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정진규 좋은 시 연필로 쓰기

무명시인M 2022. 8. 12. 14:53
728x90
반응형

정진규 좋은 시 연필로 쓰기. Source: www. pexels. com

정진규 좋은 시 연필로 쓰기.  나는 시를 연필로만 쓰려고 한다. 그 이유는..

연필로 쓰기

/정진규

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 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

 

출처 : 정진규 시집, 연필로 쓰기,영언문화사, 1997.

 

🍎 해설

*예비(豫備) : 미리 마련해 놓음.

*반편: ‘반편이의 줄임말.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낮은 사람.

 

산문시의 개척자인 정진규 시인의 산문시다. 일정한 리듬감이 있고 운율감이 있어 일반 산문과는 다르다.

 

시인이 연필로 시를 쓰고 싶은 이유는 지워버릴 수 있는 생애살고 싶기 때문이며,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서러운 예비로서의 삶을 꾸려나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수와 잘못으로 점철된 삶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고 싶기 때문에 연필로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시인은 자신의 진실의 길마저 지워져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명예나 업적을 추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나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엄격한 태도를 취하며 괴롭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인은 자신과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때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며, 향그런 영혼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살면서 잘못 간 길을 서로 지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가금 연필로 썼으면 좋겠다. 실수가 많은 삶에 대한 서로 서로 간의 용서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지는 시다. 연필을 깎으면 독특한 향기가 난다. 영혼의 향기를 생각한다.

반응형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Source: www. pexels. 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