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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나태주 좋은 시 추억

나태주 좋은 시 추억.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다. 추억 /나태주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밭이 자라서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산촌 엽서』,문학사상사,2002. 🍎 해설 젊은 날의 꿈은 아름답다. 청운의 꿈인가, 사랑과 희망의 꿈인가, 누구와 어떻게였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꿈을 가꾸던 지난 시절이 그립다. 최인호 작가는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

좋은시 2022.07.27

이생진 좋은 시 있었던 일

이생진 좋은 시 있었던 일.사랑은 없언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있었던 일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 ❄출처 : 이생진 시집, 『시인의 사랑』 ,혜진서관,1997. 🍎 해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하기 위해 며칠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습니까? 지금 생각해 봐도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이었습니까?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좋은시 2022.07.26

정호승 좋은 시 여행

정호승 좋은 시 여행.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오지를 향해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여행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雪山)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雪山)뿐이다 🍒 ❄출처 : 정호승 시집, 『여행』,창비, 2013. 🍎 해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하나의 여행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오지를 향해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시인은 설산이며 오지인 타인을 향해 사랑을 실천..

좋은시 2022.07.23

이정하 좋은 시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이정하 좋은 시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이정하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그 작은 일에서부터 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 세삼 느껴보고 싶다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하렴... 🍒 ❄출처 : 이정하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푸른숲, 2002. 🍎 해설 외로운 사람이 많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픈 마음을 달래줄 이도 많지 않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을 손을 잡아주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가슴을 열고 마음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역사는 새로 시작된다. 기적이 일..

좋은시 2022.07.21

신경림 좋은시 별

신경림 좋은 시 별.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별이 보인다. 별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출처 : 신경림 시집, 『사진관집 이층』,창비,2014. 🍎 해설 나이 들어 눈은 어두워졌는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니 이것은 무슨 뜻일까. 노안(老眼)이라서 보인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세월의 힘인가? 세상은 비록 탁한 하늘이지만 그 내부 깊숙한 곳에서 '별'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 일에 몰두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놓친 것은 없었..

좋은시 2022.07.19

이재무 좋은 시 구부러지다

이재무 좋은 시 구부러지다.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러지다 /이재무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 ❄출처 :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천년의시작,2020. 🍎 해설 구불구불한 강을 만든 것은 강물이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만든 것은 바닷물이었다. 구불구불 돌아서 가는 오솔길을 만든 건 길손들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구불구불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었다. 구부러진 것들에는 모두 쌓인 사연이 있다. 운명과 같은 역사와 인고의 세월이 있다. 구부러진 사연과 역사, 인고의 시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반칠환 시..

좋은시 2022.07.17

윤동주 좋은 시 쉽게 씌어진 시

운동주 좋은 시 쉽게 씌어진 시. 고백적 어조로 윤동주 특유의 부끄러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시.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19..

좋은시 2022.07.16

김소월 좋은 시 첫사랑

김소월 좋은 시 첫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어찌 잊으랴.첫사랑/김소월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 ❄출처 :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자화상,2021. 🍎 해설*갈매 하늘: 짙은 초록빛 하늘 이 시는 첫 연에서 승부가 났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이 대목이 사랑 드라마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지금은 헤어졌다. 첫사랑 그 사람..

좋은시 2022.07.14

문정희 좋은 시 늙은 꽃

문정희 좋은 시 늙은 꽃. 늙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최선을 다 한 사람은 한 떨기 꽃이다. 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 ❄출처 : 문정희 시집, 『다산의 처녀』,민음사,2010, 🍎 해설 꽃이 찬란한 것은 늙지 않기 때문이다.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버리기 때문이다. 꽃의 피 속에는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고, 말과 분별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꽃인들 최선을 다했다. 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피어나기 위해 사력을..

좋은시 2022.07.13

조병화 좋은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좋은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허무의 전파에 대항하여 쓴 좋은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

좋은시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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