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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정희성 좋은 시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정희성 좋은 시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가끔은 이런 유머와 해학시가 필요하다.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정희성 주일날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갔다가 미사 끝나고 신부님한테 인사를 하니 신부님이 먼저 알고, 예까지 젓 사러 왔냐고 우리 성당 자매님들 젓 좀 팔아주라고 우리가 기뻐 대답하기를, 그러마고 어느 자매님 젓이 제일 맛있냐고 신부님이 뒤통수를 긁으며 글쎄 내가 자매님들 젓을 다 먹어봤겠느냐고 우리가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그도 그렇겠노라고 🍒 ❄출처 : 정희성 시집,『돌아다보면 문득』, 창비, 2008. 🍎 해설 정희성 시인은 생활 속에 깃든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시인이다. 이 시는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시다.‘젓’과 ‘젖’의 발음이 비슷하게 난다는 데에서 나온 유머다. 배..

좋은시 2022.06.25

박재삼 좋은 시 첫사랑 그 사람은

박재삼 좋은 시 첫사랑 그 사람은. 당신의 첫사랑의 기억은? 첫사랑 그 사람은 /박재삼 첫사랑 그 사람은 입맞춘 다음엔 고개를 못들었네 나도 딴 곳을 보고 있었네 비단올 머리칼 하늘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그 냄새 어느덧 마음아파라 내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러보내는 실개천을 보아라 물비늘 쓴 채 물살은 울고 있고, 우는 물살 따라 달빛도 포개어진채 울고있었지 🍒 ❄출처 : 박재삼 시집, 『박재삼 시전집1』, 민음사, 1998. 🍎 해설 첫사랑 그 시절은 정말 아름다웠던 시절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다. 나란히 풀섶에서 밤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는 첫사랑.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드디어 첫키스의 내음새. 라일락 향기같기도 하고 장미 향..

좋은시 2022.06.24

류시화 좋은 시 소금별

류시화 좋은 시 소금별. 소금별은 과연 어느 별일까? 소금별 /류시화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지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이지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 ❄출처 : 류시화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무소의뿔, 2016. 🍎 해설 소금별은 어느 별일까? 다름 아닌 지구별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들 마음 한 구석에 슬픔을 담고 살아간다. 아무도 모르는 슬픔을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슬픔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밝게 살아간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기 때문에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인다. 인공위성에서 화성을 내다봐도 반짝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라는 별은 소금별..

좋은시 2022.06.23

서정주 좋은 시 부활

서정주 좋은 시 부활.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시. 서정시. 부활 /서정주 내 너를 찾어왔다 순(順)아.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순아, 이게 몇만 시간 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눌만 남드니, 매만져볼 머릿카락 하나 머릿카락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 오고…… 촉(燭)불 밖에 부흥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천 린지, 한 번 가선 소식 없든 그 어려운 주소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좋은시 2022.06.22

김남조 좋은 시 그대 있음에

김남조 좋은 시 그대 있음에. 사랑이란? 손 잡는다는 것. 맞잡은 손. 그대 있음에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 ❄출처 : 김남조 시집, 『김남조 시전집』,국학자료원, 2005. 🍎 해설 사랑이란 무엇인가? 기쁨과 갈망이 동시에 자라나는 마음이 곧 사랑이다. 그것은 근심과 같은 것이다. 근심은 외롭고 고단한 것임으로 누군가의 손을 부른다. 손 잡는다는 것, 그 맞잡은 손에서 열리는 ..

좋은시 2022.06.21

조지훈 좋은 시 민들레꽃

조지훈 좋은 시 민들레꽃.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민들레꽃 /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럽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 ❄출처 : 조지훈 시집, ​『풀잎의 단장』, 창조사, 1952. 🍎 해설 사람 누구에게나 그리움이 있다. 더욱이 외로울 때는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시인은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

좋은시 2022.06.19

나태주 좋은 시 어리신 어머니

나태주 좋은 시 어리신 어머니.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어리신 어머니 /나태주 어머니 돌아가시면 또 다른 어머니가 태어납니다 상가에 와서 어떤 시인이 위로해주고 간 말이다 어머니, 어머니,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부디 제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 어리신 어머니로 자라주세요 저와 함께 웃고 얘기하고 먼 나라 여행도 다니고 그래 주세요 🍒 ❄출처 : 나태주 시집, 『어리신 어머니』, 서정시학, 2020. 🍎 해설 그리운 어머니를 어리신 어머니로 제목을 바꾸어 지은 작품 같다. 독특한 제목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셔도 다시 “또 다른 어머니”, “어리신 어머니”가 되어 자녀의 마음속에 사신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시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로 제31회 김달진 문학상(..

좋은시 2022.06.17

이성복 좋은 시 서시

이성복 좋은 시 서시. 애절하고도 쓸쓸한 사랑시다. 그러나 아름답다. 서시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출처 : 이성복 시집,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 해설 이 시는 애절하고도 쓸쓸한 사랑시다. 늦고 헐한 저녁.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걷는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

좋은시 2022.06.15

신용목 좋은 시 민들레

신용목 좋은 시 민들레. 민들레 씨앗은 사랑의 날개를 달고 그대에게 날아간다. 민들레 /신용목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가지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 ❄출처 : 신용목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문학과지성사, 2004. 🍎 해설 민들레 씨앗은 바람에 날릴 때 사랑의 날개를 단다. 그대에게 날아간다. 먼지도 솜텰도 아니지만 사랑이 아니면 흩어지고 부서진다. 목을 길게 늘어 뜨린 것 같은 민들레 씨방이 사랑이 아니면 참수한다해도 사랑하는 그 정신까지는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간절한 사랑의 노래다. 간..

좋은시 2022.06.14

이해인 좋은 시 석류의 말

이해인 좋은 시 석류의 말. 알알이 감춰 온 그리움을 터뜨릴 수 밖에 없다. 석류의 말 /이해인 감추려고 감추려고 애를 쓰는데도 어느새 살짝 빠져나오는 이 붉은 그리움은 제 탓이 아니에요 푸름으로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 이젠 부끄러워도 할 수 없네요 아직은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 밖에 없는 이 한 번의 사랑을 부디 아름답다고 말해 주어요 🍒 ❄출처 : 이해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열림원, 2015. 🍎 해설 석류알 한 알 한 알은 홍보석과 같다. 이 석류알들은 알알이 익은 고독이다. 남몰래 숨겨온 그리움이다. 이제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 밖에 없다. 석류의 말은 겸허하고 이쁘다. 아름다운 사랑시다...

좋은시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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