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좋은 시 부활.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시. 서정시.
부활
/서정주
내 너를 찾어왔다 순(順)아.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순아, 이게 몇만 시간 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눌만 남드니, 매만져볼 머릿카락 하나 머릿카락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 오고……
촉(燭)불 밖에 부흥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천 린지, 한 번 가선 소식 없든 그 어려운 주소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어 순아! 순아! 순아!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 🍒
❄출처 : 조선일보(1939.7) 수록, 서정주 시집, 『화사집』, 남만서고, 1941.
🍎 해설
이 시는 젊어서 죽은 연인 순아에 대한 그리움과 그녀의 부활의 소망을 담은 애절한 사랑시다.
시인은 죽은 순아를 새벽 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운 순아는 종로에서 그 거리에 걸린 무지개를 타고 아름답게 부활한다.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 그들의 눈망울 속에 들어 앉아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은 ‘ 너 이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라고 애절하게 부르짖는다. 눈망울과 가슴 속은 부활의 통로다.
시인만이 아니다. 우리 대부분도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살다 보면 불현듯 그 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까마득한 기억 속에서 부활한 그 사람이 생각날 때가 있다. 환각 같은 애절한 부활의 꿈, 우리는 이 같은 부활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애틋한 서정시다.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순아,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어 순아! 순아! 순아!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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