눈 위로 푹푹 깊은 발자국을 남기며 내 곁을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른채 눈 쌓인 길로 달려가 본다. 발자국 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짧은 시 2022.01.11

윤보영 짧은 시 웃음비

윤보영 짧은 시 웃음비. 쉽고 간결하고 촉촉한 사랑시다. 웃음비 /윤보영 비가 내립니다 그대를 맞으려고 창문을 엽니다 활짝 웃으면서 빗속을 걸어나오는 그대 내 안에서 웃음비가 내립니다 젖은 만큼 행복합니다 🍒 ❄출처 : 윤보영 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행복에너지, 2019. 🍎 해설 윤보영 시인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 상황에서 ‘그대’에 대한 그리움을 끌어낸다. 쉽고 간결한 시어와 순수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메마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이 시도 그렇다. 이 시는 MG새마을금고 극장광고 ‘영화관에 찾아 온 시’ 2015년편에 선정되었다. 유호정 배우가 낭송하였다. MG새마을금고 극장광고 ‘영화관에 찾아 온 시’로 선정된 시 중에서 많이 선..

짧은 시 2022.01.07

서덕준 짧은 시 이끼

서덕준 짧은 시 이끼. 쉽고 간결하고 독특한 사랑시다. 이끼 /서덕준 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 네가 고여있다보니 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온통 뒤덮는다 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 🍒 ❄출처 : SNS/ 서덕준 시인 Instagram 🍎 해설 2018년, MG새마을금고 극장광고 ‘영화관에 찾아 온 시’에 이 시가 선정된 바 있다. 김상중 배우가 낭송하였다. 극장광고로 선정된 시는 일단 우수작품들이다. SNS 시인이라고 불리우는 서덕준 시인은 한 때 유명했던 원태연 시인과 같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쉽고 간결한 사랑시가 많다. 팔로워가 꽤 많다. 시인으로서의 자기 영역을 어떻게 구축할는지,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주목해 봐야한다. 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 네가 고여있다보니 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

짧은 시 2022.01.05

반칠환 짧은 시 새해 첫 기적

반칠환 짧은 시 새해 첫 기적. 우리는 매년 새해 첫날에 기적을 만난다. 어떤 기적인가?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뱅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 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채로 도착해 있었다. 🍒 ❄출처 : 반칠환, 웃음의 힘, 시와시학사, 2005. 🍎 해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날고, 뛰고, 걷고, 기고, 구르고 있었을 뿐인데, 문득 새해 첫날이 도착한 것이다. 그들에게 새해 첫날이 도착한 것이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황새든 달팽이든 말이든 새해에 모두 각자의 걸음으로 한 날 한 시에 당도하게 되는 진리는..

짧은 시 2022.01.02

이시영 짧은 시 오리알 두개

이시영 짧은 시 오리알 두개. 우리는 서로서로 어루만져주고 감싸주고 있는 그런 사이다. 오리알 두개 /이시영 갈숲이 자라는 곳에 오리알 두개 오리는 어디 갔나 갈숲이 대신 품어주는 곳에 따스한 오리알 두 개 🍒 ❄출처 : 이시영 시집, 『하동』, 창비, 2017 🍎 해설 이시영 시인은 짧은 시도 잘 쓴다. 짧은 시에 명시가 많다. 이 시는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어루만져주고 감싸주고 있는 그런 사이라는 시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 🌹 문태준 시인의 해설 이 시는 조용한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풍경에는 미묘하게도 정감이 오가고, 보살피는 움직임이 있다. 갈숲과 오리알 두 개 사이에 오가는 다독임이 그것이다. 갈대숲이 어루만져주고 감싸고 있기에 오리알은 온기가 있는 품을 얻는다. 이시영 시인의..

짧은 시 2021.12.28

나태주 짧은 시 강아지풀에게 인사

나태주 짧은 시 강아지풀에게 인사. 누구와도 금새 사귀어 친해질 수 있게 해주는 시. 강아지풀에게 인사 /나태주 혼자 노는 날 강아지풀한테 가 인사를 한다 안녕! 강아지풀이 사르르 꼬리를 흔든다 너도 혼자서 노는 거니? 다시 사르르 꼬리를 흔든다. 🍒 ❄출처 : 나태주 지음, 나태주 대표시 선집: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푸른길, 2017. 🍎 해설 코로나19가 더 심해져서 누구와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이런 날엔 누구와도 금새 사귀어 친해질 수 있고, 정이 깊게 들게 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강아지풀에게라도 인사를 해야겠다. 🌹 문태준 시인의 해설 길가나 들에 흔하고 흔한 것이 강아지풀이다. 키가 꽤 작다. 잘고 보드라운 털을 코끝에 손바닥에 목덜미에 살짝 대면 살근살근 잘도 ..

