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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이병률 좋은 시 사랑의 역사

이병률 좋은 시 사랑의 역사. 귀하의 사랑의 역사를 작성해 보십시오. 사랑의 역사 /이병률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 만하면 받히고 굳을 만하면 받히는 등 뒤의 일이 내 소관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됐을 때 마음의 뼈는 금이 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난데없이 여름 냄새가 풍겼습니다 🍒 ❄출처 : 이병률 시집, 『바람의 사생활』,창비,2006. 🍎 해설 *음합니다; 어둡다. *굳을만 하면 받히고: 시 원문에는 받치고라고 되어 있..

좋은시 2022.08.22

김용택 좋은 시 입맞춤

김용택 좋은 시 입맞춤. 달빛이야 눈감으면 되지만 내 마음의 달은. 입맞춤 /김용택 달이 화안히 떠올랐어요. 그대 등 뒤 검은 산에 흰 꽃잎들이 날았습니다. 검은 산 속을 나와 달빛을 받은 감미롭고도 찬란한 저 꽃잎들 숨 막히고, 어지러웠지요. 휘황한 달빛이야 눈 감으면 되지만 날로 커가는 이 마음의 달은 무엇으로 다 가린답니까. 🍒 ❄출처 : 김용택 시집,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마음산책,2021. 🍎 해설 김용택 시인의 시어는 결코 난해하지 않다. 그러나 자연에서 가져온 소박하고 단순한 김용택 시인의 시어에서 느끼는 감정은 감동적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은 맞닥뜨리는 사랑의 열병, 김용택 시인의 시어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으로 인해 찬란했고 또 아팠던 시절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좋은시 2022.08.21

이성선 좋은 시 그냥 둔다

이성선 좋은 시 그냥 둔다.느림의 미학과 성찰의 시간을 찾아 보시겠습니까. 그냥 둔다 /이성선 마당의 잡초도 그냥 둔다 잡초 위에 누운 벌레도 그냥 둔다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산 능선도 그냥 둔다 거기 잠시 머물러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눈길도 그냥 둔다 🍒 ❄출처 : 이성선, 『이성선 시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경험하게 되었다. 강제 휴식, 슬로 라이프, 그냥 둔다를 경험하게 되었다. 보통 때 바쁜 현대인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목적과 이유를 강조한다. 뭐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잡초'와 '벌레'라면 보통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모든 것을 그냥 둔다고 노래한다. 바쁘고 쫓기는 마음을 쉬게하면서 잠시 ..

좋은시 2022.08.20

윤동주 좋은 시 참회록

윤동주 좋은 시 참회록. 윤동주 시 중에는 부끄러움과 자아 성찰이 담겨있는 게 많다.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출처 :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 ​ 🍎 해설 윤동주 시인의 자서전이다. 자신이 지난 날에..

좋은시 2022.08.18

이채 좋은 시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이채 좋은 시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산다는 게..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이채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 ❄..

좋은시 2022.08.17

서정주 좋은 시 견우의 노래

서정주 좋은 시 견우의 노래. 은하수에서 견우가 직녀에게 대화를 한다.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 ❄출처 : 서정주 시집, 『귀촉도』,선문사,1948. ​🍎 해설 1년에 칠월 칠석날 한 번만 만난다는 견우와 직..

좋은시 2022.08.16

정채봉 좋은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좋은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돌아가신 엄마가 하루 휴가를 나온다면.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출처 : 정채봉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샘터,2006. 🍎 해설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하루 휴가를 얻어 나오신다는 발상부터가 신선하다. 이 시는 마지막에서 승부가 났다.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

좋은시 2022.08.14

정진규 좋은 시 연필로 쓰기

정진규 좋은 시 연필로 쓰기. 나는 시를 연필로만 쓰려고 한다. 그 이유는.. 연필로 쓰기 /정진규 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 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

좋은시 2022.08.12

문정희 좋은 시 전보

문정희 좋은 시 전보. 옛날, 꼭 급히 전해야 할 소식이 있으면 전보를 보냈다. 전보 /문정희 나는 너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어느 일몰의 시간이거나 창백한 달이 떠 있는 신새벽이어도 좋으리라 눈부신 화살처럼 날아가 지극히 짧은 일격으로 네 모든 생애를 바꾸어 버리는 축전이 되고 싶다 가만히 바라보면 아이들의 놀이처럼 싱거운 화면,그 위에 꽂히는 한 장의 햇살이고 싶다 사랑이라든가 심지어 깊은 슬픔이 되고 싶다 나는 네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 ❄출처 : 문정희 시집, 『어린 사랑에게-문정희 시선』,미래사,1991. 🍎 해설 옛날, 꼭 전해애 할 급한 소식이 있으면 우체국에 가서 전보를 쳤다. 편지보다는 빠르게 내용은 간결하게 전보를 통해 전했다. 축전도 많았고 당선 소식도 있었다. “나는 너에게/ 눈부신..

좋은시 2022.08.11

김종해 좋은 시 바람 부는 날

김종해 좋은 시 바람 부는 날. 사랑하는 일이 더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간다. 바람 부는 날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 ❄출처 : 김종해 시집, 『바람부는 ..

좋은시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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