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나태주 짧은 시 이 가을에

무명시인M 2021. 8. 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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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짧은 시 이 가을에. Photo Source: www. pixabay.com

나태주 짧은 시 이 가을에. 가을이 오고 있다. 이 가을에.

 

이 가을에

/나태주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

 

출처 : 나태주, 이 가을에(2012),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20.

 

🍎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해설

겨우 한 문장의 작품입니다. 더러는 이런 글을 보고 시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가진 탓입니다. 시는 어떤 경우에도 틀이 없고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한 글이어야 합니다.

우선 제목부터 살펴야 합니다. ‘이 가을에입니다. 다른 계절이 아니고 가을이라는 것이고 다른 가을도 아닌 이 가을, 그러니까 올해 가을이란 말입니다. 급박성, 현실감을 느낍니다.

 

가을은 이별과 귀환의 계절. 그로 하여 약간의 슬픔이 따르고 아릿한 아픔이 생기고 회한도 있게 마련인 계절. 나무나 풀들은 겨울잠 잘 채비를 차리고 동물들도 겨울 모드로 삶을 변환시킵니다.

 

사랑도 쉬어야 하고 열정도 식어야 하며 쥐고 있던 보물도 버려야만 합니다. 환희어린 만남도 끝내고 멀리 떠나야 합니다. 이별이 있어야 하겠지요. 헌데 이런 가을에 멈출 수 없는 생명이나 사랑은 안타깝습니다. 멈추어야 할 곳에서 멈추어지지 않는 사랑은 하나의 고통이요 슬픔이 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慈悲)’란 말. 왜 사랑 자()가 앞에 오고 슬퍼할 비()가 뒤에 오는가? 사랑하면 슬퍼지는가, 아니면 슬퍼하면 사랑하는가를 생각하면 그 해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적어도 슬퍼하게 되면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반대로 사랑하면 슬퍼지기는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사랑의 진면목은 사랑하면서 슬퍼하는 마음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줄여야 할 이 가을에차마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으니 슬플 수밖엔 없는 일이겠습니다. 이런 짧은 시 한 편을 통해서도 부처님의 마음과 잠시 만나는 기쁨이 내게 있습니다.

- 나태주 시인의 언론 기고문(2016)에서 발췌.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 참고 음악: 낙엽은 지는데

https://youtu.be/5WAzv4NvZAU?si=gRpf9thiQdCpxFez

Photo Source: www.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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