짧은 시 2021.12.24

김소월 짧은 시 눈

김소월 짧은 시 눈. 현대시의 시작점 김소월 시인의 사랑과 눈. 눈 /김소월 새하얀 흰눈, 가비엽게 밟을 눈, 재 같아서 날릴 듯 꺼질듯한 눈, 바람엔 흩어져도 불길에야 녹을 눈. 계집의 마음. 님의 마음. 🍒 ❄출처 : 김소월, 눈,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글도, 2019. 🍎 해설 시인은 밤사이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면서 사모하는 님을 생각한다. 님은 저 눈과 같다. 나를 애태우는 계집의 마음은, 님의 마음은 밤 사이 내린 저 눈과 같이 새하얀 것일까. 순결한 것일까. 순수한 것일까. 밟으면 가비얍게 밟히는, 그런 눈과 같은 마음일까. 부담없는 마음이 편안한 가벼운 사랑일까. 바람이라도 불면 재 같아서 날릴 듯 꺼질 듯한 그런 마음일까.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은 그런 마음일까. 아니면 바람엔 흩어져도..

짧은 시 2021.12.21

고은 짧은 시 순간의 꽃 8 <함박눈>

고은 짧은 시 순간의 꽃 8 . 짧지만 가슴에 긴 여운이 남는 좋은 시다. 순간의 꽃 8 /고은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출처: 고은, 순간의 꽃 , 고은 시집 순간의 꽃, 문학동네, 2014. 🍎 해설 고은 시인의 짧고 좋은 시 가운데 유명한 시의 하나다. 고은 시인은 자신이 쓴 185편의 좋은 시를 시의 제목은 없이 “순간의 꽃”이라는 시집에 묶어 펴냈다.이 블로그에 소개하는 ‘순간의 꽃 8’라는 제목(번호 8 부여)과 부제 은 이 블로그 운영자가 임의로 붙인 것이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서. 한 유명한 모차르트 음악연구가는 모차르트의 곡을 하나 하나 해설한 후, 곡마다 자신의 이름 첫 자인 K를 붙여 연대순으로 K123 번호를 붙였다. 그걸 모방했다. 고은 시인은 꽃 한..

짧은 시 2021.12.19

윤보영 짧은 시 첫 눈

윤보영 짧은 시 첫 눈. 첫사랑 첫 눈. 듣기만해도 가슴이 뛰는 말이다. 첫눈 /윤보영 첫눈이 내립니다 얼른 눈부터 감았습니다 내 안의 그대 불러 함께 보고 싶어서. 🍒 ❄출처 : 윤보영, 첫 눈,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행복에너지, 2020. 🍎 해설 첫사랑. 첫 눈. 듣기만 해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단어다. 첫 눈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난다. 시인은 아주 쉬운 시어로 사랑에 대한 우리의 절실한 감정을 이끌어 내준다. 이 시는 MG새마을금고 극장광고 ‘영화관에 찾아 온 시’ 겨울편에 선정된 바 있다. 유호정 배우가 낭송하였다. 첫 눈. 한결같이 그대만 생각하며 산다. 첫눈이 내립니다 얼른 눈부터 감았습니다 내 안의 그대 불러 함께 보고 싶어서.

짧은 시 2021.12.16

류시화 짧은 시 눈 위에 쓴 시

류시화 짧은 시 눈 위에 쓴 시. 연말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서정시다. 눈 위에 쓴 시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눈이 녹아 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 ❄출처 : 류시화, 눈 위에 쓴 시, 시선집/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열림원, 2015. 🍎 해설 12월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시다. 12월에는 눈 위에 시를 쓰는 시인의 시심도 가져볼만 하다. 그러나 내년에는 눈 위가 아니라 사람 가슴에 시를 쓰는 그런 한 해를 보내고 싶다. 🌹 류시화 시인의 한 마디 나의 시가 절망에 대한 위안이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진 않겠지만, 시인으로 입문한 지 35년 만에 시선집을 낸..

짧은 시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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