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짧은 시 겨울산. 침묵으로 삶을 가르쳐주는 겨울산.
겨울산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출처 : 황지우 시집, 『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0.
🍎 해설
겨울 산은 벗고 있고 춥고 쓸쓸하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슬쓸한 삶처럼 보이기에 “너도 견디고 있구나”라는 동지애를 표현한다. 인간만 삶 속에 고통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산도 역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
삶에는 꽃길만 있는 게 아니다. 삶이란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란 이 세상에 세 들어 사는 것과 같기에 그 삶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고통이란 ‘월세’처럼 꼬박꼬박 지불해야 한다.
기회주의자들은 어떤 일이 닥치면 하나하나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 자신에게 어느 편이 유리할지를 계산한다. 그래서 더 큰 이익이 있는 쪽을 택한다. 많은 계산을 한다. 그런 사색이 많으니 고통에 부딪힐 때 당연히 더 많은 고통으로 괴로워 한다.
겨울산은 우리에게 침묵으로 이런 걸 가르쳐 준다. 겨울산에 올라 추울 때에는 기회주의자들처럼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자. 이리 저리 계산을 하지 말자. 그저 하산하여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집으로 빨리 가자. 단순하게 살자.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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