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경미 좋은 시 오늘의 결심

무명시인M 2022. 10. 2. 05:27
728x90
반응형

김경미 좋은 시 오늘의 결심.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김경미 좋은 시 오늘의 결심. 정주지 않고 살고 싶다.

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고 열어두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내 목에 적힌 목차들

재미없다 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

 

출처 : 김경미 시집, 밤의 입국 심사, 문학과지성사, 2014.

 

🍎 해설

김경미 시인은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동안 시인은 청춘의 열정과 불안을 예민하게 탐구해 왔다. 그는 상처와 허무로 가득한 비극적인 세계를 독특한 어법으로 그려 왔다.

 

세상사에서 정을 주고 살면 흔히 상처투성이가 된다. 이 시에서 시인은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내 의욕과 내 삶이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는 않았는지 돌아 보면서 살고 싶다. 구두와 여행가방을 열어두고 여차하면 일상에서 탈출할 준비를 한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살아 왔다. 그러나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이제 비관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 보겠다고 시인은 말한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결심은 상처만 받으므로 이제 정주지 않고 살고 싶은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시는 깊은 상처를 받더라도 깊은 정주고 살아 가겠다는 의지를 불타게 한다. 인간의 숙명이 갖고 있는 하나의 매직인지도 모른다. 훌륭한 힐링시다.

반응형

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