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좋은 시 10월 엽서.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10월입니다.
10월 엽서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
❄출처 : 이해인 시집, 『나를 키우는 말』, 시인생각, 2013.
🍎 해설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마음이다. 이런 날엔 그대에게 엽서를 보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내 그리운 마음이 촘촘히 틀어박힌 석류를 쪼개 드리고 싶다.
좋아한다는 말 대신 그대에 대한 내 사랑이 단단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홍시감이 아니라 탄탄한 단감을 드리고 싶다. 빈 말의 공허한 기도 대신에 시큼하지만 향기 넘치는 탱자 한 알을 건네고 싶다.
푸른 하늘이다. 그대를 생각하면 내 마음은 붉은 단풍처럼 따스해진다. 그 마음을 엽서에 담아 보낸다.
이 아름다운 가을길을 걷다보면 서먹했던 사람들도 정다운 벗이 될 것 같다. 그 동안 좀 서먹했던 적이 있었지만 사모해 왔던 그대를 불러내어 이 눈부시게 고운 가을길을 함께 걸어볼까?
아니면 우표없이 부칠테니 이 10월 엽서를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문재 좋은 시 어제보다 조금 더 (2) | 2022.10.13 |
---|---|
김대규 좋은 시 가을의 노래 (0) | 2022.10.09 |
김경미 좋은 시 오늘의 결심 (2) | 2022.10.02 |
나태주 좋은 시 세상일이 하도 섭해서 (2) | 2022.09.27 |
이해인 좋은 시 단풍나무 아래서 (0) | 2022.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