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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좋은 시 바람 부는 날

무명시인M 2022. 8.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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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좋은 시 바람 부는 날. Source: www. pexels. com

김종해 좋은 시 바람 부는 날. 사랑하는 일이 더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간다.

바람 부는 날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

 

출처 : 김종해 시집,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문학세계사, 1990.

 

🍎 해설

사랑은 괴롭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까닭은 알 수 없다. 괴로움을 주체할 수 없어 그는 지하철을 탄다.

 

지하 깊숙한 길, 창 밖으론 아무것도 없는, 오직 어둠과 전진뿐인 길, 밖에서는 그 누구 하나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일방통행의 길이다.

비록 지하철 길이 어둠뿐이긴 하여도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을 하나 갖고서' 가는 길이다. 얼마나 아늑한 혼자만의 길인가. 모든 것 잊고 시름도 잊고 그저 당신만을 바라보며, 이미 당신과 함께 하고 있는 길이다.

 

드디어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나 숨어버리듯 가고야 말리라.

 

우리는 매일 무심코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나도 나 빼고는 아무도 내리지 않는 그런 숨은 지하철역 하나 갖고 싶다.

 

🌹 김종해 시인

194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김종철 시인의 형.1963자유문학지와 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발기위원,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시협상, 공초문학상, PEN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왜 아니오시나요, 천노, 일어서다(장편서사시), 항해일지,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별똥별, ,봄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모두 허공이야가 있다. 시선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무인도를 위하여, 우리들의 우산,어머니, 우리 어머니(김종해·김종철 형제 시집) 등이 있다.

출처 : 알라딘 작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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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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