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좋은 시 제부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얼마쯤이면 좋은가?
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
❄출처 : 이재무 시집,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화남출판사,2007.
🍎 해설
대부도와 제부도는 실제로 있는 섬이다. 경기도 안산과 화성 바다에 있는 섬이고 거리는 8km 정도다.
시인은 제부도와 그 위에 있는 대부도를 통해 사랑에 관한 세 가지 질문에 묻고 스스로 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사랑의 깊이 그리고 만남 혹은 이별의 횟수가 그것이다.
먼저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깊이는?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에 있는 ‘바다의 깊이만큼’이어야 한단다. 그리움이 밀물일 때도 있지만 썰물 뒤에는 바닷길이 보이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깊이이다.
끝으로 만남 또는 이별은 ‘하루에 두 번’ 정도 만나고 헤어져야 한단다.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기 위해서 그렇고 이것은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이라 하여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공식이 어디 있겠는가? 이 시는 사랑의 아픔으로 인한 깊은 성찰을 느끼게 한다. 떠나버린 사랑의 회한을 노래하는 것 같다.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면 제부도와 대부도의 그 간격으로 사랑하리라. 밀물과 썰물처럼 하루에 두 번만 만났다가 헤어지리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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