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류시화 좋은 시 길 위에서의 생각

무명시인M 2022. 10. 3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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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좋은 시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좋은 시 길 위에서의 생각. 자신의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출처 : 류시화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열림원, 2015.

 

🍎 해설

류시화 시인은 1988년부터 열여섯 차례에 걸쳐 해마다 인도, 네팔, 티벳 등지를 여행했다. 그는 여행길에서 시를 입으로 수백번 되뇌면서 시 한편을 창작한다. 이 시도 길 위에서 창작된 듯 하다.

 

시인에게 삶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의 선택이다. 지금 걷는 길이 좋은 길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까. 시인은 이 시에서도 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까?

 

우리는 단지 무엇을 소유하려고 어딘가로 떠나는 것 같다. 그동안 그대는 무엇을 위해 살고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지. 저 길가에 피어난 풀들에게 물어 보라. 풀은 무엇을 위해 살지 않고 다만 자기 삶을 사랑하며 자기 삶에 충실할 뿐이다.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끝없는 그 어떤 그리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무엇 때문에 평생 못 가진 것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가? 다만 내 삶을 사랑하고 내 삶의 자유를 위해 살아라.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길 위에서 내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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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얻은 곳도 없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자유에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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