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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343

나태주 짧은 시 부탁

나태주 짧은 시 부탁. 누구에게 한 부탁일까요.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출처 : 나태주, 부탁,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020. 🍎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해설 역시 병원에서의 경험이 바탕에 깔린 시입니다. 아내는 젊어서 수술을 여러 차례 했지만 그래도 뚝심이 있고 인내심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의 병원생활이 무작정 늘어지고 곁에서 병간호하는 일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끝내 간호하던 사람이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장장 6개월입니다. 그 6개월을 오로지 병실의 침대도 아니고 환자의 침대 아래에 놓인 쪽침상에서 자고 먹고 견뎌야 하는 생활입니다. 그래요...

짧은 시 2021.07.29

유용주 짧은 시 시멘트

우용주 짧은 시 시멘트.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하다. 시멘트 /유용주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부서져본 사람만이 그것을 안다 ❄출처 : 유용주, 시멘트, 낙엽 유용주 시선집, 도서출판B, 2019. 🍎 해설 철저히 부서진 부드러운 시멘트 가루는 가장 단단한 콘크리트가 된다. 고난과 역경에 찬 그 순간이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가루가 되도록 부서졌을 때 결코 좌절하지 말라. 그때가 그대 자신이 단단해지는 순간이다. 시인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듯한 깊이가 있는 격려를 보내고 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부서져본 사람만이 그것을 안다

짧은 시 2021.07.28

황인숙 짧은 시 바람 부는 날이면

황인숙 짧은 시 바람 부는 날이면. 이 세상의 남자들은 바람 부는 날이면 나플거리는 여자들의 플레어 스커트 자락의 매력을 보며 자란다. 바람 부는 날이면 /황인숙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 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출처 : 황인숙, 바람 부는 날이면, 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사, 2004. 🍎 해설 이 세상의 남자들은 바람 부는 날이면 아슬아슬하게 나플거리는 여자들의 스커트 자락의 매력을 보며 자란다. 그런 남자들에게 이 시에 대한 반응을 떠 봤다. 첫째 그룹은 즐거운 시라고 말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평했다 둘째 그룹은 스커트 자락의 상쾌라고 하는 여자의 심리 세계는 남자가 죽을 때까지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시인은 용수철처럼 ..

짧은 시 2021.07.25

정현종 짧은 시 그 굽은 곡선

정현종 짧은 시 그 굽은 곡선. 평화의 노다지는 어디에 있는가. 그 굽은 곡선 /정현종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출처 : 정현종, 그 굽은 곡선, 세상의 나무들, 문학과지성사, 1995. 🍎 해설 고속도로와 KTX 철로는 직선이다. 직선은 효율을 앞세우는 물질문명의 산물이다. 반면에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뜨고 있는 소들과 말들의 등은 곡선이다. 곡선은 인정의 넉넉함과 평화로움을 앞세우는 자연과 생명 존중의 모습이다. 반목과 탐욕의 직선 전쟁터에서는 평화가 없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와 말들의 평화로운 모습은 생명의 모습이고 평화의 노다지이다...

짧은 시 2021.07.24

정끝별 짧은 시 밀물

정끝별 짧은 시 밀물. 짧지만 깊이가 있는 아름다운 시다. 밀물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출처 : 정끝별, 밀물, 흰 책, 민음사, 2000. 🍎 해설 밀물처럼 밀려오는 늦은 저녁, 가까스로 일과를 무사히 다 마치고 집(항구)에 돌아 온 두 척의 배, 일터에서 돌아 온 두 부부는 나란히 누워 “오늘도 힘들었지?” 서로를 위로한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를 사람의 배로 생각해도 좋다. 거친 풍랑 속에서 바닷일을 끝내고 무사귀환한 어부와 그 무사귀환을 반기는 아내의 위로가 있는 한 그 집은 행복하다. 아내가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남편이 “응, 바다가 잠잠..

