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문정희 좋은 시 추석달을 보며

무명시인M 2022. 9. 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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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좋은 시 추석달을 보며. Source: www. pexels. com

문정희 좋은 시 추석달을 보며. 추석이다.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추석달을 보며

/문정희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달은

백동전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출처 : 문정희 시집,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미학사,1992.

 

🍎 해설

추석입니다. 시인이 노래한대로 코로나가 오고 힌남노가 왔어도 그 자리에 추석 보름달은 떠오릅니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둥실 떠오릅니다.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습니다. 며칠간이라도 둥근달 아래 모여 송편을 함께 빚으며 밀린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궁금한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고 싶습니다.

 

윤석열이 이야기 이재명이 얘기도 조금씩 하고/ 배추 한 포기 값, 아파트 가격 얘기도 조금씩 하고/ 30넘은 혜숙이가 시집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조금씩 하고 백동전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계절과 자연과 둥근 추석 보름달이 우리를 품어주듯 며칠간이라도 가족과 친척과 이웃과 우리 사회를 품에 안아보고 싶습니다.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추석, 백동전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는 추석 보름달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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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나의 추석달은

백동전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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