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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김남조 좋은 시 편지

김남조 좋은 시 편지.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단 한번도 부치지는 않는다.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출처 : 김남조 시집, 『가난한 이름에게』,미래사, 1991. 🍎 해설 우체부가 전해주던 종이 편지가 실종된지 오래다. 편지를 써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던 시절에 사랑은 행복했다. 이 시의 방아쇠는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한 구절을 쓰면 ..

좋은시 2022.09.08

나태주 좋은 시 하일음

나태주 좋은 시 하일음. 25세의 아름다운 청년 나태주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시. 하일음夏日吟 /나태주 나이 스물 하고도 다섯의 이 여름에 내게 있어 제일로 중요한 일은 여자들과 만나 시시덕이는 잡담이 아니고 오로지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들입니다. 혼자의 그 하얀 잔주름들을 잘 이겨낼 줄 아는 일이다. 가슴에 피어서 좀 쑤시게 하는 분홍, 분홍, 연분홍의 안개들을 곱게 다스려 말간 이슬 한 종재기로라도 걸려내는 일이다. 비 갠 여름 점심 한나절쯤 조히, 꽃밭 귀퉁이에 초등학생용 나무의자라도 하나 가져다 놓고 꽃들이 수선 떠는 그 소리없는 소리들의 모양새들을 착실히 구경하는 일이다. 하늘의 비늘구름들이 내려와서 자맥질하며 멱감고 나오는 꽃 속의 호수라도 한 채 찾아내는 일이다. 찾아낼 줄 아는 ..

좋은시 2022.09.06

윤보영 좋은 시 9월 마중

윤보영 좋은 시 9월 마중. 오늘은 9월 2일이다. 주말에 9월 마중을 나가는 날이다. 9월 마중 /윤보영 오늘은 일찌감치 9월 마중을 나섰습니다. 함께 해온 8월을 데리고 9월이 오고 있는 행복의 언덕으로 가고 있습니다. 새로 맞을 9월! 넉넉한 10월만을 못할 수 있고 정열적인 8월에 뒤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9월은 중요한 달입니다. 남은 열정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웃으면서 10월에게 자리를 내어 줄 수 있게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9월을 마중 가는 오늘처럼 10월을 마중 가는 그 날도 9월과 웃으며 갈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 9월에도 모두를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시랑합니다. 🍒 ❄출처 : 윤보영 시집, 『높은 하늘 깊은 그리움』,카드들 ,2017. ..

좋은시 2022.09.02

나태주 좋은 시 다시 9월이

나태주 좋은 시 다시 9월이. 오늘은 9월 1일이다. 좋은 9월 시부터 만나보자. 다시 9월이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 ❄출처 : 나태주 시집,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알에이치코리아,2015. ​ 🍎 해설 다시 9월입니다.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치유를..

좋은시 2022.09.01

이정하 좋은 시 보여줄 수 없는 사랑

이정하 좋은 시 보여줄 수 없는 사랑. 가끔 그대를 위해서 보여줄 수 없는 그 어떤 마음이 있다. 보여줄 수 없는 사랑 /이정하 그대 섣불리 짐작치 마라.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의 크기가 작았을뿐.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그대가 본 것이 작았을 뿐. 하늘을 보았다고 그 끝을 본 건 아닐 것이다. 바다를 보았다고 그 속을 본건 아닐 것이다 속단치 마라. 그대가 보고 느끼는 것보다 내 사랑은 훨힌 더 크고 깊나니 보여줄래야 보여줄 수 없는 그대 나를 안다고 함부로 판단치 마라. 내사랑 작다고 툴툴대지 마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니. 마음이 작다고 디 사랑까지 작겠느냐. 🍒 ❄출처 : 이정하 시집, 『다시 사랑이 온다』,문이당, 2016. 🍎 해설 사랑에 웃고, 울었던 사람들은 생활에 쫓기..

