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좋은 시 환장. 당신은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어떤 환장을 경험할 것인가?
환장
/김용택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앉아 놀다가
한줄기 바람에 날려 흐르는 물에 떨어져
멀리멀리 흘러가버리든가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오래오래 앉아 놀다가
산에 잎 다 지고 나면 늦가을 햇살 받아
바삭 바삭 바스라지든가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버리든가 🍒
❄출처 : 김용택 시집, 『그래서 당신』 , 문학동네, 2006.
🍎 해설
우선 이 시의 제목을 ‘환장’이라고 정한 의미를 좀 생각해 보자. 원래 환장은 내 오장육부가 뒤집힐 정도로 답답할 때 쓰는 말이다. 또는 좋아서 미치겠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아마도 시인은 가을에 든 단풍이 환장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마음이 뛰고 있다는 뜻에서 이 제목을 붙인 듯 하다. 시인은 어떻게 환장했을까?
마지막 환장의 한 장면인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버리든가’, 이 대목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김용택 시인의 시의 소재는 산과 강물, 꽃과 나무, 별과 흙 등 자연이다. 이러한 자연을 절절한 그리움의 상징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닌,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대상으로 그린다. 이 시도 그런 시도로 창작된 우수작품이다.
여러분은 올 가을,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어떤 환장을 경험할 것인가?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앉아 놀다가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버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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