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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나태주 짧은 시 꽃그늘

나태주 짧은 시 꽃그늘. 시인과 나이 어린 소녀와의 대화. 꽃그늘 /나태주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 ❄출처 : 나태주, 꽃그늘(2011),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해설 실은 이 작품은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찬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편도나무」란 글을 패러디해서 써본 글입니다. 편도나무/ 니코스 카잔차키스 어느 날 나는 편도나무에게 말하였네 간절히 온 마음과 기쁨 그리고 믿음으로 편도나무여 나에게 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렴 그러자 편도나무는 활짝 꽃을 피웠네. 그러나 전혀 소재나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동안 내 곁에 있으면서 마치 예쁜..

짧은 시 2021.08.23

나태주 짧은 시 이 가을에

나태주 짧은 시 이 가을에. 가을이 오고 있다. 이 가을에. 이 가을에 /나태주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 ❄출처 : 나태주, 이 가을에(2012),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20. 🍎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해설 겨우 한 문장의 작품입니다. 더러는 이런 글을 보고 시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가진 탓입니다. 시는 어떤 경우에도 틀이 없고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한 글이어야 합니다. 우선 제목부터 살펴야 합니다. ‘이 가을에’입니다. 다른 계절이 아니고 가을이라는 것이고 다른 가을도 아닌 이 가을, 그러니까 올해 가을이란 말입니다. 급박성, 현실감을 느낍니다. 가을은 이별과 귀환의 계절. 그로 하여 약간의 슬픔이 따르고 아릿한 아픔이 생기고 ..

짧은 시 2021.08.20

황금찬 짧은 시 꽃의 말

황금찬 짧은 시 꽃의 말.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시다. 꽃의 말 /황금찬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처럼 하리라 사람아 🍒 ❄출처 : 황금찬, 꽃의 말, 누른 빛깔 대표시인 10인선, 바움커뮤니케이션, 2019. 🍎 해설 시인은 입을 꽃으로 비유하였다. 꽃은 아름답다. 꽃의 말은 꽃처럼 아름답고 고운 말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이고 상대방에게 힘이 되는 말이다. 시인은 꽃의 말처럼 아름다운 말을 통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이 거칠어지기 때문에 말도 거칠어지기 쉽다.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단체카톡방 대화에서도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많이 생기고 있다. 직장내에서의 업무상의 대화 중에서도 말로 인한 문제점이 늘어나고 있다. ..

짧은 시 2021.08.16

류시화 짧은 시 별에 못을 박다

류시화 짧은 시 별에 못을 박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시다. 별에 못을 박다 /류시화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 ❄출처 : 류시화, 별에 못을 박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열림원, 1996. 🍎 해설 별은 언제나 아름답다. 언제 봐도 반짝 반짝 빛난다. 그러나 시인은 별이 못구멍이라고 한다.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라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아픔과 시련을 견뎌낸 사람이 별처럼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용한 격려를 보내고 있는 이 시는 실로 별처럼 아름답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

짧은 시 2021.08.12

유치환 짧은 시 그리움

유치환 짧은 시 그리움. 유명한 사랑시다.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출처 : 유치환, 그리움, 청마 유치환 전집, 국학자료원, 2008. 🍎 해설 자신의 격정적인 사랑은 밀물처럼 밀려오는 파도다. 임은 까딱도 않는 뭍이다. 세상엔 사람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능의 사랑이 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시인의 절절한 감정이 잘 묻어나 있는 명시다. *주: 그리움이라는 동일한 제목의 시가 한 편 더 있다(추후 소개 예정). 그 시도 주제는 같다. 이 두 편의 시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까 유치환 시인의 별명이 ‘그리움의 시인’이 되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

짧은 시 2021.08.11

이문재 짧은 시 문자메시지

이문재 짧은 시 문자메시지. 당신이 보내고 있는 문자메시지 타입은? 문자메시지 /이문재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출처 : 이문재, 문자메시지,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 해설 ‘나쁜 데 써도 돼’, 문자메시지의 이 한 구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만일 동생이 ‘좋은 데만 써야 돼’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면 그건 시가 안된다. 형을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라고 믿는 동생의 칭찬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런 동생을 갖고 있는 시인이 또한 부럽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기는 세상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다.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명언으로 알려진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마..

짧은 시 2021.08.09

피천득 짧은 시 꽃씨와 도둑

피천득 짧은 시 꽃씨와 도둑.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해주는 멋진 시다. 꽃씨와 도둑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출처 : 피천득, 꽃씨와 도둑, 시집 꽃씨와 도둑, 샘터사, 1997. 🍎 해설 어느 날 시인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그러나 없어진 물건이 없었다. 시인은 도둑의 입장이 되어 시 한 편을 썼다. 우선 도둑은 마당의 꽃을 보고 집주인이 꽃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방에는 책들만 있는걸 보고 집주인이 가난한 사람이고 글쓰는 사람이란걸 짐작한다. 가져갈만한 것을 마땅히 찾지 못한 도둑. 꽃씨가 익는 가을이 되면 다시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그러면서 도둑은 그 집에서 물러난다. 우리에게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해줬던 피천득 시인을..

짧은 시 2021.08.06

최승자 짧은 시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짧은 시 내 청춘의 영원한. 잊혀지지 않는 짧은 시다.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출처 :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2020. 🍎 해설 나는 20~30대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롭고 외롭고 그립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은 우리 인생의 영원한 트라이앵글인가.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짧은 시 2021.08.04

나희덕 짧은 시 서시

나희덕 짧은 시 서시. 당신 마음 속의 군불은 무엇인가. 서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출처 : 나희덕, 서시,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작과비평사, 1994. 🍎 해설 누구나 마음 속에 군불 하나씩은 담고 살아가고 있다.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달구지 못하면서 연기만 무성히 내고 있는 마음의 군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군불이다. 동시에 이 세상을 가장 따뜻하게 덥혀주는 군불이다.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짧은 시 2021.08.02

유치환 짧은 시 낙엽

유치환 짧은 시 낙엽. 짧지만 많은 것을 사색하게 해주는 좋은 시다. 낙엽 /유치환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출처 : 유치환, 낙엽, 청마 유치환 전집, 국학자료원, 2008. 🍎 해설 딱 한 줄의 짧은 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올림픽 양궁 경기가 찜통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 머지않아 새벽 이불자락을 끌어올린다는 처서가 온다. 가을이 오면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쓸면서 너의 추억을 쓸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에 대한 그리움도 한층 깊어갈 것이다. 영원히 펄럭이는 ‘그리움의 깃발’이다.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짧은 시 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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