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나태주 좋은 시 하일음

무명시인M 2022. 9. 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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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좋은 시 하일음. Source: www. pexels. com

나태주 좋은 시 하일음. 25세의 아름다운 청년 나태주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시.

하일음夏日吟

/나태주

나이 스물 하고도 다섯의

이 여름에

내게 있어 제일로 중요한 일은

여자들과 만나 시시덕이는 잡담이 아니고

오로지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들입니다.

혼자의 그 하얀 잔주름들을

잘 이겨낼 줄 아는 일이다.

 

가슴에 피어서 좀 쑤시게 하는

분홍, 분홍, 연분홍의 안개들을

곱게 다스려

말간 이슬 한 종재기로라도

걸려내는 일이다.

 

비 갠 여름 점심 한나절쯤

조히,

꽃밭 귀퉁이에

초등학생용 나무의자라도 하나

가져다 놓고

꽃들이 수선 떠는 그 소리없는

소리들의 모양새들을

착실히 구경하는 일이다.

 

하늘의 비늘구름들이 내려와서

자맥질하며 멱감고 나오는

꽃 속의 호수라도 한 채

찾아내는 일이다.

찾아낼 줄 아는 일이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대숲아래서,예문관,1973.

 

🍎 해설

하일음夏日吟; 여름날에 슬픈 마음을 노래하다.

 

이 시는 청년 나태주가 28세에 지은 시다. 그는 26세 떼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28세 때 대숲아래서라는 첫 시집을 냈다. 이 시는 그 시집의 11페이지에 실린 유명한 시다.

 

인생의 구간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때는 20대 때다. 이 시에는 20대 청년 나태주의 청춘의 감정과 마음, 정열과 고뇌가 그대로 담겨 있다.

 

여자들과 만나 시시덕이는 잡담 대신에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안개 속에서 말간 이슬 한 종재기를 걸러내는 일. 꽃들이 수선 떠는 소리 모양새를 구경하는일. 꽃 속의 호수를 찾아내는 일 등...

25세의 아름다운 청년 나태주의 모습이 담겨 있다.

 

당시 데뷔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 시인 나태주가 장래에 대성하리라는 것을 알아채린 사람이 있었다. 박목월 시인이다. 그 놀라운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청년 나태주 군은 한국의 전통적인 서정시를 계승하여 오늘의 것으로 빚어 놓은 희귀한 시인이다. 묵은 가지에 열리는 그의 알찬 열매는 어느 것이나 오늘의 것으로서의 참신성과 신선미를 잃지 않고 있다.”

 

그런 뜻에서 그의 작품은 누구에게나 친근감과 신선감을 베풀어 주리라 확신한다.”

출처 : 나태주 시집, 대숲아래서,예문관,1973,박목월 시인 서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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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스물 하고도 다섯의

이 여름에

내게 있어 제일로 중요한 일은

여자들과 만나 시시덕이는 잡담이 아니고

오로지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들입니다.

 

비 갠 여름 점심 한나절쯤

꽃밭 귀퉁이에

초등학생용 나무의자라도 하나

가져다 놓고

꽃들이 수선 떠는 그 소리없는

소리들의 모양새들을

착실히 구경하는 일이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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