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나태주 짧은 시 꽃그늘

무명시인M 2021. 8. 2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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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짧은 시 꽃그늘. Photo Source: www.pixabay. com

나태주 짧은 시 꽃그늘. 시인과 나이 어린 소녀와의 대화.

꽃그늘

/나태주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

 

출처 : 나태주, 꽃그늘(2011),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해설

실은 이 작품은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찬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편도나무란 글을 패러디해서 써본 글입니다.

 

편도나무/ 니코스 카잔차키스

 

어느 날 나는

편도나무에게 말하였네

간절히

온 마음과 기쁨

그리고 믿음으로

 

편도나무여

나에게 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렴

 

그러자 편도나무는 활짝

꽃을 피웠네.

 

그러나 전혀 소재나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동안 내 곁에 있으면서 마치 예쁜 새처럼 지절거리고 고운 꽃처럼 피어있던 처녀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나는 자주 내 마음속의 느낌을 얘기하고 그 아이의 반응을 보곤 했습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차라리 이건 협박성 발언입니다. 그런 말에 어린 처녀아이가 무어라 대답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아무런 응답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내 맘대로 그 다음의 말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시인은 때로 이렇게 거짓말쟁이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래서 새로운 한 세상이 우리 앞에 열렸습니다.

- 나태주 시인의 언론 기고문에서 발췌(2018).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Photo Source: www.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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