좋은시 2022.08.31

이해인 좋은 시 익어가는 가을

이해인 좋은 시 익어가는 가을. 가을이 조용히 오고 있다. 가을은 모든 것이 익어서 사랑이 된다. 익어가는 가을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가을이 깊을 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출처 : 이해인 시집, 『작은 위로』,열림원,2008. 🍎 해설 가을이 몰래 오고 있습니다. 쓸쓸한 낙엽부터 생각하지 마십시오. 꽃이 진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시인은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간다고 했습니다. 이번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아름다운 사랑을 일궈 내시기 바랍니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가을이 깊을 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가을엔 너도 나..

좋은시 2022.08.28

안도현 좋은 시 가을 햇볕

안도현 좋은 시 가을 햇볕. 요즘 시골집 마당에서 고추를 말린다. 여기에 인생이 있다. ​가을 햇볕 /안도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 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 ❄출처 : 안도현 시집, 『모닥불』,창작과비평사,1989. 🍎 해설 요즘 시골 집 마당이나 동네 길 위에서 쨍쨍한 가을 햇살아래 빨간 고추를 말리는 풍경을 우리는 흔히 본다. 이 풍경에서 인생이 다 펼쳐진다. 처음에는 시인이 아가에게 고추처럼 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독하게 살라는 말로 알았다. 어라, 이건 안도현 답지 않은데? 그러다가 모파상의 목걸이 반전을 만났다...

좋은시 2022.08.27

윤보영 좋은 시 사랑 우산

운보영 좋은 시 사랑 우산.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우산 같은 역할을 해주는 시. 사랑 우산 /윤보영 사랑으로 우산을 만들겠습니다. 만든 우산을 당신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외로움도 가리고 아픔도 가릴 수 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볕 좋은 날에도 늘 쓰고 다닐 수 있게 사랑으로 만들겠습니다 ​ 그 우산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 당신은 당신은 이미 나의 우산입니다. 🍒 ❄출처 : 운보영 시집, 『윤보영의 시가 있는 마을』,와이비,2014. 🍎 윤보영 시인의 자작시 해설 사랑 우산처럼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이 시가 우산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12월 저절로 웃음이 나와 더 행복한 경기도 광주 이야기터 휴에서 윤보영 ❄출처 : 운보영 시집, 『세상에 그저 피..

좋은시 2022.08.26

나태주 좋은 시 가을이 온다

나태주 좋은 시 가을이 온다. 어제는 처서. 가을의 신호탄. 여러분은 이번 가을에... 가을이 온다 /나태주 구름 위에 카메라 놓았으면 좋겠어 너 보고 싶을 때마다 너의 모습 찰칵 찰칵 사진으로 찍어 나한테 전해주도록 바람 속에 녹음기 놓았으면 좋겠어 너 생각날 때마다 너의 숨소리 스륵 너의 콧노래 스르륵 담아 나한테 전해주도록 오늘은 또 구름 높고 바람까지 좋은 날 여름이 가려나 보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홍성사,2020. 🍎 해설 어제는 처서. 처서는 가을의 신호탄이라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가을이 오면 구름 위에 카메라를 놓고, 바람 속에 녹음기를 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너의 모습 사진으로 보내주고, 너의 콧노래 스르륵 담아 보내달라고 조릅니다. 여러분..

좋은시 2022.08.24

박목월 좋은 시 어머니의 언더라인

박목월 좋은 시 어머니의 언더라인. 용인공원 박목월 시 정원에는 이 시가 시비로 세워져 있다. 어머니의 언더라인 /박목월 유품으로는 그것뿐이다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가난과 인내와 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 금잔디를 덮고 양지바른 곳에 잠드셨다 오늘은 가배절(嘉俳節) 흐르는 달빛에 산천이 젖었는데 이 세상에 남기신 어머님의 유품은 그것뿐이다 가죽으로 장정된 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말씀의 책 어머니가 그어놓으신 붉은 언더라인은 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은 이순의 아들을 깨우치고 당신을 통하여 지고하신 분을 뵙게 한다 어두운 밤에 읽는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 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 어머니의 기도소리 🍒 ❄출처 : 박목월 시집, 『크고..

좋은시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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