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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류시화 좋은 시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좋은 시 길 위에서의 생각. 자신의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출처 : 류시화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

좋은시 2022.10.31

조동화 좋은 시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좋은 시 나 하나 꽃 피어. 인기가 있고 유명한 시다.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출처 : 조동화 시집, 『나 하나 꽃 피어』, 초록숲, 2013. 🍎 해설 유명한 시다. 정치인, 기업 CEO, 고위 공무원들이 자주 인용하는 시다. 인터넷에서도 많이 포스팅 되어 있다. 내가 먼저 변함으로써 온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는 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 하나 꽃 피었을 땐 풀밭이지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 꽃피면 꽃밭이 된다. 둘째 연에서는 나의 역할이 ..

좋은시 2022.10.30

고은 좋은 시 어떤 기쁨

고은 좋은 시 어떤 기쁨.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시. 어떤 기쁨 /고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했던 것 울지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울지말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 울지마라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세계에서 이 세계의 어디에서 나는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수많은 남과 남으로 이루어졌다 울지마라 🍒 ❄출처 : 고은 시집, 『마치 잔칫날처럼』, 창비, 2012. 🍎 해설 고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유명한 작품이다. 이 시는 자신이 세상에서 철저하게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작품이다. 내가 이쪽 편에서 외롭다..

좋은시 2022.10.29

박정대 좋은 시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박정대 좋은 시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이 세상에 옛애인은 없는데...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박정대 나의 가슴에 성호를 긋던 바람도 스치고 지나가면 그뿐 하늘의 구름을 나의 애인이라 부를 순 없어요 맥주를 마시며 고백한 사랑은 텅 빈 맥주잔 속에 갇혀 뒹굴고 깃발 속에 써놓은 사랑은 펄럭인은 깃발 속에서만 유효할 뿐이지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복잡한 거리가 행인을 비우듯 그대는 내 가슴의 한복판을 스치고 지나간 무례한 길손이었을뿐 기억의 통로에 버려진 이름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맥주를 마시고 잔디밭을 더럽히며 빨리 혹은 좀 더 늦게 떠나갈 뿐이지요 이 세상의 영원한 애인이란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

좋은시 2022.10.26

김용택 좋은 시 환장

김용택 좋은 시 환장. 당신은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어떤 환장을 경험할 것인가? 환장 /김용택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앉아 놀다가 한줄기 바람에 날려 흐르는 물에 떨어져 멀리멀리 흘러가버리든가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오래오래 앉아 놀다가 산에 잎 다 지고 나면 늦가을 햇살 받아 바삭 바삭 바스라지든가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버리든가 🍒 ❄출처 : 김용택 시집, 『그래서 당신』 , 문학동네, 2006. 🍎 해설 우선 이 시의 제목을 ‘환장’이라고 정한 의미를 좀 생각해 보자. 원래 환장은 내 오장육부가 뒤집힐 정도로 답답할 때 쓰는 말이다. 또는 좋아서 미치겠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아마도 시인은 가을에 든 단풍이 환장할 정도로..

좋은시 2022.10.24

윤동주 좋은 시 편지

윤동주 좋은 시 편지. 흰 눈과도 같은 윤동주 시인의 순수한 시심.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옇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 ❄출처 : 윤동주 시집, 『윤동주 시 전집』, 스타북스, 2019. 🍎 해설 *옇고: 넣고. 윤동주 시인이 고등학교 재학중(1936년)에 쓴 동시다. 누나가 간 저 먼 하늘나라에는 눈이 귀해서 누나에게 눈을 부쳤으면 한다. 소년은 흰 봉투에 흰 눈 한 줌을 담아서 어떤 사연도 적지 않고 흰 눈만 담아서 보내고자 한다. "흰 봉투에 / 눈을 한줌 옇고(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 우표도 붙이지 말고 / 말쑥하게 그대로 / 편지를 붙일까" 라고..

좋은시 2022.10.18

이문재 좋은 시 어제보다 조금 더

이문재 좋은 시 어제보다 조금 더. 매일 생각한다. 어제보다 조금만 더. 어제보다 조금 더 /이문재 어제보다 더 젊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질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많이 가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눌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강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더 지혜로울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가까이 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생각할 수는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어제보다 조금만 더 🍒 ❄출처 :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해설 오늘 하루 디자이너 무명시인 M입니다. 매일 최소한 한 번씩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오늘 하루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참 좋습니다. 시인이..

좋은시 2022.10.13

김대규 좋은 시 가을의 노래

김대규 좋은 시 가을의 노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가을의노래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 하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좋은시 2022.10.09

이해인 좋은 시 10월 엽서

이해인 좋은 시 10월 엽서.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10월입니다. 10월 엽서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 ❄출처 : 이해인 시집, 『나를 키우는 말』, 시인생각, 2013. 🍎 해설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마음이다. 이런 날엔 그대에게 엽서를 보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내 그리운 마음이 촘촘히 틀어박힌 석류를 쪼개 드리고 싶다. 좋아한다는 ..

좋은시 2022.10.07

김경미 좋은 시 오늘의 결심

김경미 좋은 시 오늘의 결심. 정주지 않고 살고 싶다. 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고 열어두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내 목에 적힌 목차들 재미없다 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 ❄출처 : 김경미 시집, 『밤의 입국 심사』, 문학과지성사, 2014. 🍎 해설 김경미 시인은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좋은시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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