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경리 좋은 시 우리들의 시간

무명시인M 2022. 11. 4.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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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좋은 시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좋은 시 우리들의 시간.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을 느껴보는 시.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徒勞無益)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

 

출처 : 박경리 시집, 우리들의 시간』, 나남출판, 2008.

 

🍎 해설

*도로무익(徒勞無益): 헛되이 애만 쓰고 아무런 이로움이 없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목에 힘을 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을 느껴보는 시다. 박경리 작가의 삶에서 우러나온 성찰적 시어가 잔잔하게 담겨 있다.

 

🌹 이 시의 사상적 편린

공지영 작가

-이 시집을 보면 어른의 말씀이란 생각이 듭니다. 타락한 세상에 대한 어른의 질타같은 기분도 느껴집니다.

 

박경리 작가

오시다가 매지리 호수를 봤을 거예요. 얼음바닥에 철새가 앉아 있지요. 아름다운 그림일 겁니다. 그러나 철새에겐 그건 생존의 문제예요. 그걸 아름답게만 보고 있는 인간의 이기주의 잔혹함이 무섭지요. 거기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듭니다. 인간은 모든 생명에 대해 절대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 행동하고 그 행동에 대해 죄의식조차 없어요. 그 권리를 누가 허락했는가. 누가 인간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윤허를 했는가. 생명을 엮어가야 한다는 것은 축복이자 저주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를 물어봐야 합니다. 그러면 인간은 이 우주 속에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공지영

-인간이 가장 사악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박경리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돌이나 물에도 혈관이 있고 피가 흐른다는 사실,그것이 우주적 생명체란 사실을 기억해야합니다. 어쩌면 인간보다 못한 동물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매지리 호수에는 겨울에 철새들이 수천쌍 날아와요. 한밤중에 천둥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새들이 날개로 얼음을 치고 있었어요. 얼지 말라고. 그래야 먹이를 구할 수 있으니까. 기가 막히는 모습이에요. 참 산다는 것이 힘들구나 싶어요. 생명이란 것은 힘든 것입니다.”

출처 : 공지영 작가의 박경리 작가 인터뷰(2000.1)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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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徒勞無益)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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