짧은 시 2021.07.23

정지용 짧은 시 호수 1

정지용 짧은 시 호수 1. 짧지만 유명한 명시다. 호수 1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출처 : 정지용, 호수 1,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시인생각, 2012. 🍎 해설 이 시의 주제는 그리움이다. 시인은 사무치는 그리움에 대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눈을 감는다. 하지만 마음의 눈이 더 크게 떠져서 그리움이 더 사무친다. 작은 두 손으로 얼굴 전체를 가릴 수는 있지만, 마음만은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다. 짧지만 가슴에 와 닿는 시다. 시인의 작품 호수 2도 함께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정지용의 시어는 섬세하고 감각적이다. 그리고 쉬우면서도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명한 시적 메시지가 있다. 호수 2 /..

짧은 시 2021.07.22

이성복 짧은 시 남해 금산

이성복 짧은 시 남해 금산. 유명한 시다.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속에 나 혼자 잠기네 ❄출처 : 이성복, 남해 금산, 시집 남해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 해설 단편소설을 써 보자. 한 남자가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어서 돌 속에 갇혀 있는 그 여자를 만나려고 돌속에 들어가서 돌이 된다. 그러나 그 여자는 돌속에서 떠나갔다. 그 여자를 해와 달이 끌어 주었다. 그 여자는 배반해서 떠난 게 아니라 사랑의 힘으로 돌에서 해방되어 인간이 된 것 같다. 이건 자연의 섭..

짧은 시 2021.07.10

신달자 짧은 시 그리움

신달자 짧은 시 그리움. 사무치는 그리움은 무엇일까요? 그리움 /신달자 내 몸에 마지막 피 한 방울 마음의 여백까지 있는 대로 휘몰아 너에게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흘러가는 이 난감한 생명 이동 ❄출처 : 신달자, 그리움, 오래 말하는 사이, 민음사, 2004. 🍎 해설 사무친 그리움을 간결하고 농축된 시어로 표현한 시다. 이 시의 방아쇠는 ‘이 난감한 생명 이동’이다. 사랑이나 그리움은 생명 이동이라는 것이다. 창조적이다. 그런데도 제목을 ‘열애’라고 하지 않고 감정을 톤 다운시킨 ‘그리움’으로 붙인 것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움이라는 말 /신달자 두 사람이 똑같이 사흘을 굶었다. 나흘째 A와 B 앞에 열 개씩 든 사과 상자를 놓았다. 마음대로 먹으라고 했다. A는 너무나 허기져 사과를 보자마..

짧은 시 2021.07.03

원태연 짧은 시 알아!

원태연 짧은 시 알아! 90년대 초에 매우 유명했던 연애시다. 알아! /원태연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출처 : 원태연, 알아!,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영운기획, 1992. 🍎 해설 1992년, 21세의 청년 원태연은 문단의 등용문을 거치지 않고 시집 한 권을 냈다. 이 시집은 당시 새로운 감성 연애시로 거론되면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시 ‘알아’가 대표작이다. 그는 작사가로 활동하는 등 문단을 떠났다가 2020년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란 시집을 내면서 문단에 컴백했다. 문단에서는 그를 외면하고 있다. 시인들이나 문학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서 노코멘트. 출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짧은 시 2021.06.28

천양희 짧은 시 밥

천양희 짧은 시 밥. 마음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이 시를 준비하시기 바란다. 밥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출처 : 천영희, 밥, 평생 간직하고픈 시, 북카라반, 2011. 🍎 해설 외롭거나, 권태로울 때가 있다. 궁지에 몰린 듯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유없이 슬플 때도 있다. 마음을 바로 보살펴야 한다. 이 때에도 밥심이 최고의 보약이다. 밥이 가진 긍정의 힘을 믿자. 밥알이 모래알 같더라도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꼭꼭 씹어야 한다. 어차피 그 누구와도 나눌 수가 없는 내 삶은 내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궁지에 몰린 마음..

짧은 시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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